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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8.19 15:11 수정 : 2010.08.19 16:11

GMO ‘논쟁상자’를 다시 열다 결산 좌담

[하니스페셜] GMO논쟁
“올바로 쓰는 법 찾아야”…“등급 나눠 접근을”

오철우 사이언스 온의 ‘지엠오 논쟁’ 특집에서도 가장 큰 쟁점은 역시 ‘지엠오 안전한가’였습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과학 근거’를 내세워 안전하다, 우려된다는 상반된 주장을 펴는데요. 그래서 시민들은 많이 헛갈립니다.

논쟁에서 가장 큰 쟁점

하정철 지엠오를 개발하는 분들은 늘 안전하다고 단정해 말하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지금까지 여러 과학적 의견들이 뒤집힌 사례들은 수도 없이 많았거든요. 저는 지엠 기술을 의학이나 환경문제에 활용하는 데엔 찬성합니다. 하지만 생명현상에 대한 지식이 상당히 부족한 상황에서 유전자변형 작물을 식품으로 먹는 것은 그 위험을 다 통제하기 어렵고 사전예방원칙에도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안전성 평가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지금의 안전성 평가 시스템은 건강진단에 비유하면 혈압 재고 피 검사 하는 정도의 기초검사 수준입니다.

한지학 몇몇 논문을 인용해 지엠오의 안전성에 대해 의견을 말할 순 있습니다만, 과학 연구라는 건 이렇습니다. 부정적인 결과에 대해 긍정적인 결과가 있고, 또 그걸 반박하고 다시 반박하면서 꼬리를 물고 데이터가 나옵니다. 결국 과학은 여러 부정적인, 긍정적인 데이터를 쌓아가는 것이고요. 그런데 제가 알기로는 지금까지도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 보고는 보지 못했어요. 한말씀 더 드리면, 지엠오 안전성에 너무 민감한데 사실 일반 식품에 대해선 지엠오 정도의 안전성 검사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일반 육종으로 생산된 먹을거리에 대해선 안전하다고 보는 기준이 뭔지도 생각해볼 때입니다.


하정철 한국소비자원 식의약안전팀 기술위원
[하정철] 의학·환경 활용엔 찬성
식품은 위험 통제하지 못해
연구 결과 투명 공개를

‘과학’으로도 결론 안 난 이유

이렇게 안전성 논란이 ‘과학’으로도 결론이 나지 않는 이유는 뭡니까?

김환석 무엇보다 지엠오 과학 자체가 불확실성이 큰 분야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유전자 상호작용에 대해 많이 밝혀지지 않았고, 또 인체나 환경에 대해, 특히 장기적 영향에 대해서 많이 밝혀지지 않았지요. 두 번째로는 안전성이나 위험에 대한 판단이 과학적 사실의 문제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사람마다 다른 가치관에 따라 같은 사실에 대해서도 위험에 대한 태도가 다르게 나타나거든요. 그리고 설사 지엠오가 안전하다 해도 다국적 거대기업에 의해 상품화돼 전세계에 팔리고 있어 국제 정치·경제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요.

안진흥 많은 사실 하나하나가 얼마나 과학적인지는 제 자신이 과학자이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과학자가 얘기하면 다 과학이고 비과학자가 얘기하면 비과학이고 그런 건 아닐 거고요. 그렇다고 개개인이 얘기를 하면 그건 그냥 주장만 되겠지요. 그래서 저는 이제는 안전성, 불안전성만 얘기할 게 아니라 대안을 함께 만들 때가 됐다고 생각해요. 어쨌든 한 사람이나 한 그룹에서만 나오는 얘기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 의해서도 반복되는 게 과학적인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엠오 문제도 그렇게 풀어야 합니다.

중국 산둥성 칭다오시에서 농부가 유전자변형 옥수수를 말리고 있다. AP/연합뉴스

돌연변이-전통 육종과 어떻게?

논쟁 때마다 자주 얘기되는 자연의 돌연변이, 전통적 육종, 생명공학의 유전자변형, 이런 것들은 어떻게 다르고 비슷한가요?

전통 육종도 어떻게 보면 유전자를 변화시키고 도입합니다. 크게 보아 지엠오와 다르지 않다는 거죠. 다만 전자는 자연적으로 교배가 가능한 데에서 유전자를 도입하고 활용하는 데 비해, 후자는 연관관계가 먼 데에서도 유전자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기술 자체에선 근본 차이는 없다고 봅니다.

지엠 기술은 ‘육종학’ 교재에서도 다뤄집니다. 육종의 꽃은 돌연변이에요. 유전자를 바꾸고 변이가 일어나는 돌연변이에서 쓸만한 걸 선발해 품종으로 만들거든요. 21세기 육종기술의 꽃은 지엠 기술이라 말할 수 있고요. 유전자를 변형하되 식물에서만 하는 게 아니고 다른 종에서도 얼마든지 유전자를 끌어와 ‘유전자원’의 범주를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잠재력이 크다고 말할 수 있죠.

안진흥 경희대 식물분자시스템바이오텍학과 교수
[안진흥] 필요해도 신중하게
용도 따라 안정성 따져 봐야
이젠 대안 함께 만들 때

유전자 변이를 유발한다는 점에선 차이가 없지만 지엠 기술에선 집어넣는 유전자가 다릅니다. 원하는 유전형질을 발정 형질을 집어넣을 때 우리가 집어넣는 부위가 생명현상에 크게 영향을 주는 부위냐 아니냐에 대해서는 아무도 답을 줄 수 없어요. 이런 프로모터가 달린 유전자는 휴면상태에 있는 독성 유전자의 발현을 촉진할 수도 있거든요.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소비자단체-기업 견해 맞서

현행 ‘지엠오 표시제’를 강화할 것이냐를 둘러싸고 소비자단체와 식품기업의 견해가 맞서고 있지요.

소비자들이 안전성 문제에 대해 헛갈려 하는 게 현실이고요, 그래서 ‘표시라도 제대로 해달라’는 게 국민의 요구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는 2001년부터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현행 표시제에선 예외 규정이 너무 많아요. 예를 들어 수입되는 지엠 작물의 대부분이 식용유·간장에 담기는데, 식용유나 간장은 표시 대상에서 제외돼 있어요. 또 지엠오를 쓴 제품에선 주요 원재료 5개까지만 표시하게 돼 있어요. 지엠오가 10% 들어가도 6번째 재료라면 표시하지 않아도 되지요.

지엠오 표시를 강화하면 그런 표시를 하지 않은 것들은 무조건 다 안전하다는 또다른 편견을 낳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지엠오 안전성 검사를 받았다는 것도 표시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 이제는 우리가 알아야 할 권리가 있고 그래서 지엠오든 아니든 올바르게 표시해주는 식품기업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다양한 분야, 상반된 시각

박미향 기자

안전성 외에도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상반된 시각들이 나타나지요. 먼저 김 교수님께서 여러 논쟁을 정리해주시지요.

복합적인 여러 논쟁들이 있지요. 먼저 지엠오가 식량위기의 대안이 되느냐를 두고, 찬성 쪽은 지엠오가 전통 농업보다 생산성이 높기 때문에 앞으로 나타날 지구적 식량위기의 대안이 될 거라고 하고요, 반대 쪽은 생산의 문제가 아니고 분배의 문제라고 말하지요. 또 다른 것은 유전자변형 작물이 전세계에서 많이 재배되면 유전자 다양성을 해치는 것 아니냐 하는 반론이 있고요. 지엠오는 환경친화적이다, 아니다 하는 논쟁도 있습니다. 다국적 거대 식량기업들이 세계 농업시장을 장악하면 인류가 소수 기업들에 식량을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잘못 알려진 부분도 있는 것 같네요. 우수한 지엠오가 전세계에서 한 품종으로 재배된다면 환경문제가 된다고 하시는데 육종업계에서 보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한 품종이 세계를 장악한다 해도 수명이 5년이 채 안 돼 오래 못 갑니다. 오히려 지엠 기술을 사용하면 진화 과정에서 사라진 생물체를 복원하고 사라진 유전 자원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엠오 덕분에 수확량이 늘고 재배농가들이 살충제를 덜 쓰게 됐다는 통계자료도 여럿 있고요.

김환석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
[김환석] 과학 자체 불확실성
국제 정치·경제 이해도 얽혀
전문가-시민 소통 필요

이런 양극단이 왜 뿌리깊게 대립한다고 생각하나요?

글쎄요, 새 기술이 나왔을 때 정말 그렇게 안전하고 괜찮냐 저한테 물어보면 사실 자신 없습니다. 부작용이 없는 게 어디 있겠습니까? 지엠오만 예외일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이제 과학자들도 아무리 필요한 기술이라 해도 신중해야 하고 기업의 입장에만 서지 않고 하나하나를 조심스럽게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런 차원에서 여러 가지 지적되는 것들은 정말 최대한 반영해 제기된 문제를 어떻게 피할 것인지 모색해야 하겠고요. 그러다보면 소비자가 원하는 지엠오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사회의 태도

지엠오 논쟁을 바라보는 우리사회의 태도는 어떻습니까?

미국은 지엠오를 처음 상품화해 전세계로 수출하는 나라이니까 대체로 일반 대중도 크게 거부감이 없고 정부도 지엠오를 강하게 옹호하는 입장이고요. 거기에 반해 유럽은 세계 어느 곳보다 지엠오 반대가 사회적으로 강한 것 같습니다. 일본과 한국은 유럽·미국의 중간 정도 될까요? 그래서 오히려 혼란이 더 심하다고 볼 수 있고요. 정부나 기업은 상당히 찬성하는 입장이고, 소비자 대중들 중에는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한지학 농우바이오 생명공학연구소장
[한지학] 안전성에 너무 민감
유전자원 확대할 잠재력 커
유독 위험성 제로 잣대

유럽에선 지엠오 안전성에 관한 심각한 문제가 제기될 때 전문가들이 모여 관련된 논문과 보고서를 모으고 충분히 논의를 거쳐서 국민이 읽을 수 있게 보고서를 내놓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소비자한테 안전하다고만 했지 불안감을 없애는 행동엔 적극 나선 적이 거의 없어요.

모든 작물을 지엠 기술로 한다는 것으로 오해는 안 했으면 좋겠고요. 육종 기술로는 안 되는 것에 지엠 기술을 써서 새로운 품종을 만들려는 겁니다. 또 소비자들은 먹을거리에 굉장히 민감해 거의 ‘위험성 제로’를 원합니다. 하지만 일반 작물이 안전한지 아닌지도 같은 문제인데, 지엠 작물에만 문제가 있다고 얘기하는 데엔 오해가 있다고 봅니다. 여러 오해를 풀어나가는 데엔 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자사회 태도

지엠오 논쟁을 대하는 연구자사회의 태도는 어떻다고 평가하나요?

우리 기술력이 약하고 많은 기술에 다 특허가 걸려 있어 우리가 시장에 진출할 만한 게 많지 않은데, 나라에서도 연구비 투자를 많이 하지 않고 또 시민단체들은 반대를 하니 답답함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 연구자들도 틈새시장을 찾으려고 노력해요.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고 농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면 지엠오를 보는 시각도 달라지지 않을까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진 국제쌀연구소(IRRI)

연구개발 쪽에는 맹목적인 찬성을 하는 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극단이라면 지엠오 산업이 발전할 수 없다고 보고요. 지엠오에 대한 문제제기가 오히려 지엠오 발전의 밑거름이 될 수 있습니다.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연구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유럽에선 지엠오 논쟁에서 과학자 들도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일부 과학자들이 위험 문제를 제기해 논쟁을 일으켰지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과학자 대 비과학자’ ‘과학 대 사회’, 이런 이분법의 구도로 논쟁이 진행돼왔어요. 과학계와 비과학계를 넘나들며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졌으면 합니다.

갈등 풀 합리적 대안은?

오랜 지엠오 갈등을 푸는 합리적 대안은 없을까요?

지엠오 기술은 올바로 쓰면 괜찮은 기술일 것 같습니다. 우려되는 여러 의견들은 고려해야겠지요. 기술이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급격한 변화가 있고 그게 안전하든 안하든, 좋든 나쁘든 어쨌든 여러 사회 변화가 있을 테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엠오 기술의 개발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제 생각에는 지엠오 기술을 등급별로 나눠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예를 들어 동물 유전자를 식물에 넣는 것을 5등급이라 하고, 벼 유전자를 벼에 넣는 것처럼 자기 종 유전자를 넣는 것을 1등급이라 하면, 사실 1등급과 5등급을 함께 얘기하는 게 어울리지 않거든요. 활용의 측면에서도 의약품, 식품, 사료, 화훼 어떤 용도로 지엠오를 쓸 거냐에 따라 각각에 대해 안전성을 따져봐야 합니다.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하고, 지엠오는 안전하게 개발돼야 합니다.

생명공학 작물 재배 비율

전문가와 대중의 관계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어요. 유럽에서는 광우병 사태, 지엠오 논쟁을 거치면서 전문가와 대중의 관계가 쌍방향 소통을 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지요. 영국이 그런 시도를 한 적이 있습니다. 2003년 영국은 지엠오 재배 문제를 놓고서 대규모로 국가 차원의 논쟁을 벌였습니다. 수만 명 시민이 참여해 과학자와 생각을 나누고 지엠오 정책에도 반영됐죠. 이런 식의 해법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제안합니다.

정리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GMO ‘논쟁상자’를 다시 열다 결산 좌담

2010년 8월11일 오후 3~5시

한겨레신문사 5층 하니티비 방송스튜디오

참석자

하정철 한국소비자원 식의약안전팀 기술위원

한지학 농우바이오 생명공학연구소장

안진흥 경희대 식물분자시스템바이오텍학과 교수

김환석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

사회 : 오철우 과학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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