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가슴에 한국 브랜드를 심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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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새해특집|두근두근 월드컵] 슛∼ 기업 마케팅
현대·기아차, 글로벌 마케팅 돌입
매출 직간접 영향…총성없는 전쟁
‘260억명.’
올해 남아공월드컵을 텔레비전을 통해 시청할 것으로 예상되는 연인원수다. 67억명에 이르는 세계 인구의 4배가 넘는 수치다. 지구촌 사람들은 월드컵 구장에 선 선수들의 발짓 하나하나에 웃고 울 것이다.
월드컵은 단일종목 체육행사로는 세계에서 가장 클 뿐 아니라 관심도는 올림픽보다도 더 크다. 2006년 독일월드컵의 공식 후원사였던 현대·기아차가 경기장 광고의 텔레비전 노출 시간과 시청인원, 광고 단가 등을 고려해 산출한 홍보효과는 무려 9조원대.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월드컵 후원은 단순한 광고노출 효과에 머물지 않고 세계인의 가슴에 우리 브랜드를 심는 최고의 수단”이라며 “공식 후원사로 두 차례 월드컵을 치른 것이 세계시장에서 현대·기아차가 고속 성장한 큰 원동력 중의 하나임엔 틀림없다”고 말했다.
가장 신이 난 곳은 2014년까지 월드컵 공식 후원사로 선정된 현대·기아차다. 현대차는 벌써부터 월드컵 분위기 띄우기에 나서며 가장 적극적으로 월드컵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현대·기아차 사람들은 명함에서부터 월드컵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현대차는 지난해부터 희망하는 직원에게 명함에 남아공월드컵 로고를 넣어주고 있다. 공식 후원사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다. 특히 월드컵에 관심 많은 국외 사업 파트너들과 명함을 주고받을 때 자연스럽게 월드컵을 화제로 대화를 시작할 수 있어 직원들의 호응이 높다고 한다.
현대차는 지난 12월2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내 인터내셔널 컨벤션센터 프레스룸에서 제롬 발크 국제축구연맹(FIFA) 사무총장 등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현대 베스트 영 플레이어 어워드’ 론칭행사를 열며 공식적인 월드컵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했다. ‘베스트 영 플레이어 어워드’는 월드컵 대표팀 선수 가운데 만 21살 이하의 최고 유망주 선수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현대차가 단독 공식 후원사다. 현대차 로고가 새겨진 트로피가 이날 처음으로 공개됐으며 행사장 안에는 현대차의 유럽 전략 차종인 ‘아이엑스35’(국내명 ‘투싼 아이엑스’)를 전시하며 관심을 모았다.
현대차는 피파 홈페이지 안에 별도 ‘현대 베스트 영 플레이어 어워드’ 페이지를 개설해 6월부터 대회기간 동안 후보자 선정과 투표를 거쳐 7월에 최종 수상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수상자에게는 부상으로 아이엑스35를 수여해 스포츠 스타 마케팅의 일환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12월5일 열린 조추첨식 때도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2010 남아공월드컵 조추첨식 공동응원전’을 열어 국내 마케팅도 가동했다.
현대차가 가장 자랑하는 마케팅은 ‘굿윌볼 로드쇼’다. 현대차 로고가 새겨진 지름 4m의 대형 축구공 애드벌룬이 2월부터 월드컵이 끝나는 7월까지 본선 진출 32개국을 순회하며 로드쇼를 벌인다. 전세계에서 보낸 자국팀의 승리 기원 메시지가 모인 굿윌볼이 월드컵 본선이 열리는 남아공을 순회하는 순간 현대차의 마케팅은 절정을 이룰 예정이다. 기아차는 12월4일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2010 남아공월드컵 피파 공식 길거리 응원 론칭 행사에서 기아차 단독 월드컵 관련 프로그램인 ‘기아 마스코트 프렌드’를 소개했다. ‘기아 마스코트 프렌드’는 기아차가 피파 공식 후원사로 진행하는 공식 유·청소년 프로그램(youth program)으로 전세계에서 선발된 어린이가 경기 시작 전 남아공월드컵 마스코트인 ‘자쿠미’와 함께 경기장에 입장해 퍼포먼스도 펼치고 경기 관람도 할 수 있게 한다. 참가 대상은 8~14살 어린이로, 기아차는 1월 중순부터 나라별로 참가 신청을 받아 모두 64명을 선발하며, 선발된 어린이와 동반하는 보호자 1명에게 경기 관람 외 현지 문화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기아차는 또 12월4일부터 ‘기아 월드컵 마이크로사이트’(fifa2010.kiamotors.com)를 열어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마케팅도 시작했다. 이 사이트에서는 마스코트 프렌드 등 고객 참여 프로그램 참가 신청과 다양한 월드컵 글로벌 마케팅 프로그램이 소개되며 축구 관련 재미있는 영상들도 담겨 있다. 전세계 예선을 거쳐 10개팀이 남아공에서 결선을 치르는 ‘기아 아마추어 축구대회’와 월드컵 진출국 국기를 래핑한 32대의 자동차로 로드쇼와 시승회 기회를 제공하는 ‘기아 월드컵 로드쇼’ 등 다양한 이벤트도 준비중이다. 피파와 공식 후원 관계를 맺지 못한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월드컵 마케팅에 시큰둥한 모습이다. 피파가 2006년 월드컵부터 매복 마케팅을 철저하게 금지하며 공식 후원사들을 보호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다른 기업들은 광고나 마케팅에서 월드컵의 ‘월’자도 꺼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2006년 월드컵 당시 독일축구협회와 손잡고 매복 마케팅을 펼치려고 했던 엘지가 공식 응원장소인 ‘팬 페스트’마다 늘어선 필립스의 멀티비전에 밀려 별다른 마케팅 효과를 내지 못했던 것이 대표적인 예다. 다만 삼성과 엘지 등은 대형 스포츠이벤트 때마다 수요가 급증했던 평면텔레비전 마케팅에 전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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