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7.21 23:10
수정 : 2010.07.21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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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포토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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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스페셜]
‘한겨레 선정 사진가’ 선발,
온-오프로 발표 기회 보장
하니포토워크숍은 디에스엘알(DSLR)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와 함께 사진이 하나의 시대적 문화흐름으로 다가옴에 따라 만들어졌습니다. 연말까지 제 4기워크숍이 진행되고 나면 최종적으로 3인 안팎의 ‘한겨레 선정 사진가’를 선발합니다. 선발된 사진가에겐 이후 한겨레의 종이지면과 온라인지면을 통해 작품발표의 기회를 지속적으로 보장할 계획입니다. 하니포토워크숍은 생활사진가와 작가들에게 제공되는 만남의 기회이면서 동시에 교육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또한 공식적인 사진가 등용의 길이 전무하다시피한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사진가 등용 프로그램입니다.
3박4일, 제주는 안개의 바다였다
27명이 그 속으로 사라졌다
1시간 뒤 안개 뚫고 툭툭 튀어나왔다
누구는 따로, 누구는 같이
혼자만의 공간, 그만의 시간을 찍었다
이재영 / 제주도의 돌과…
이종훈 / 제주의 담
이꽃리 / 숲의 틈
모두 안갯속으로 사라져버렸습니다. 하니포토워크숍 셋째 날인 7월3일 제주 서귀포시 알뜨르 비행장에서였습니다. 7월1~4일 일정이 진행되는 기간 내내 제주도는 안개 속에 머물러 있었지만, 이날 27명의 참가자들은 1시간의 촬영시간을 제시하자마자 안개에 몸을 감춰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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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씨의 ‘제주도의 돌과 그 속에 사는 사람’. 석공예 명장 장공익 노인이 가장 좋아하신다는 자리. 옆에 있는 말의 얼굴과 신기하게도 닮은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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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고수고 누가 초보인지…
그것이 현재 생활사진가들을 포함한 사진가들이 처해 있는 상황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얼마 전까지는 들고 있는 카메라와 렌즈, 카메라가방만으로 내공을 판단할 수 있다고 믿어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외형만으로는 실력을 가늠할 수가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어디 장비뿐인가요. 사진 찍는 자세도 가히 전문가들 이상입니다. 필요하다면 옷이 지저분해지더라도 아무 바닥이든 드러누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1시간이 지나고 다른 장소로 옮겨야 하는 약속시간이 다가오자 먹잇감을 노리는 맹금류의 날카로운 눈매를 닮은 사진가들이 이곳저곳에서 안개를 뚫고 툭툭 튀어나옵니다. 어떤 사진을 찍었을까 궁금합니다. 누가 고수이고 누가 초보인지 전혀 짐작할 수가 없습니다. 최종 10장을 출품하기 전까지 참가자들의 정체는 이렇게 ‘안갯속’에 가려져 있었습니다. 참가자들은 많게는 10여 명씩 모여서 다니기도 했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혼자서 일정을 보낸 이들도 있었습니다. 같은 시간대에 같은 공간에 투입되었던 경우에도 찍어온 사진이 다르다는 것이 사진의 매력이라 매우 놀랄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특히 넓게 펼쳐진 오름과 길게 이어진 올레길에서 안개라는 커튼을 각자 젖히고 들어가 버리면 그 순간부터는 혼자만의 공간이 열린 듯했습니다. 저마다 공간에서 개성 있는 시각을 유지한 채 렌즈로 훑어내리니 특별한 사진이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돌하루방 명장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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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수의 눈빛으로 렌즈, 안개 걷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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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작 수상자 이재영(32)씨는 어느 순간 닌자처럼 종적을 감췄습니다. 제주도에 걸맞은 테마를 찍고 싶었고 떠오른 여러 이미지 중에서 ‘돌’을 붙잡고 씨름을 했습니다. 돌하르방 장인을 수소문한 끝에 한림공원 근처 석물원에서 현재 제주도에서 손수 돌하르방을 제작하는 단 두 명 중의 한 명을 만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석공예 명장 장공익 노인이었습니다. 주어진 시간은 짧았으나 전광석화 같은 솜씨로 촬영했습니다. 포토스토리를 구성하는 솜씨가 그의 사진 속 석공예 명장 만큼이나 날렵합니다. 이씨는 “카메라를 잡은 지는 10년 정도 되었지만 근래에 들어 어쩐지 시들해졌다”며 “스스로 자극을 주기 위해 워크숍에 참가했다”고 밝혔습니다. 그의 작품 ‘제주도의 돌과 그 속에 사는 사람’은 이재영씨 본인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도 자극이 될 것 같습니다.
1년 내공의 ‘숲’ 울창
다른 우수작 수상자인 이꽃리(39)씨는 사흘째 오전까지 다른 참가자들과 일정을 공유하더니 오후에 휑하니 사라졌고 그날 밤 리뷰시간엔 ‘짙은’ 사진을 선보여서 일행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1년 전부터 천리포수목원, 오대산의 한국자생식물원 등 전국의 산과 수목원을 찾아다니면서 자신의 테마-숲을 촬영해왔던 이씨는 제주에서도 숲을 찾아갈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의 ‘숲의 틈’은 선흘리 동백숲 곶자왈에서 나온 작품입니다. 곶자왈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한대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제주도의 독특한 숲 또는 지형을 일컫습니다. 충분한 사전조사가 있었으니 가능했던 사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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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씨의 ‘제주의 담’. 제주도의 담은 함께 사는 삶의 공간입니다. 담장 위로 곱게 핀 능소화가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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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과 식물, 공존과 경계
세 번째 우수작 수상자 이종훈(42)씨는 다른 참가자들과 끝까지 함께 다니면서 자신의 테마를 소화해냈습니다. 삼양동, 대정읍, 김영갑갤러리, 삼성혈 등 어디를 가든지 담장을 찍었습니다. 최종 제출한 10장의 사진은 최소한 5군데 이상의 서로 다른 장소에서 찍은 것입니다. 같은 제주라고 해도 찍은 곳이 다르면 시각의 통일성이 깨지기 쉬운 법이지만 같은 시선을 유지함으로써 극복해냈습니다. 그의 작품 ‘제주의 담’에는 거의 대부분의 사진에서 짙은 녹색의 나무 혹은 잎들이 담과 함께 등장합니다. 돌담과 식물의 공존으로 보이지만 둘은 같은 성질이 아닙니다. 돌은 움직임이 없고 단단하지만 식물은 살아 꿈틀거리면서 조화를 부립니다. 공존도 보이지만 경계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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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꽃리씨의 ‘숲의 틈’. 가끔은 번개가 가끔은 거센 비바람이, 또 가끔은 화마가 키 큰 나무들을 부러뜨립니다. 어떤 때는 쓰러지는 나무가 곁을 덮쳐 다른 나무의 죽음을 만들기도 합니다. 나무의 죽음은 숲의 틈을 만듭니다. 장렬한 죽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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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기 아쉬운 듯 안개 발목
워크숍은 본인들의 희망에 따라 기초반과 스토리반으로 구성됐습니다. 하지만 최종 심사는 반 구분없이 함께했습니다. 참가자 가운데 최고령이었던 김형윤(64)씨는 기초반이었지만 뛰어난 솜씨를 보였고 거듭된 심사에서 최종 다섯 명까지 포함되는 기염을 토했으나 안타깝게 수상권에서 벗어났습니다. 27명의 생활사진가를 뭍으로 돌려보내기 싫어서였을까요? 3박4일의 일정을 마친 7월4일 공항에서 제주도를 떠나는 비행기를 기다리는 순간까지 안개는 워크숍 참가자들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짙은 안개로 오전에만 열여섯 편이 결항됐습니다. 다행히 오후 들면서 시야가 열리기 시작했고 비행기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7월12일 최봉림 평론가를 비롯한 다섯 명의 심사위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최종 출품작을 음미했습니다. 고개가 끄덕여졌고 베일에 가렸던 참가자들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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