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니스페셜] 제1회 생물번개
일반인 ‘생물번개’ 잔치 참가 후기
큰 애가 원하던 곤충 채집에 나섰습니다.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아이들이 채집하는 폼이 뭔가 중요한 일을 하는 것처럼 아주 신중합니다. 들과 산에서 잠자리채를 마구 휘둘러대는 것과 차원이 다릅니다. 조심스럽게 한 마리 한 마리씩 채집해 통에 넣습니다. 평소라면 무시했을 아주 작은 곤충에게도 의미를 부여하며 소중히 다룹니다. 아이들이 한창 채집에 열을 올리는데 아쉽게도 벌써 시간이 다 되었답니다.
그저 벌레라고만 했는데
내려와서 기절한 곤충들을 놓고 전문가가 하나하나 알려주는 이름을 빼놓지 않고 들었습니다. 전문가는 역시 전문가! 곤충을 보는 대로 바로 이름이 나옵니다. 우리도 흔히 보았던 곤충들도 있었지만 그저 ‘벌레’라며 무시했던 녀석들도 다 이름이 있었습니다. 우리 아이들 눈이 점점 또록또록해집니다. 아이 아빠도 유심히 듣는 모습이 꽤 진지합니다. 나도 평소 궁금했던 질문을 해봅니다. 정말 좋은 기회 아닌가요? 네이버에 물어도 안 나오는 대답을 이렇게 박사님으로부터 바로 들을 수 있다니 말입니다.
적응이 느린 우리 식구는 “아,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거구나”라며 그제야 분위기 파악이 됐습니다. 그 다음에 우리 부부는 ‘나무이름 알기’, 아이들은 ‘초본이름 알기’로 각자 하고 싶은 분야로 갈라졌습니다. 전에 수목원에서 도우미로부터 몇 시간씩 설명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도 참 좋다는 생각을 했지만, 집에 와 돌이켜 보니 나무 이름 몇개를 빼고는 대부분 잊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나무 이름에 대해 분류하는 방법을 알려주니 잠깐 동안의 설명이었지만 너무나 유용하고 소중했습니다. 특히 아이 아빠는 나무의 잎이나 모양으로 기억하는 눈썰미가 부족해 시골생활 8년차에도 번번이 나무를 구별 못했는데, 이렇게 분류하는 방법을 들으니 귀에 쏙쏙 들어왔나 봅니다. 연신 감탄을 하며 모범생 수업태도로 아주 열심히 듣고 있습니다.
그 소리가 그 소리였구나!
그렇지만 또 시간에 쫓겨 배움의 즐거움을 잠시 접고 훌라후프 식물 분류에 참가했습니다. 이건 뭘까? 훌라후프를 가지고 이런 것도 조사할 수 있다니. 설명을 들으며 흔하디 흔한 식물을 보면서 그 이름을 적고 생김새를 살펴보고 그 다음에 어떻게 자랄지 성장과정을 적는 방법에 대해 들으며 마치 ‘득도’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큰 애가 프로젝트학습을 일 년 동안 진행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둘이 무척 고민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생물에 관심이 많았지만 그걸 어떻게 풀어줘야 할지 몰랐는데, 그때 이런 방법을 알았더라면 얼마나 요긴했을까요. 새 박사님이 알려준 검은등뻐꾸기 소리는, 산에서 들려올 때마다 무슨 새일까 몇 년째 궁금하던 것이었습니다. “그래 이제야 네 이름을 알았다. 너무나 청아하게 울어대던 네가 누구일까 궁금했는데.” 우리들은 아! 하고 탄성을 올렸습니다. 인간은 937종에 +1일뿐 행사가 모두 끝나고 24시간 동안 조사해서 얻은 종의 수는 무려 937종이랍니다. 937종이 모두 제 이름이 있고 그들의 존재가 이곳에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정말 놀랍고 황홀합니다. 그날 우리들과 함께 937종의 생명체가 자연에서 숨쉬고 느꼈을 순간을 생각하면 가슴이 짜릿합니다. 아이들 덕분에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끼게 되었고 사실 오늘도 아이들 앞세워 온 것이었는데요. 내가 이렇게 큰 선물을 받은 느낌은 전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발에 밟히는 작은 식물에게도 이름이 있고 눈앞에서 가물가물 귀찮게 하는 작은 ‘벌레’도 자신의 이름을 가지고, 그날만은 소중한 존재로 등극되어 종의 수를 채워주었습니다. 김진선/ 일반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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