박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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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스페셜] 100 비트
2% 부족 넘어 진화·발전으로 거듭나기
노파심에 일러둡니다. ‘아이돌에서 뮤지션으로’라는 타이틀에서 굳이 ‘아이돌 비하’의 행간을 찾아낼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아이돌과 뮤지션이라는 각각의 개념에 대해, 또 아이돌에서 뮤지션으로 거듭나는 것이 왜 ‘진화’ 혹은 ‘발전’인지에 대해 논해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부인할 수 없는 한가지가 있습니다. 아이돌 스스로가 아이돌 영역과 뮤지션 영역이 다름을, 혹은 아이돌이라는 포지션이 뮤지션이라는 포지션보다 ‘음악적으로 열등함’을 인식하고 진화 혹은 발전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여기 그 대표 사례를 소개합니다.
싱어송라이터로의 항해
박지윤은 분명히 야릇한 의상을 입고 “난 이제 더 이상 소녀가 아니에요”를 외치던 아이돌이었습니다. 그러나 재단된 노래와 계산된 몸짓, 충분히 고려된 눈빛을 던지던 소녀는 2003년 돌연 마이크를 놓았습니다.
그는 잠시 자신의 뒤를 돌아봤습니다. 갈채는 공허했고, 환호는 허무했죠. 가장 내밀한 영역인 자의식조차도 기업윤리로 승화시키길 바라는 한국의 기획사 시스템 속에서 그에게 남은 것은 가혹한 성장통이었습니다. 인터넷의 폭언들과 악플, 연예계의 수많은 말들은 예민한 여성의 감성을 갉아먹었습니다. 상처받은 그는 잠시 음악판과 멀어졌습니다. 대신 집어든 것은 사진기였죠. 2007년에는 <비밀 정원>이라는 제목의 사진 에세이집도 출간했습니다.
말 그대로 한 발 물러선 셈이었습니다. 음악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죠. 다만 돌아오기까지의 준비과정이 필요했을 뿐. 이걸 ‘진정한 뮤지션이 되기 위해 필요했던 절차’라는 과도한 수사로 표현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다만 그는 좀 자유로워졌습니다. 무엇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으로부터 말이죠.
그런 부담에서 멀어질 때 인간은 무언가를 쓰게 됩니다. 그도 그랬죠. 오랜 침묵을 깨고 던진 2009년 복귀작 <꽃, 다시 첫번째>는 조금 더 편해지고 무언가를 적을 수 있게 된 인간 박지윤의 모습이 담긴 수작이었습니다. 앨범 타이틀은 과거를 버리고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에서 그렇게 붙였습니다. 싱어송라이터로의 항해가 시작된 것이죠. 대다수의 팬들은 그의 변신을 지지하고 또 환영해주었습니다. 그에 대한 기대는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갑니다. 그의 첫걸음이 조심스러웠던 만큼 두번째의 만남에선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보내주는 게 좋겠습니다.
가렸던 음색 홀로 하니 빛나
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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