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0.06.30 22:04 수정 : 2010.06.30 22:04

곰사장의 망해도 어쩔 수 없다

[매거진 esc] 곰사장의 망해도 어쩔 수 없다

직장인임에도 불구하고 매일 저녁 여덟시부터 새벽 다섯시까지 월드컵 모든 경기를 빼놓지 않고 보는, 그래서 “너희 회사는 요새 방학이냐?”는 얘기를 듣는 지인이 있다. 하긴 축구를 싫어하는 나도 어쩌다 유럽이나 남미 강호들이 나오는 경기를 보면 꽤나 재밌다 싶은데, 평소에도 축구를 즐기는 그 친구는 오죽하겠는가.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한달 내내 경기를 벌이는 월드컵이다. 환장할 정도로 좋겠지.

록 음악을 즐겨 듣는 이로서 월드컵에 필적할 만한 이벤트를 생각해보면 역시 록페스티벌을 꼽아야 할 것이다. 록페스티벌이란 적으면 열댓에서 많으면 수십에 이르는 많은 록 음악인들이 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2박3일로 릴레이 공연을 펼치는 이벤트를 총칭한다. 록 팬으로서는 며칠 동안 록 음악만 죽도록 들을 수 있는 기회이자 많은 음악인들을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몰아서 볼 수 있는 기회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평소 보기 힘든 외국의 유명 음악인을 페스티벌의 핵심 출연자인 ‘헤드라이너’(Headliner)의 형태로 만나볼 수 있는 드문 기회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록페스티벌이라 하면 그 시작은 비와 눈물에 젖어 있다. 아직도 1999년의 트라이포트 록페스티벌을 잊을 수 없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국제 규모의 페스티벌이었는데, 당시 굉장히 흥했던 세계적인 음악인을 포함하여 지금 봐도 대단하다 싶을 정도의 출연진을 자랑하고 있었다. 당연히 한국의 록 팬들은 사흘 굶은 거지가 쉰밥에 달려들듯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고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입장권 이벤트에까지 당첨되었으니 금상첨화. 하지만 당시 지방의 고3 수험생이었던 나는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어머니의 반대로 결국 입장권을 서울 사는 친구에게 양보하고 쓰디쓴 눈물을 삼키며 보충수업에 참석해야 했다. 그런데 결국 대망의 페스티벌은 하필 몇십년 만에 서해안 지역으로 타고 올라간 태풍으로 인해 이틀째 행사 취소에 이은 대량 환불로 이어졌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는 뭔가 새옹지마 같은 느낌이었으나 한국의 록 팬 모두에겐 비극 같은 일이었다. 이후 몇년간 이 정도 국제 규모의 페스티벌이 열리기란 요원한 일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 후로 십년이 지난 지금, 7월 하순부터 펜타포트 페스티벌을 시작으로 지산 밸리 록페스티벌, 그리고 8월 첫 주에 피스 앳 디엠제트(Peace at DMZ)까지, 국제 록페스티벌의 불모지라고 일컬어지던 한국에 여름 동안 무려 세개의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 그사이 한국 음악 시장이 그리 커진 것도 아닌데 과연 이 페스티벌들이 상업적으로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지 우려가 들기도 하지만 보는 사람으로서야 각기 다른 장점을 가진 페스티벌의 등장은 반길 만한 일이다. 이언 브라운(Ian Brown)과 펫샵보이스(Pet Shop Boys)를 한해에 모두 보게 될 수 있을 줄이야. 그리고 이 쟁쟁한 음악인들 사이에 우리 회사 음악인들이 끼어 있는 건, 그래서 어물쩍 공짜로 볼 수 있게 된 건, 나름 감개무량한 일. 이모저모로 기대되는 여름이다.

붕가붕가레코드 대표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곰사장의 망해도 어쩔 수 없다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