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1.06 21:38
수정 : 2010.01.26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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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강석, 이규혁, 이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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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밴쿠버 겨울 올림픽] ④ 스피드스케이팅의 도전
‘선택과 집중’ 전략…500·1000m 세계수준 도달
남자 이강석·이규혁, 여자 이상화 금메달 노려
“올림픽이라 생각하지 말고 평상시 대회라 생각해, 제발!”
5일 태릉 국제스피드스케이트장. 6년째 팀을 이끌어온 김관규 한국 스피드스케이팅대표팀 감독은 “요즘은 선수들의 몸과 마음의 조화에 전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림픽 본선 출발선에 섰을 때 “조금만 실수하면 끝”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주종목인 단거리(500·1000m)에서는 ‘100분의 1~10분의 1초 차이’로 희비가 갈린다. 스텝 숫자까지 맞추는 구간별 동작 반복, 명상과 이미지 트레이닝, 언론 접촉불가 명령은 사상 첫 금맥 채굴에 나선 대표팀의 의지를 보여준다.
수영의 박태환 기적과 비견되는 도전의 선봉은 대표팀(남 10, 여 8명) 주력군인 이규혁(32·서울시청), 이강석(24·의정부시청), 모태범(21·한국체대), 문준(28·성남시청)이다. 여기에 쇼트트랙에서 전향한 이승훈이 장거리(5000·10000m)에서 매번 기록을 경신해 희망을 준다. 여자부에서는 500m 간판 이상화(21·한국체대)가 우뚝하다. 전체 등록선수 340여명의 척박한 환경에서 뽑힌 영웅들로, 영화 <국가대표>에서 겨우 스키점프 선수단을 꾸렸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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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스케이팅 메달 유망 종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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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은 올 시즌 500m 월드컵 랭킹 1위, 이규혁은 시즌 최고기록을 보유할 정도로 물이 올랐다. 1000m에서는 모태범이 월드컵 랭킹 2위, 이규혁과 문준이 10위 안에 들어 있다. 2006 토리노올림픽 여자 500m에서 5위를 차지한 이상화도 3위에 올랐다. 김관규 감독은 “월드컵 랭킹은 출전 때마다 포인트를 쌓기 때문에 완벽한 평가는 아니다”며 “그러나 세계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겨울스포츠 변방 한국이 권위의 스피드스케이팅 무대에서 각축할 수 있게 된 것은 코리아식 ‘집중과 선택’의 결과다. 신장이 유럽 선수들보다 평균 10cm 정도 작지만, 출발 때의 폭발적인 도약이 중요한 단거리에서 틈새를 열었다.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3강이 모두 마찬가지다. 여기에 협회의 집중적인 투자가 결실을 맺고 있다. 400m 정규트랙을 갖춘 태릉스케이트장이 있고, 각종 세계대회와 월드컵에 꼬박꼬박 출전시키며 실전 능력을 키웠다. 대한빙상연맹 관계자는 “1년 중 11개월을 선수촌에서 집중훈련하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과거 한 명의 특출한 선수에 의존했던 데서 벗어난 선수단 내부의 경쟁구도도 기록 향상의 기폭제다. 김관규 감독은 “잠시라도 방심하면 대표팀 내부에서도 밀리고, 선발전에서도 떨어질 수 있다”고 달라진 환경을 설명했다. 대표팀은 오는 9~10일 열리는 아시아스피드스케이팅선수권(일본), 16~17일 예정된 세계 스프린트대회(일본)에서 밴쿠버를 앞둔 마지막 전력점검을 한다. 한국은 1992년 알베르빌대회 때 김윤만의 은메달(1000m), 2006년 토리노 때 이강석의 동메달(500m)로 명함을 내밀었다. 이번엔 철저한 준비로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새 역사를 쓸 기대에 차 있다. 최재석 빙상연맹 부회장은 “빙상인들의 여망인 금메달은 하늘이 내려준다. 선수들이 평상시 컨디션으로 실수 없이 뛰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사진 연합뉴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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