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세 ‘수줍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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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스페셜] 이달의 사진
한겨레가 뽑은 이달의 독자사진에 권혁세(전남 여수)씨와 신금철(경기도 파주 금촌동)씨의 사진이 선정되었습니다. 두 분께 한겨레가 마련한 소정의 기념품을 보내드립니다. 응모하실 분들은 한겨레신문 사진마을(http://photovil.hani.co.kr)에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권혁세 ‘수줍음’문을 경계로 걸친 망설임빛나는 ‘작은 것 큰 매력’ 소박한 삶 속 미적 감각 수줍음-처음엔 색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벽돌의 적갈색과 대문의 파란색이 대비를 이루면서 이국적인 느낌이 풍겨 나왔습니다. 오래된 대문은 색을 몇 번이나 덧칠했는지 흔적이 보입니다. 문에 붙어 있는 쇳조각의 장식은 우리나라의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대문 자체의 형태도 그렇습니다. 담장에 이어진 문이 아니고 벽을 뚫어놓은 것 같은 문의 구조 때문에 색다르게 보입니다. 그렇지만 대문 때문에 이 사진이 좋다는 이야긴 아닙니다. 크기는 작고 잘 보이지도 않지만 역시 소녀가 주인공입니다. 소녀가 문 바깥에 서 있을 수도 있고 문을 경계로 절반쯤 걸친 상태에서 한발을 문밖으로 내밀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 이 소녀는 완전히 집안의 공간에 머무르고 있으면서 바깥의 이방인과 마주친 상태입니다. 분명히 사진을 찍은 권혁세님과 시선이 한차례 마주친 상황에서 잠시 주춤했나 봅니다. 집안에 있는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음 순간에 이 중년의 이방인 사진가와 눈인사를 했을 것입니다. 문에 가린 소녀의 크기도 작지만 더 작은 것은 소녀의 눈입니다. 자세히 봐야 간신히 볼 수 있을 정도로 살짝 눈이 보입니다. 사진 전체 공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1000도 안 될 것입니다만 강력한 매력이 발산되는 포인트가 바로 눈입니다. 화면의 한가운데에서 “나갈까 말까” 망설이는 순간을 절묘하게 전달해주고 있습니다. 권혁세님은 “형형색색의 대문에서 위구르 인들의 소박한 삶과 함께 그들의 미적 감각을 발견했으며 소녀의 수줍음에서 우리와 같은 문화권임을 느낄 수 있었다”라고 말했습니다. 문을 열고 나온 사진도 예쁘겠지만 이 사진도 반짝거립니다.
신금철 ‘승자의 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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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잘 안되는 것에서도 준비해 낚아챈 예감 승리 일상에서 발견한 재미 승자의 환호-이제 막 판이 끝났습니다. 왼쪽 선수가 승리했습니다. 문자 그대로 파안대소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축구나 야구같이 움직임이 큰 운동경기에 비해서 바둑은 동작이 크질 않아서 “그림이 잘 안 되는” 종목입니다. 프로기사들의 바둑이라면 이런 사진도 나오질 않습니다. 결승대국에서 이세돌 9단이 구리 9단을 불계로 이겼다고 하더라도 저렇게 웃을 수는 없겠죠. 동네 바둑에서만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순간입니다. 사진을 찍은 신금철님은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전해왔습니다. “지난 겨울 복지관에 자주 들락거렸습니다. 바둑이 전개되는 양상을 한참 지켜봤는데 곧 승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것을 예감하고 한 발짝 물러나서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승자와 패자의 명암이 갈렸고 이 장면을 놓칠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 3단인 신금철님의 이야길 들어보면 마치 퓰리처상 사진전에 걸려 있는 사진들에 대한 설명을 보는 것 같습니다. 상황을 예측하고 순간을 노린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생활사진가들과 직업 사진가들이 별다를 바가 없습니다. 전쟁이나 초대형 재난의 현장에서 찍은 순간포착사진들은 주변이 엉성하게 포함된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배경정리도 안 되고 구도가 불안정한 사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배경정리와 구도에 대해 문제 삼지 않습니다. 그 사진들이 훌륭한 이유는 순간을 포착했기 때문입니다. 신금철님의 사진 또한 배경이 살짝 어수선하게 보일 수 있지만 이런 사진에서 그런 점을 지적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입니다. ‘승자의 환호’는 일상에서 발견한 결정적 순간입니다. 곽윤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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