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7.07 19:33
수정 : 2010.07.07 19:33
[매거진 esc] 책에서 배우는 위로의 기술
나는 유유상종이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다고? 자의로 고를 수 있었다면 결코 가까이 지내지 않았을 법한 사람들이 단순히 같은 동네에 살았다거나 어쩌다 한 학교를 다녔다는 이유로 얽혀 평생을 ‘친구’라는 관계에 매이곤 하지 않던가. 성격은 물론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다른 취향을 가진 사람과. 관계의 좋고 나쁨을 가리자는 말은 아니다. 기질이 다른 사람들이 친구로 지내면서 만들어가는 교집합은 꽤 신기하고 재미있으니까. 연애를 못해 빌빌대며 ‘싱글천국 커플지옥’을 외치는 사람과 연애지상주의자가 어울릴 때만 해도 그렇다. 연애만 하면 연락이 두절되는 인간과 친한 ‘모태 싱글’에게 있어, 연애중인 친구는 원수에 가깝다(애인과 문제가 생겨야 연락이 온다). 울증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조증의 친구는 두통거리가 되곤 한다(그냥 날 내버려둬!).
교고쿠 나쓰히코의 ‘교고쿠도 시리즈’는 그런 이상한 친구들의 집합체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의 세 남자는 전혀 비슷하지도, 서로를 이해하지도 못한다. 고서점 주인인 추젠지는 논리적이고, 소설가인 세키구치는 울증에 시달리며 이상한 일에 얽히는 데 선수, 자칭 탐정인 에노키즈는 태생부터 성격까지가 화려한 조증에 자아도취. 그러니 ‘교고쿠도 시리즈’ 중 신간인 <철서의 우리>에서 깔깔거리게 되는 대목은 그 셋이 교차하면서 만들어내는 엇박자에 있다. 알 수 없는 울증에 시달리며 집안을 뒹구는 일 말고는 하지 못한 채 새해가 되고 한달이나 허송세월한 세키구치를, 추젠지는 한껏 비웃으며 도발한다. “말하자면 자네는 그렇게 해서까지 보고 싶은 텔레비전을 보러 가지고 못할 만큼 중증의 나태병에 잠식되어, 결국은 이 추운 날씨에도 장이 썩을 만큼 한가한 셈이로군.” 친구니까 할 수 있고 친구니까 들어줄 수 있는 말이 이렇게 오고 간다. 극과 극의 인간들이 끝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상대를 인정하고 공존하는 불가사의. 운이 아니라 노력이 좌지우지하는, 지속 가능한 엇박자.
이다혜/<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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