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화 ‘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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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봉준호 감독의 정교함 절정에
신인 양익준 ‘똥파리’도 찬사 지난 한해 동안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 수백 편 중 사람들이 기억하는 영화는 몇 편이나 될까. 기억할 만한 영화는 몇 편이나 될까. <한겨레>가 기억할 만한 올해의 영화 10편을 추려봤다. 영화평론가와 기자 등 전문가 10명에게서 한국 영화와 외국 영화로 나눠 각각 5편씩을 추천받고, 추천 횟수가 많은 순서로 등위를 매겼다. 뽑아놓고 보니 흥행성보다는 작품성 위주의 결과가 나왔다. 아직 보지 않은 영화가 있다면 지금 바로 ‘위시 리스트’를 작성해 보시길! 올해의 한국 영화 5 1위는 봉준호 감독의 <마더>가 차지했다. 전문가 10명 중 9명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허문영씨는 “봉준호의 수학적인 정교함이 한 정점에 이르렀다”고 평했고, 듀나는 “기술적으로 보나 내용으로 보나 올해 나온 영화들 중 가장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고 상찬했다. 전체적으로 “역시 봉준호”라는 평가가 많았다. 2위는 홍상수 감독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 7표를 받은 이 영화는 “인생에 대해 잘 아는 듯한 히스테리 코미디”(김소영), “홍상수 영화의 또다른 지점이 시작되는 느낌”(김영진)이라는 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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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독무대
그랜토리노·체인질링 1·4위에 4위에는 5표를 받은 양익준 감독의 <똥파리>가 올랐다. “폭탄과도 같은 데뷔”(듀나), “한국 독립영화의 정점에 이르렀다”(김봉석), “신인감독다운 돌파력이 돋보였던 영화”(김영진)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화정씨는 “2009년의 초록물고기. 건조하면서 감동적이다”라고 했고, 정지욱씨는 “폭력의 부당성과 가정 내 폭력의 대물림을 자극적이지 않고 담담하게 보여준 독립영화의 쾌거”라고 추어올렸다.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 박찬욱의 <박쥐>는 4표를 받아 5위였다. 허문영씨는 “자신이 만든 영화적 혼란 안에서 버텨내려는 박찬욱의 필사적인 몸부림”이라고 표현했다. 김소영씨는 “영화 만드는 솜씨 좋은 감독”이라고 했고, 김영진씨는 “파멸의 스펙터클, 연출과 연기의 정점”이라고 칭찬했다. 올해의 외국 영화 5 단연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독무대였다. 1위를 차지한 <그랜 토리노>와 4위를 차지한 <체인질링>이 모두 그의 작품이다. <그랜 토리노>에 대해서는 “거장만이 만들 수 있는 영화”(김봉석), “할리우드 역사상 가장 근사한 퇴장”(김도훈), “올해의 영화적 죽음, 그 슬픔을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남다은), “이것이 우리가 언제나 사랑한 영화의 모습이다”(허문영) 등의 헌사가 이어졌다. 2위는 틴 타란티노 감독의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과 자장커 감독의 세미다큐멘터리 <24시티>가 공동으로 차지했다. <바스터즈…>는 “뭐든 마구 헤집어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타란티노”(김영진), “영화광의 영화광에 의한, 영화광을 위한 세계사”(듀나)라는 평을 받았다. <24시티>에 대해 김소영씨는 “토건국가 ‘국민’들의 must see!”라고 추천했고, 허문영씨는 “영화의 존재론과 윤리에 대한 치열한 숙고가 낳은 아름다움”이라고 평가했다. 4위에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체인질링> 말고도 마틴 맥도나 감독의 <킬러들의 도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걸어도 걸어도>가 함께 뽑혔다. <체인질링>에 대해 김소영씨는 “정의와 젠더에 관한 우화”라고 했고, 남다은씨는 “이 작품을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범작, 혹은 공권력과 싸우는 모성서사로 단순화시키는 논의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킬러들의 도시>는 “니컬러스 뢰그의 <쳐다보지 마라> + 영국 갱스터 코미디 + 콜린 패럴 = 이거 물건이다”(김도훈), “발상과 대사, 연출 어느 하나 식상한 게 없다. 재기발랄함의 극치”(이화정) 등의 극찬을 받았다. <걸어도 걸어도>는 “삶에 대한 상투적이지 않은 시선”(김영진), “이 오마주는 아름답고 슬프다”(허문영), “고작 한 편의 영화에 삶이 무엇인지 담아내고 있다”(이화정) 등의 찬사를 끌어냈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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