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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2.30 14:58 수정 : 2010.01.03 11:35

거리응원단 마음을 잡기 위한 준비로 기업들이 분주하다. 2006 독일월드컵 때 우리나라와 토고의 경기를 앞두고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인 응원인파가 대형 축구공 모형을 굴리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2010 새해특집|두근두근 월드컵] 틈새 뚫는 기업들
FIFA 규정 틈새 뚫기 매복작전
물량 공세·아이디어 상품 주력





월드컵에 매복하라!

오는 6월 개최될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앞두고 ‘매복 마케팅’(Ambush Marketing)이 화두가 되고 있다. 월드컵의 모든 광고 요소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통제하고 있다. 공식 후원사가 아닌 경우 월드컵 단어는 물론 이를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모든 상징 요소는 가져다 쓸 생각을 하기 어렵다. 월드컵 땐 대형 텔레비전 판매가 급증하는데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가전 매장에서 전시용 화면에 월드컵 경기를 내보내는 것조차 중계료 부담이 크다. 피파에 막대한 후원금을 낸 공식 후원사들만이 월드컵을 마음껏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다.

이러다 보니 후원사 입찰에서 탈락한 기업들은 어떻게든 월드컵의 후광을 얻으려면 치열한 두뇌 싸움을 벌여야 한다.

대표적 성공 사례는 국가대표 응원단 ‘붉은 악마’를 후원했던 에스케이텔레콤이 꼽힌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통신사로 공식 후원을 따낸 것은 케이티에프였다. 하지만 에스케이텔레콤은 붉은 악마의 가능성을 잡아냈고, 전략은 적중했다. 응원 마케팅이 광장에 나온 대중의 마음에 닿았고 에스케이텔레콤이 공식 후원사보다 톡톡한 재미를 봤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이런 매복 마케팅은 자칫 소송 등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피파는 매복 마케팅을 삼가라는 권고마저 내린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월드컵이 열리는 남아공과 시차가 7시간 정도 된다. 2006년 독일월드컵보다는 시차가 한 시간 적지만 경기 실시간 중계에 맞춰 대규모 응원 행사 등은 어렵다. 하지만 유통 업계는 우리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하고 월드컵 축제 분위기를 증폭시킬 다양한 이벤트를 고심하고 있다. 공식 후원사는 아닐지라도 월드컵 특수를 놓칠 수 없다 보니 피파 규정의 틈새를 뚫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이어진다.

롯데백화점은 우리 대표팀 선전 기원 경품행사, 남아공 원정 응원단 경품 지원 등 월드컵과 함께할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가전 매장은 월드컵이 있는 달과 없는 달 매출 차이가 30% 이상이 날 정도로 영향이 크다. 따라서 매장을 월드컵 분위기로 꾸미고 경기 스코어를 맞히는 행사 등을 활발하게 이어갈 예정이다. 지난 독일월드컵 때도 롯데는 공식 후원사가 아니었던 까닭에 ‘필승 기원 이색 란제리 패션쇼’, ‘응원 페이스 페인팅’ 등 간접 이벤트로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김치로 만든 축구공을 선보이거나 역대 월드컵 공인구 퍼즐 등을 팔기도 했다.

롯데는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에서도 매복 마케팅으로 재미를 봤다. 베이징올림픽 공식 후원사가 아니다 보니 직접적 타이틀을 쓰지는 못했지만 서울올림픽 공식 후원사였던 점을 십분 살려냈다. ‘어게인 88 인 베이징’(again 88 in Beijing)이란 타이틀을 사용해 우리 대표팀이 1988년 서울올림픽 금메달 12개보다 더 나은 성적을 거두면 추첨을 거쳐 88명에게 ‘모닝’ 자동차를 선물하기로 한 것이다.


롯데는 보험사가 제공하는 확률상 이번 월드컵 16강 진출 가능성이 50~60% 이상 된다고 보고 월드컵 8강 성적을 목표로 경품 행사를 하는 등의 마케팅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2006년 월드컵 개최국 독일의 주방 명품 브랜드들을 모은 ‘독일 주방용품전’을 열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시차 탓에 밤샘 응원을 하는 고객들을 위해 ‘졸음 퇴치 반짝 아이디어 상품전’을 열어 청량제, 졸음방지 티슈, 알람시계 등을 판매했다. 또 잠이 부족한 이들의 피로를 덜어주는 ‘눈베개’, ‘목베개’ 등도 호응을 얻었다.

현대백화점은 4년 전 독일 주방용품전을 열었던 것처럼 내년에는 남아공 대표 상품전을 열기로 하고 와인 기획전 등을 검토하고 있다.

대형마트인 홈플러스는 월드컵 이미지를 접목한 발랄한 아이디어 상품을 발굴하는 한편 후원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예정이다. 월드컵 공식 상품 판매도 검토하고 있는데, 실제 2006년 대형마트로서는 유일하게 한국축구협회(KFA)와 제휴를 맺어 ‘케이에프에이몰’을 운영했으며 월드컵용품 총집합전으로 호응을 끌어냈다.

월드컵 특수가 보장된 대표 상품은 단연 시원한 맥주다. 하이트맥주는 독일월드컵 당시 다양한 마케팅으로 월드컵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사실 경기 침체 영향으로 연초부터 맥주 판매량이 줄었으나 월드컵 분위기가 고조되기 시작한 5월부터 매출이 증가세로 돌아서 6월에는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당시 축구스타 박지성을 광고 모델로 기용했던 하이트맥주는 박지성을 활용한 월드컵 광고를 방영하고 한국 경기 응원전 주최, 길거리 응원 이벤트, 월드컵 기획상품 출시 등 다양한 판촉 활동으로 월드컵 분위기를 띄웠다. 이들은 올해도 ‘맥주 특수’를 놓치지 않기 위해 2006년 못지않은 전방위 마케팅을 이어갈 예정이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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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한겨레 2010 새해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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