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7.28 21:59
수정 : 2010.07.28 21:59
[매거진 esc] 곰사장의 망해도 어쩔 수 없다
일본 출신 음악인인 도쿠마루 슈고와 함께 일을 하기로 했다. 이미 한차례의 내한 공연을 치렀고, 그의 네번째 음반을 8월 중에 국내에 발매할 예정이다. 올해 초에 ‘토’(toe)라는 일본 밴드와 작업하면서 시작한 해외 음반 사업이 성과를 보고 있는 중이다. 도쿠마루 슈고의 매니저가 알고 지내던 토의 멤버로부터 우리 회사에 대한 얘기를 들어 괜찮다고 판단했는지 먼저 연락을 했고, 그것을 계기로 성사된 작업이다. 일본 사업 본부의 쾌거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지난번에도 잠깐 얘기한 바 있지만 일본 사업 본부, 사실은 실무 담당자의 힘을 북돋아 주기 위해 3초의 고민 끝에 만든 조직이었다. 이처럼 냉큼 사업 본부를 만든 것은, 기본적으로는 대책 없이 진행한 일이나 한편으로는 언젠가는 일본으로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체 음악 청취자 중 크게 잡아 2%, 적게 잡으면 1%에 불과한 사람들이 록 음악을 듣고 있는 한국 음악 시장의 취향 편중은 록 음악 위주의 인디 음반을 만들고 있는 입장에서는 솔직히 절망적이다. 그래서 해외를 살펴보면, ‘동경의 땅’인 영국과 미국은 너무 동경하던 곳이라 현실감도 없고 물리적으로도 너무 멀다. 비행기 삯이 비싸다. 그래도 해볼 만하다 싶은 게 일본. 한국에선 1000장도 안 팔리는 록 음반이 10만장 넘게 팔리는 그곳에선 뭔가 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물론 만만하더라도 어디까지나 ‘그나마’ 그런 것일 따름이다. 그곳 밴드들의 실력은 한국밴드들의 그것과 레벨이 다르다는 풍문은 이미 눈과 귀로 확인을 했고, 이미 진출을 시도했다가 별로 재미를 못 봤다는 얘기도 여러번 들었다. 도쿠마루 슈고만 봐도 그렇다. 20대 중반에 미국의 레이블을 통해 일본어 가사의 데뷔 음반을 낸 이래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를 돌아다니며 음악을 하는 사람이다. ‘전미 투어’에 ‘유럽 투어’라니. 한국에서 전국을 투어한다는 생각만 해도 살이 덜덜 떨려오는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 너머에 있는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잔뜩 위축된 마음으로 공연을 위해 한국을 찾은 도쿠마루 슈고를 만났다. 만약 쓰는 말이 일본어만 아니었다면 한국의 여느 인디 음악인하고 얘기하는 것이라 해도 무방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공연에서 보여준 실력은 확실히 훌륭했지만, 그 정도라면 노력한다면 해볼 만하단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현재 붕가붕가레코드는 도쿠마루 슈고의 매니저의 도움으로 올해 11월에 ‘장기하와 얼굴들’의 첫 일본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붕가붕가레코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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