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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8.19 14:40 수정 : 2010.08.19 14:40

김환석 국민대 교수·과학사회학

[하니스페셜] GMO논쟁 4. 어떻게 할까

공공 논쟁 통한 사회적 합의에 해답

지엠오(GMO)가 안전한가 위험한가 하는 논쟁은 지엠오가 처음 상품으로 시장에 나타나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논쟁이 이렇게 좀처럼 끝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보다 지엠오의 안전성 여부에 대해 전문가집단인 과학자들 자신이 합의를 못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위험’ 태도 사람마다 달라

이렇게 아직 그 안전성에 대한 과학계의 합의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콩, 옥수수, 면화, 감자 등에 이어 다른 많은 지엠오 작물들이 국제적 경쟁 속에서 속속 개발되고 상품화하고 있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과 대책의 시급성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엠오의 위험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의 문제는 정부나 전문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공공 논쟁을 통한 사회적 합의에서 해답을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위험에 대한 태도들은 사람마다 매우 다양합니다. 이는 그들이 지닌 서로 다른 가치들을 반영하는 것인데, 사실 이런 가치의 다원성을 인정하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엠오의 위험에 대처하는 최종적 결정은 그 내용이 어떤 것이든 민주적인 공공 논쟁을 거쳐 공고한 사회적·정치적 수용 가능성을 획득할 수 있을 경우에만 오랫동안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까닭으로 인해 지엠오의 위험에 대처하는 사회적 의사결정에서 ‘시민 참여’의 중요성이 부각된다고 하겠습니다.

왜 시민 참여를 통해 지엠오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나을까요? 일반적으로 과학 관련 정책에서 시민 참여가 필요한 이유는 두 가지라고 지적되고 있습니다.

첫째, 일반 시민은 전문가가 지닌 지식과는 성질이 다른 유용한 통찰과 지식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는 대개 실험실에서 얻은 과학적 사실에 대한 지식만을 갖고 있지만, 일반 시민은 현장의 경험을 통해 얻은 실용적 지식(예컨대 지역환경에 대한 지식)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정책에 대한 신뢰도 평가와 가치 판단의 능력을 축적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숨기기보다 인정에서 출발

둘째, 시민 참여는 논쟁적인 신기술들에 대한 대중의 불신을 완화함으로써 정부 정책과 규제기구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민 참여는 대중의 우려를 건전하게 표출할 수 있는 제도적 공간을 마련해줄 뿐 아니라, 그렇게 해서 형성된 정책은 정당성과 사회적 수용 가능성이 한결 높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겁니다.

지엠오에 대해서 아직은 과학자도 정부도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더 많습니다. 지엠오에 대한 올바른 정책은 사실을 숨기는 것보다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과학자가 권위적 태도를 고집한다면, 그것은 자신들도 책임질 수 없는 위험을 더욱 가중시키는 일이 되겠지요. 정부와 과학자와는 다른 시각을 지닌 다양한 시민들의 의견을 경청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엠오 문제를 통해 이제 우리 모두는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 스스로 미래를 함께 모색하고 만들어가는 초유의 전지구적 실험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조심스럽게 한 발 두 발 앞으로 나아가야 할 이 실험에서 시민 참여가 요청되는 것은, 무엇보다 그것이 지엠오의 위험에 대해 중지를 모으고 사회적 합의를 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김환석 국민대 교수·과학사회학


이익-불이익 집단 이해관계 조정을

장호민 한국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 센터장

지엠오(GMO) 작물은 물질을 추출해 이용하는 바이오 의약 분야와 달리 우리의 먹을거리인 동시에 자연 환경에 살아 있는 상태로 존재하고 번식할 수 있어, 오랫동안 삶의 기반이 되어 온 식품과 농업, 생태환경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상업화 초기 단계부터 우려와 경계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갈등 방치하면 불편 커져

지엠오 작물을 둘러싼 논란은 보건의학의 쟁점을 비롯해 사회경제와 환경과학의 측면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는 매우 넓다고 하겠습니다. 또한 그 논란의 특성은 미래의 과학적 불확실성을 가정해 주장하기도 하고 삶의 가치관에 기본을 둔 문화적 또는 철학적 이야기로도 전개되기도 하여 근본적 타협이 어려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어느덧 지엠오는 콩, 옥수수 등 주요 곡물을 중심으로 하여 25개 국가에서 1,400만명에 달하는 농민이 생산하며 전세계적으로 소비되고 있습니다. 이런 실제적 상황을 감안할 때, 지엠오와 관련한 갈등 상태를 방치한다면 시장에서 날마다 선택을 해야 하는 소비자들한테는 불편한 상황이 지속되는 형국이 될 것입니다.

특히 주요 곡물을 수입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국민은 이른바 ‘인지부조화’ 내지 ‘인지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될 것입니다(도대체 지엠오 작물을 먹는다고 정말 어떤 위해가 생기는 건지, 아니면 안심하고 먹어도 되는 건지 도무지 확신이 서질 않으니까요). 이를 타결하기 위해서는 하루 속히 지엠오 작물을 인식하는 타협점을 찾아 이에 관한 보통사람들의 평형감각을 개발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위해 우선 지엠오 작물로부터 이익을 얻거나 불이익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관련 이해그룹들의 이해관계가 조정되어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그에 합의되는 상태를 이끌어 내는 것이 긴요하다고 봅니다. 또한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개발자, 생산자, 유통업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가능한 한 많이 포함되어 자신들의 견해가 잘 투영될 수 있도록 과정을 합리적으로 설치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혜택 최대로 이끌 지름길

여기에는 정보의 원활한 소통이 기본적으로 전제되어야 할 것이며, 따라서 전문정보를 알기 쉽게 전달하는 과학자와 결정단계의 정보를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공개하는 정부당국자의 책무가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지엠 작물의 난해한 특성을 감안한다면 지식을 알기 쉽게 전달하고 인식의 형성에 객관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지엠오 전문 커뮤니케이터를 양성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사실, 오늘날 지엠오 작물이 논란 속에서도 생산과 소비량이 증가하며 나름의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은 제도적 측면에서 국제적 타협을 이룬 바이오안전성의정서에 힘 입은 바 큽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지엠오 작물 등 유전자변형 생물체(LMO)의 관리를 위해, 2001년에 국내법이 제정되어 현재 운용되고 있으며, 이로써 국내에 수입되어 소비되거나 새롭게 연구개발되고 있는 지엠오 작물이 관리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도적 타협의 산물들에 대해서는 인식이 상호충돌되는 이슈들을 중심으로 끊임 없이 개선의 여지를 탐색해 궁극적으로 지엠오 작물에 관한 평형 감각을 확립해 나가는 데 지속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이해집단의 이해가 조정되고 타협될 수 있도록, 특히 소통의 자유와 투명성이 확보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는 곧 지엠오에서 얻을 수 있는 혜택을 최대로 끌어낼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장호민 한국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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