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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8.04 17:57 수정 : 2010.08.04 17:57

[매거진 esc] 책에서 배우는 위로의 기술

나이 앞 자릿수가 4인, 미혼인 여자 선배의 조언에 따르면 이렇다. 친구들이 결혼하는 모습을 보고 부러워 죽겠고 외로워 미치겠는 것도 잠깐이라고. 자신의 외로움에 익숙해지거나 결혼한 친구들이 불행해지니까. 그래서인지 결혼식에 참석한 뒤 친구들과 술을 마시러 간다는 말에 “오늘 같은 날은 마시지 않는 게 좋다”는 충고를 한 트럭분 분양받았다.

사실 미혼으로 사는 일의 진짜 문제는 혼기가 찬(혹은 지난) 자녀를 둔 부모가 느끼는 수치심이다. 좋은 혼처를 찾을 때까지 수치심은 수그러들 줄을 모른다. 로스쿨 진학을 앞둔 친구는 “내년 결혼”을 목표로 한 어머니가 가열찬 ‘튜닝 프로그램’을 짜놨다며, 피부과와 성형외과와 헬스클럽을 전전하며 오이와 고구마, 감자만 먹고 있다. 인천공항에서, 1년 만에 본 딸이 오동통하게 살오른 모습임에 절망한 다른 친구의 어머니는 다이어트를 하고서야 외출을 허락했다고.

‘어르신’들이 사활(?)을 걸고 집에서 미혼 자녀 치우기에 매진하는 동안, 술집으로 피난한 과년한 딸들은 모여앉아 ‘어른의 대화’에 탐닉했다. 연애 고수 야마다 에이미 ‘언니’는 한 남자를 사랑하면 60장의 단편소설을 쓸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따지면 나는 나관중, 너는 조정래. 사연 하나에 눈가 주름 하나씩 훈장처럼 얻어가니, 전형적 해피엔딩으로 소설을 맺는 법이 없는 야마다 에이미의 연애소설을 읽는 재미를 새삼 깨닫는다. 결혼 안 한다고 큰소리치던 그녀가 결혼하고 행복하다며 작품 후기를 남겼을 때 입이 쓰기는 했지만.

그녀의 연애소설은 일본인과의 연애담 계열인 <돈 없어도 난 우아한 게 좋아> <A2Z>와 흑인과의 연애담 계열인 <솔뮤직 러버스 온리> <추잉껌> 등이 있는데, 각자의 경험치에 따라 공명할 수 있는 책이 정해진다. 놀 만큼 놀고 집에 돌아와 알사탕을 물듯 야마다 에이미를 펼쳐들고 키득키득 웃는다. “다음에 만나면 반쯤 죽을 만큼 하고 싶어, 베이비”와 “한 남자에게만 격찬을 듣고 있는 자신이 쪼그라드는 소리가 쪼글쪼글 들리는 듯하다” 사이의 어딘가에서, 여전히 연애하는 재미를 느낀다. 하지만, 쉿, 부모님께는 비밀이에요.

이다혜/〈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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