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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8.19 14:16 수정 : 2010.08.19 14:16

“머리보다 발로 배워 가고 또 가고”

[하니스페셜] 생활사진가 고수 정혁진 씨
풍경있는 밤골목 좋아
일부러 묻고 말동무도

그저 남들처럼 놀러가면 대충 기념사진이나 찍을 줄 알았던 정혁진(34·회사원)씨가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은 여자친구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멋있게 찍어주기 위해서 ‘큰 카메라’를 사고 멋있는 곳을 찾아다녔는데 그러다가 “사람보다 사진에” 더 빠져서 헤어지고 말았답니다.

-사진과 카메라를 어떻게 배웠습니까?

=사진을 배운 적은 한 번도 없었고 사진이론서도 안 봤습니다. 카메라를 사면 따라오는 매뉴얼북만 보고 작동법을 익혔습니다. 혼자서 많이 찍는 것이 처음부터 지금까지 몸에 배어 있는 습관이자 스타일입니다. 이론서를 보는 시간에 더 많이 돌아다니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흑백을 주로 쓰는 이유가 있는지요?

=컬러는 통제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찍고 현상하고 인화까지 직접 할 수 있는 흑백이 훨씬 (통제하기가) 쉽습니다. 아직 컬러를 할 수준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카메라 두고 그냥 가기도

-요즘 주로 찍는 사진은?

=독산동에서 태어났고 신림동에서 20년 정도 살았습니다. 그 기억 때문인지 골목을 열심히 다니고 있습니다. 특히 밤 골목을 좋아합니다. 밤엔 밥 짓는 냄새도 나고 퇴근길 풍경도 볼 수 있습니다. (낮과 달리) 사람이 사는 골목, 포근한 골목의 느낌을 접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김기찬의 사진집을 본 적이 있습니까?

=골목안 풍경을 다룬 그의 사진집은 거의 다 본 것 같습니다. 당연히 영향을 받았겠죠. 하지만 비교하기는 쑥스러운 수준입니다. 아직 멀었습니다. 김기찬 선생의 사진은 훨씬 따뜻한 골목풍경들입니다.

-낯선 골목에서 어떻게 카메라를 들이댈 수 있습니까?

=철칙이 있습니다. (같은 장소를) 가능한 반복해서 갑니다. 카메라 없이 그냥 가기도 합니다. 말을 붙이기 위해 일부러 (아는 길도) 물어봅니다. 사진 찍을 생각을 접고 이야기만 하다가 옵니다. 자주 만나다 보면 서로 낯이 익으니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들 수가 있게 됩니다.

너무 빨리 사라지는 것 담아

-골목을 테마로 작업하는 셈이군요?

=골목은 소재 중의 하나입니다. 테마로 부르자면 “사라져 가는 것, 새롭게 생겨나는 것들에 대한 고찰”이라고 할까요? 철거가 진행되기 전에 아현2동의 골목길을 여러 번 찍었습니다. 주민들과 친해졌고 나눠주기 위해 찍은 사진을 흑백으로 인화해서 어느 날 들고 갔는데 그 며칠 사이 순식간에 빈 동네가 되어버린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너무 빨리 사라지는 주변을 담아두려고 합니다.

정혁진 씨

-정혁진씨는 일산디카매니어(IDM) 동호회원들과 함께 7번의 단체전을 한 경험이 있고, 2009년엔 한·일 포트폴리오 교류전에 참가한 적도 있습니다만 전업작가가 되려는 꿈은 꾸지 않고 있습니다.

=틈이 날 때 좋아하는 것을 찍을 수 있는 지금 이대로가 딱 좋습니다. 나중에 누군가 나의 사진을 보고 공감해주는 날이 온다면 더 기쁘겠습니다.

그의 홈페이지엔 여러 가지 소재와 테마별로 가지런히 정리된 사진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찾아가보시길 권합니다. http://www.enelmar.com/

곽윤섭 기자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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