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1.05 19:54
수정 : 2010.01.05 19:54
[새해 한반도 정세 전문가 조사] 하. 6자 회담
경제난·의보개혁·아프간 등에 우선순위 밀려
보수 쪽 전문가들 “원칙지키며 북 압박” 호평
설문에 응한 전문가들은 버락 오바마 정부의 집권 첫해인 2009년 대북 정책에 대해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자세가 분명하나, 분명한 비전과 전략이 없어 정책의 구체성이 드러나지 않았다며 유보적인 평가를 내렸다. 지난해 조사 때 대다수 전문가들이 대선 당시 오바마 후보가 북-미 직접대화를 강조한 것에 주목해 북-미 관계 진전을 낙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정창현 <민족21> 대표는 “오바마의 대북 정책은 부시 2기의 정책을 답습하고 있고, 오바마의 색깔을 보여주는 정책은 이제 수립되어 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정책이 뚜렷하지 않는 원인으로는 경제난과 의료보험 개혁 등 미국 국내 현안과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문제에 밀려 우선 순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점이 꼽혔다.
진보적 성향의 일부 전문가는 오바마 대북 정책이 ‘실패작’이라고 혹평했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은 “오마바 대통령은 부시 정부의 일방주의와 비교되는 협의주의를 내세우는데 이것이 단점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미국 국내적으로 부처간 협의조정을 거치면서 대북 정책의 적극성이 퇴색했고, 국제적으론 보수적인 한국 정부와의 협의 과정을 너무 중시함으로써 전반적인 협상 동력이 약화됐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교수도 “오바마 대북 정책은 워싱턴 관료정치와 한국·일본 정부의 인질이 되고 말았다”며 “상상력이 없는 지극히 정형화된 대북 정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을 대화 상대로 인정해 부시 정부와 큰 차이가 있다’(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평가도 만만찮았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취임 초부터 북핵문제 해결 방법으로 부시 시대와는 판이하게 평화협정 체결을 제시했고, 2차 핵실험 후에도 같은 메시지를 보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경제지원을 최대 인센티브로 삼아 협상한 뒤 핵 검증 기술 차원에서 북한의 선 행동을 요구하다 문제를 그르친 부시 정부와는 북핵문제 접근 방법이 다르다”고 말했다.
보수 성향 전문가들은 ‘잘못된 행동에 보상하지 않는 원칙을 지키며 북한을 압박했다’며 후한 평가를 했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오바마 정부는 합의 위반을 밥 먹듯이 하는 북한에 더 이상 속지 않겠다는 결의가 강하다”며 “북한 정권으로 하여금 핵이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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