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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1.13 23:14 수정 : 2010.01.14 14:36

[매거진 esc] 책에서 배우는 위로의 기술

위로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불행히도, 진심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연의 가시밭길을 맨발로 헤쳐나가느라 피 칠갑이 된 당신에게 신혼의 단꿈에 빠진 친구가 “네 마음 안다”고 백번 말해도 소용없다. 자꾸 입사시험에서 미끄러져 의기소침한 당신에게 옛날 옛적에 취직한 선배가 술 사주며 “요즘 세상이 그렇다”고 해 봐야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인간의 마음은 간사해서, 위를 보고 성공의 꿈을 꾸는 동시에 아래를 보고 안심하고 싶어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울하다는 친구를 ‘신나는’ 클럽/노래방/술자리로 불러내는 것만큼 어리석은 처방은 없다. 차라리 슬픈 날은 슬픈 노래를 듣고 슬픈 영화를 보는 편이 낫다.

대니얼 레비틴의 <호모 무지쿠스>에는 위로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행복한 음악으로 기분 전환을 해야 할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는 말씀. 슬플 때면 신경안정 호르몬인 프로락틴이 배출되는데, 이 프로락틴은 무려 오르가슴 때, 출산했을 때, 그리고 수유를 하는 동안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슬픈 음악은 우리 뇌를 속여서 음악이 유도하는 무해한 가짜 슬픔에 대한 반응으로 프로락틴을 배출하게 한다. 꼭 울 필요는 없다.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슬픈 노래 가사가 그렇듯 상대가 동질감을 느끼게 해 주어야 한다. “절벽 가장자리에 단둘이 있다고 치자. 이 사람은 나를 이해한다. 내가 지금 어떤 심정인지 아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2010년, 1년 내내 다이어트를 해도 천년 묵은 우량아로 보일 위기의 여인인 나를 위로한 1월의 노래는…, 바로 유영석 방송 데뷔 20돌 기념 앨범에 수록된 <자아도취>. 유희열과 김현철, 개그우먼 박지선이 함께 부르는 이 노래에서 박지선이 부르는 대목은 다음과 같다. “내가 이쁜 건 사실이겠지만/ 날 두고 서로 다투지는 마요/ 아직은 누구도 사랑할 생각 난 없어/ 없어~.” 자아도취를 풍자한 이 코믹한 노래가 이렇게 코끝 찡한 느낌으로 다가올 줄이야. 이 찡한 느낌, 이것이 프로락틴, 혹은 오르가슴.

이다혜/〈씨네21〉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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