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12.28 20:42
수정 : 2009.12.29 17:00
|
[2009 정치 이 장면] 청문회장 길부터 꽉 막힌 ‘양파 총리후보’
|
[2009 정치 이 장면]
정운찬 당시 총리 후보자의 앞길은 첫 걸음부터 순탄치 못했다. 그가 9월22일 국회 청문회장에 들어갈 때 겪은 ‘수모’는 그의 앞날을 예고하는 듯했다. 그는 이날 그의 ‘세종시 원안 수정’ 발언에 항의하는 충청권 야당 의원들의 저지를 어렵게 뚫고 들어가야 하는 ‘험한’ 현실과 맞닥뜨렸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그를 기다린 건 더욱 엄혹한 현실이었다. 그는 이틀 동안 야당 의원들의 날선 질문 앞에 철저히 벌거벗겨졌다. 줄줄이 사탕 마냥 ‘도덕성’ 의혹이 이어졌고, ‘균형감을 갖춘 소신파 경제학자’라는 그의 이미지는 산산이 부서졌다. 본인의 병역면제와 논문 이중게재 의혹, 기업체 고문 겸직과 각종 소득세 신고 누락, 자녀의 미국국적 취득, 영안모자 회장으로부터의 1000만원 ‘용돈’ 수수 등 온갖 의혹과 폭로가 거듭 제기됐다. 까고 또 까도 끝이 안 보이는 의혹에 누리꾼들은 ‘양파 후보’라는 별명을 그에게 달아줬다.
청문회를 달군 또 하나의 논란거리는 ‘세종시 수정’ 문제였다. 그는 지명 첫날 “(세종시 원안 추진은) 효율적인 방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세종시 수정론을 스스로 꺼내들었다. 그는 청문회에서도 “세종시는 국가 전체로 봐 행정적 비효율이 있다”고 거듭 수정론을 주장했다. 결국 그는 도덕적 흠결에도 불구하고 여당의 찬성 속에 총리 자리에 올랐다.
취임 이후 정 총리는 예상대로 ‘세종시 수정’에 정치적 생명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지금껏 네 차례 충청권을 찾아 지역 여론 설득에 나섰고, 민관합동위를 구성해 정부의 수정안 마련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충청 지역민심과 정치권의 반응은 싸늘하다. 바쁜 세종시 행보 속에 ‘서민과 약자를 배려하겠다’던 취임 때 약속은 온데간데없다. 총리 첫 일정으로 용산 참사 현장을 찾았지만, 그 이후 뚜렷한 자취는 드러나지 않는다. 그는 여전히 민심의 문을 활짝 열어젖히는 데 실패한 듯 보인다.
글 손원제, 사진 박종식 기자
wonje@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