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진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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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스페셜] GMO논쟁 2. 표시제 강화
예외 규정 너무 많아 흔적 감춰
찬성 먹을거리에 관한 표시 대상은 원산지부터 제조·가공 방법과 과정, 사용법 정보까지 다양합니다. 먹을거리는 다른 상품과 달리 사람들한테 직접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식약청은 항상 먹을거리에 관한 표시제의 목적을 ‘소비자의 알권리와 선택권’이라고 말합니다. 그것은 지엠오(GMO)도 마찬가지입니다.
식품첨가물도 열외
그런데도 지엠오 표시에 대해 논란이 많은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예외’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 예외라는 장벽을 넘어서야만 지엠오는 표시됩니다. 우선 지엠오 농산물은 식약청의 승인을 거친 품목이어야 하고 그 품목이 3% 이상 섞였음이 확인되어야 한다는 두 개의 장벽을 넘어야만 비로소 표시됩니다. 농산물이 아니라 가공식품이라면 이런 두 가지 외에 몇 가지 장벽을 더 넘어야 합니다. 우선 원재료에 함량이 많은 순서로 꼽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야만 표시됩니다.
또한 가공 이후 지엠오가 들어갔다는 사실을 검증할 수 있는 유전자나 단백질 물질이 남아 있어야 표시 대상이 됩니다. 여기에 더 나아가 가공식품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식품첨가물은 표시 대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장벽을 넘어서 표시되는 먹을거리는 거의 없다는 데 있습니다.
2006년 재배해서는 안 되는 지엠 벼가 미국에서 불법 재배, 수출되었을 때, 우리는 그 벼를 얼마나 수입했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식약청이 지엠 벼에 대한 심사를 한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식약청에서 수입 승인한 콩, 옥수수, 면화, 캐놀라, 사탕무, 알팔파, 감자 등 7개 품목만이 표시 대상입니다. 지엠오 표시 없이 수입된 것 가운데 약 25%가 지엠오가 섞여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3% 이상 섞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문제 없이 수입되었습니다.
이렇게 수입한 지엠오 농산물을 어디에 사용했을까요? 식품기업은 지엠오 표시가 된 품목은 가공 이후 유전자나 단백질 물질이 남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엠오 표시를 안 해도 되는 식품의 원료로 사용했습니다. 식용유와 간장, 올리고당 등의 당류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리고 25%의 예외에 해당하는 것들은 3% 이내라는 이유로 고추장, 된장, 두부, 이유식 등 지엠오 표시를 해야 하는 식품에 사용했습니다. 원료 기준으로 표시해야 2008년 식약청에서 2005~2007년 3년 동안 시중의 두부를 조사한 결과 미국산 콩으로 만든 모든 두부에서 지엠오가 검출되었지만 3% 이하였다고 발표한 바도 있습니다. 즉, 표시를 위반한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결국 거의 모든 가공식품은 이 장벽들 가운데 어느 한 가지에 해당해 지엠오 표시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식품기업들은 지엠오 표시가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기보다는 그에 따른 비용 때문에 더 손해라고 말합니다. 더욱이 표시하면 값이 오르기 때문에 빈부계층의 갈등만 더 키울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값이 오르는 것은 선택의 여지가 있는 가공식품들입니다. 거기다 국제 곡물가까지 급등하니 식량자급률이 25% 남짓인 우리나라는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수출국들은 대부분 지엠오를 재배한다는 말로 정당화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식량자급률이나 국제곡물가 급등의 문제는 지엠오 표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문제입니다. 기업은 지엠오 표시가 마치 지엠오가 위험하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그런 우려는 식품첨가물이나 원산지 표시에도 마찬가지로 있는 문제입니다. 그런데도 표시를 하는 것은 ‘소비자의 알권리와 선택권’을 위해서입니다. 따라서 지엠오도 이런 소비자의 알권리와 선택권이라는 기본 원칙에서 원료를 기준으로 표시하도록 해야 합니다. 김은진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먹을거리 전반에 혼란과 불신 초래
송성완 한국식품공업협회 식품안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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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마디 안전은 합의·타협 아니다 “‘합리적인 타협’을 말합니다. 과학은 가만히 있고 소비자의 인식을 바꾸어 인식의 차이를 줄이자는 것이 합리적 타협이고 사회적 합의입니까? 안전은 합의나 타협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수평선을 그리는 지엠오 논쟁 그 사이에 지엠오는 점차 확대 중입니다. 정말 지엠오 원료가 아니면 식량 자급자족이 안 돼 대한민국 국민은 굶울 수밖에 없을까요? 정부는 안전 확보를 중심으로 한 식량안보 정책을 펴고, 소비자는 표시를 확인하고 구입하며, 과학자는 지속적인 안전성 연구로, 기업은 안전한 식품 생산으로, 서로 신뢰를 확보하는 게 우리의 미래이기를 바랍니다. ‘소비자의 선택, 시장을 바꾼다.’ 이것은 소비자시민모임의 슬로건입니다. 소비자의 선택으로 세계시장을 바꾸고 싶은 것이 우리의 미래입니다. 우리는 우리와 자녀들에게 지엠오 식품을 먹이고 싶지 않습니다.” (황선옥 소비자시민모임 이사, “지엠오 미래: 먹을거리의 행복은?”에서) 안전 완벽한 검증은 없어 “지엠오도 같은 시각에서 보아야 할 것 같아요.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새로운 과학기술에 대한 수용이 늦으면, 해당 국가는 낙후하게 됩니다. 이제 우리도 지엠오에 대해서도 인류 역사의 발전을 충분히 고려해 수용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 같아요. 지엠오의 안전성이 완벽하게 입증되고, 어느 누구도 지엠오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지니지 않을 때에 지엠오를 사회적으로 수용한다면, 우리나라는 지엠오라는 새로운 과학기술 분야에서 낙후될 수밖에 없지요. 지금까지 인류 역사에서 새로운 과학기술적 산물이 등장할 때에 안전성에 관해 완벽한 검증을 거친 적은 없었어요. 자동차도, 항공기도, 컴퓨터도 의약품도 그러했어요. 그러므로 현재 인간의 능력으로 가능한 범위에서 지엠오의 위해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하고 있다면, 지엠오는 가능한 한 수용하는 것이 적합한 것이지요.“ (이종영 중앙대 법학 교수, “지엠오 미래: 안전성은 ‘만들어가는 것’”에서)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아 “지엠 기술은 현대 과학이 이룬 가장 획기적인 식량증산 방법으로, 많은 과학자들이 이 기술로 앞으로 닥쳐올 세계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과학기술은 위험성과 편리함의 양면성이 있습니다. 자동차 배기가스가 대기를 오염시키고 사고로 많은 사람이 숨진다 하여 우리가 자동차의 편리함을 포기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사실 기술 자체는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습니다. 선악은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최선의 방법은 이 기술의 잠재적 가능성을 잘 이해하고 가능한 한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것입니다. 따라서 과학기술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은 그 사회의 주어진 여건에 따라 냉철하게 비교 검토돼야 하며 이런 사실을 충분히 알리고 선택은 소비자가 하게 해야 합니다.” (최양도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교수, “지엠오 미래: 늦출 수 없는 ‘혜택’”에서) 발견해야 할 마지막 희망 “첨단기술이 인류의 통제 아래에 놓이면서 상상하기 어려운 좋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는 ‘천국 시나리오’와 이와는 반대로 기술로 인해 복잡성이 증가해 인류와 생태계에 나쁜 일들이 일어난다는 ‘지옥 시나리오’가 있습니다. 조엘 가로는 천국 시나리오와 지옥 시나리오가 모두 기술이 역사를 주도한다는 기술 결정론적 사고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인류가 기술로 인한 변화들 중에서 부정적인 변화는 늦추고 긍정적인 변화는 가속화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에서 ‘주도 시나리오’를 제시합니다. 저는 인간 본성의 보편성에 기대를 걸며 ‘주도 시나리오’가 가능하기를 기대합니다. 생명공학이 인류 미래에 도움이 될 수 있기 위해서는 기술 중심적인 사고와 무조건적인 옹호와 기대를 버려야 합니다. 그리고 이해당사자 사이에 이해와 공감에 바탕을 둔 대화가 필요합니다. 이것이 “지엠오 논쟁상자를 다시 열다”를 통해서 우리가 발견해야 할 ‘판도라의 상자’에 담긴 마지막 희망라고 생각합니다.” (최준호 서울환경연합 활동가, “지엠오 미래: 제3의 ‘주도 시나리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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