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번개 현장에 있는 문화재 용도로 관리중인 소나무, 500그루 중 가장 잘 생긴 소나무로 꼽힌다.
[하니스페셜] 제1회 생물번개
솔바람에 실려 노란 소나무 꽃가루가 퍼져나가는 경북 봉화의 한 골짜기 금강소나무 숲에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생물다양성 보전작전을 펼치기 위해서지요. 몇 년 뒤에는 이곳에 백두대간 국립수목원이 세워져 기후변화의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될 식물의 도피처가 될 예정이어서 모임의 뜻이 더욱 큽니다.
미래에 대한 기본적인 투자
자연에서 살아가는 생명들은 얼마나 다양성을 지향할까요. 소나무 암꽃이 수꽃 아래 달리면 매우 효율적일것 같지만 거꾸로 암꽃이 수꽃 위에 놓입니다.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암수가 만나는 근친교배가 피하려는 배려가 이유 중 하나입니다.
반대로 참나리는 사람이 선택해 심지 않는다면 퍼져나가지 않습니다. 스스로 퍼져나가는 야성을 대부분 잃어버린 탓인데, 개체간 다양성을 포기하였기 때문입니다.
생물다양성을 지켜야 하는 것은 꼭 지구의 모든 생물을 위한다는 거창한 뜻이 아닌 지극히 인간 중심적인 측면에서 보아도 그렇습니다. 과학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우리가 생물다양성에서 무엇이든 찾아낼 수 있는 확률은 높아만 갑니다. 미처 인간이 그 가치를 알아내기 전에 사라지는 것을 막고 인간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해서라도 생물다양성 보전은 지구 미래의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은행나무가 공룡들과 함께 사라졌다면 혈액순환을 도와주는 은행나무의 추출액은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같은 은행나무라도 개체간의 다양성을 인식하지 않았다면 우리 땅에서 나는 은행나무에 몇배나 많은 유효성분이 있는 잎이 달린다는 사실도 함께 사라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문제가 남아 있는데 일반인들에게는 도무지 이 화두가 잘 와 닿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 일이 우리 모두에게 얼마나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지, 이 지구상의 생물다양성에 대한 다양함의 규모와 범주가 얼마나 되는지도 알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이 생물다양성보전 작전은 참으로 명쾌하고 재미있었습니다. 거창한 이론 성명보다 함께 한 24시간 속에서 이런 저런 프로그램을 따라, 혹은 날아다니는 나비를 따라 어슬렁어슬렁 기웃거리며 자연스럽게 생물다양성을 만났습니다.
딱딱한 조사장치 대신 함께 놀던 훌라후프를 던져 그 속의 식생을 들여다보며 놀이처럼 조사방법의 원리를 깨달았습니다. 평생을 한 분류군에 빠져 사는 전문가들의 가슴 찐한 사연과 그 한계도 느꼈습니다. 그 시간 속에 생물다양성을 글자로 읽지 않아도 마음은 즐거움 혹은 흐뭇함 속에서 소중함을 인식하고, 본능적으로 보전의 필요성을 느꼈을 것입니다.
어슬렁어슬렁 놀이처럼
아름다운 어린이와 청소년이 함께 해 더욱 행복했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에 생물다양성 보전의 화두를 퍼뜨려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렇게 모두 변해야 미래를 위한 생물다양성 보전이 비로소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이유미/국립수목원 박사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나무 100가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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