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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9.01 20:53 수정 : 2010.09.01 20:53

[매거진 esc] 책에서 배우는 위로의 기술

아리스토텔레스는 남자아이를 낳으려면 성관계 전에 왼쪽 고환을 묶으라고 했다. <탈무드>에서는 남자가 여자에게 먼저 성적인 클라이맥스에 이르도록 하면 아들을 낳는 축복을 얻을 것이라고 가르친다. 이러한 민간요법이 실패하는 곳에서 오늘날의 생명공학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마이클 샌델은 <생명의 윤리를 말하다>에서 말하고 있다. 딸 아들 구별 말고 아이라고 했다면 더 마음이 찌릿거렸겠지.

어쩌다 스팸메일함을 열었다가 의문이 생겼다. 메일 제목들은 다음과 같다. 보낸이 성란, “아직도 오빠 생각만 하면 가슴이 설레 … 이래도 안”(에서 끊겼다.) 보낸이 이하선2, “밑에 땀차서 기다리구 있어 어서 달려와 자기야.” 보낸이 강예슬, “오늘밤 연락주세요 … 원나잇 원해요.” 보낸이 이가인, “엘프녀들 대기중이에요, 연락주세여.” 대출 안내와 행사 정보를 빙자한 광고 메일을 제외하면 저런 메일이 가장 많다. 보낸 이는 여자고, 대개 나를 오빠나 자기라고 부르며, 자신의 외모가 뛰어남을 강조하며 당장 연락 달라고 한다. 왜 여자를 타깃으로 한 스팸메일은 없지? 세계 인구의 절반이 여자라면 인터넷 사용인구의 절반도 여자일진대. 이것도 성차별이라면 성차별이라고. 이런 메일은 왜 없나. 보낸이 최승기, “누난 내 여자니까, 너라고 부를게. 전화주세요.” 보낸이 김원빈, “한 번만 안아보자.” 보낸이 강동건, “많이 묵자 안하나 … 같이 가자 하와이.”

오빠들뿐 아니라 언니들에게도, 스팸메일 제목에 위로받는 밤은 있기 마련이라고. 지금까지 내가 받아본 스팸메일 중 가장 흡족했던 것은 이렇다. 회사 계정 메일로 온 스팸메일이었다. 메일 제목은 “구글에서 보내는 감사편지”. 내용은 이랬다. “당신이 제출한 이력서는 잘 받았다. 우리 인사팀이 면밀히 검토중이다. 곧 연락하겠다. 당신이 제출한 이력서가 궁금하면 첨부된 문서를 클릭하라.”

아내에게 별을 안 보여주고 아들 타령만 하는 남편을 위해 <탈무드>가 경종을 울렸듯이(이게 아닌가?) 이제 여자들을 위해 최승기, 김원빈, 강동건의 스팸을 개발하라! 내놔라! 섹스는 남자만 할 줄 아는 게 아니다.

이다혜/<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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