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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4.30 08:52 수정 : 2010.04.30 08:52

[매거진 esc] 곰사장의 망해도 어쩔 수 없다

올해 1분기에 들었던 것 중에서 유난히 반짝거리는 두 장의 데뷔 음반. 나름 올해 한국 인디계의 큰 성과가 될 만한 음반들, ‘9와 숫자들’의 <9와 숫자들>과 ‘티비옐로우’의 <스트레인지 이어스>(Strange Ears)다.

이 두 음반의 특징은 노래의 선율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노래치고 선율이 두드러지지 않는 게 뭐가 있겠느냐고 반문하는 이도 있겠으나, 그렇지 않다. 기본적으로 밴드 음악은 ‘노래’를 그저 전체적인 소리의 부분으로 간주한다. 요컨대 기타 소리가 어떤 톤을 가지고 있고 베이스가 어떤 리듬을 연주하는지가 노래의 선율만큼이나 중요한 것이다. 이 두 음반은 인디의 음악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밴드 음악이다. 그것도 꽤나 공들였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밀도 높은 소리를 자랑한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노래가 두드러지는 것이다.

이거 꽤 중요하다. 우리 음악 경험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노래방을 떠올려 보자. 록 음악의 명곡을 신청해선 노래보다는 반주에 심취하는 나를 비롯한 일부 진상들을 제외하면 대개는 부르고 나면 제대로 한번 불렀다는 생각이 날 법한 노래를 부를 것이다.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서 음주 가무를 즐긴다고 지적받았던 조상님들의 피가 장구하게 흘러내려서 그런지는 몰라도, 한국 사람에게 노래란 듣기 이전에 부르는 것이다. 한국에서 팔리는 노래도 대부분 이런 노래들이다. 부를 맛이 나는 노래. 그리고 저들의 노래들이 바로 이러한 범주에 들어가 있다.

그래서 대체 왜 이 음반들이 안 팔리고 있는지 잘 이해가 안 된다. 이런 노래들이 팔리던 시절이 있었다. 소박함, 개성, 살짝 엇나가는 것, 가사와 멜로디에 배어 있는 지극한 감정들. 옛날을 그리워하는 건 영 취향에 안 맞지만, ‘붉은 노을’을 이문세가 부른 것과 빅뱅이 부른 것을 들어 보면 어쩔 수 없이 지금의 노래들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다. 너무 매끈하여 쾌락도 생채기도 모두 합성되었다는 느낌이다. 지금의 노래들은 부르고 있으면 몸은 흥분이 되지만 감정적으로는 반응이 오질 않는다.

차트에 온통 저런 노래들만 있는 것이, 듣는 이들이 문제인지 만드는 이들이 문제인지 전달하는 이들이 문제인지는 모르겠다. 이게 문제가 아니고 애초에 팔리기 힘들 만한 노래를 갖고 억지를 부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음악 산업의 종사자랍시고 갖고 있는 약간의 의무감이 억지라도 부리게 한다. 이 음반들이 상기시켜 준 경험, 나도 모르게 노래의 멜로디를 흥얼거리다 보면 어느새 감정적으로 동화가 되는 최상급의 음악적 경험을 널리 공유하고 싶은 것이다. 이래 가지고선 우리 노래 팔아먹기가 영 글러먹었다는 것도 문제다.

붕가붕가레코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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