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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1.17 13:29 수정 : 2011.11.17 13:39

타이 방콕 돈므앙공항의 입국 수속 카운터.

[매거진 esc] 김형렬의 트래블 기어

뉴욕 쌍둥이빌딩에 9·11 테러가 터진 뒤, 회사 동료들이 미국 출장을 가게 되었다. 그중 한 친구는 20대였는데 외모가 <삼국지>에 나오는 장비처럼 구레나룻이 무성했다. 미국 비자 인터뷰도 통과하고 미국행 비행기에까지도 잘 올랐다고 한다. 그런데 출발 3일 뒤쯤 이 친구를 회사 복도에서 마주쳤다. “벌써 다녀왔어요?” “미국 공항에서 입국 거부당했어요. 아랍인처럼 보였나봐요.”

비자만 있으면 입국에 문제가 없다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사실은 입국에 대한 최종 권한은 입국 때 입국심사관에게 있다. 여권과 비자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해도 출입국카드를 잘못 작성하거나 심사관의 질문에 솔직하게 답변하지 못할 경우 입국이 불허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필자도 20년 전쯤 동남아를 두달 넘게 여행한 뒤 도쿄 나리타공항에서 호된 입국심사를 당한 적이 있다. 당연히 비자도 있었고 여권에도 문제가 없었지만, 당시 장기 해외여행을 하는 한국인이 드물었던데다, 짐 속에서 나온 우황청심환을 ‘medicine’이 아닌 ‘drug’라고 잘못 대답했다가 오해를 산 탓이었다.

나라마다 외국인에 대한 입국허가는 그 나라의 주권에 관한 것이므로 정답이란 것이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신혼여행 때 많이 가는 발리 섬의 경우 인도네시아 입국 때 25달러짜리 도착 비자를 구입해야 한다. 이때 여권 유효기간이 6개월에서 단 1일이라도 모자라면 입국이 허가되지 않는다. 더 억울한 것은 입국이 거부돼도 구입한 비자를 환불해 주지 않는다는 것. 타이의 경우는 반대다. 유럽인에게는 1개월짜리 유료 비자가 있어야 입국을 허가하지만, 한국인에게는 3개월 무비자 입국을 허락한다.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미국의 경우, 14달러짜리 전자입국허가(ESTA)를 받은 사람들에게는 비자 없이 입국을 허가하지만, 출국할 때는 공항에서 보안체크만 할 뿐 출국심사 절차가 아예 없어 허무하기까지 하다. 오스트레일리아는 비행기표를 구입할 때 전자비자를 신청하는데, 이때 거부되면 대사관에서 인터뷰를 받아야 한다. 중국은 비자를 신청할 때 일종의 급행료가 있어서 발급 소요시간에 따라 요금이 다르다.

지금까지 여행하는 동안, 입국심사관들이 마음에 드는 나라는 하나도 없었다. 대개 관료적이거나 무엄한 표정을 짓는 경우가 많았다. 부자 나라들은 불법 취업자나 테러리스트 잡아내느라 권위적인 경우가 많았고, 가난한 나라들은 외국인들에게 이런저런 구실로 돈 뜯어낼 궁리만 하는 것 같다. 부국이나 빈국이나 단정치 못한 가난뱅이 여행자를 환영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어느 나라든 입국할 때만은 옷매무새나 몸가짐을 깔끔하게 하는 예의를 보여주는 게 여행자에게도 그 나라에도 좋다.

글·사진 호텔자바 이사(www.hoteljav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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