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니스페셜] 제1회 생물번개
전문가 ‘생물번개’ 잔치 참가 후기
“나비 하면 아름답고 다정한 호랑나비와 하늘하늘 모시옷을 입은 모시나비 등을 떠올리는데, 만지면 눈이 먼다고 착각하는 나방의 세계가 사실은 더 풍부하고 아름답다는 사실을 일반인들에게 어떻게 알릴 수 있을까?”
이것이 평생 나방을 연구하는 나의 고민 중의 하나였습니다. 다양한 나방의 세계가 과거와 현재를 거쳐 우리의 미래에 얼마나 의미있는 존재일까를 이해시키기 위해 나의 작은 지식들을 전달하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지만, 실제로 그건 참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이 아름다움 어떻게 알릴까
그런데 뜻하지 않게 정말 번개처럼 기획되어 실행에 옮겨진 이번 생물다양성 번개를 하면서 그 고민에 대한 실마리를 풀 것같은 가능성과 기대감에 살짝 흥분되고, 그래서 그 시간들이 더 없이 행복했습니다. 적어도 그날 봉화의 한 골짜기에 모여 함께 24시간을 보내면서, 어둠 속에서 불빛을 향해 날아오는 나방들을 함께 보았던 사람들은 조금씩 마음을 열어 나방이라는 생물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전문가와의 대화에서 우리가 나누었던 이런 저런 이야기들은 전문가와 일반인이 적어도 생물에 대해 공감하는 지점이 있음을 깨닫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고 봅니다. 나방은 분류체계상 곤충강 나비목에 속하는데, 나비목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노랑나비, 배추흰나비 등과 같은 나비들이겠지만 실제로 나비보다는 나방의 종류가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별로 많지 않습니다. 실제로 전 세계에서 기록된 나비류는 약 2만여종인데 견줘 나방류는 20만여종에 육박하는 다양한 종들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전체 곤충류 중 딱정벌레류 다음으로 높은 종다양성을 가지는 중요한 곤충입니다.
우리가 봉화에서 만난 곤충 그리고 나방들은 그 중 극히 일부였지만 그날 우리들은 그 자리에서 생물다양성의 일부를 만나고 느꼈습니다.
이 모든 다양성은 자연생태계에서 나오기 때문에 우리 산림생태계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정확한 파악을 위해서 생물자원을 체계적으로 조사하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번에 봉화에서 열린 생물탐사작전은 조사를 지루하지 않은 방식으로 이끌어 내는 시도가 참신했습니다. 그래서 나방을 포함한 생물들에 대한 일반인의 새로운 생각과 관심을 끌어내 본 것인데, 함께 생물다양성을 만난 것이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함께 생물다양성 만나 앞으로 곤충다양성은 국가의 생물주권과 자원 활용의 기초가 되는 매우 중요한 국가자산이 될 겁니다. 이번 ‘번개’는 이런 중요성에 공감한 전문가와 일반인이 함께 내디딘 첫 걸음입니다. 이러한 시도가 더욱 다양하게 발전하여 행복하고 의미있게 진화하길 기대해 봅니다. 변봉규/국립수목원 생물조사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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