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12.22 19:16 수정 : 2009.12.29 15:56

[2009 정치 이 장면]

눈물마저 말려버릴 듯 5월의 태양은 지글거렸다. 그러나 심장에서 터져나오는 깊은 슬픔까지 어쩌진 못했다. “내 몸의 반이 무너진 것 같은 심정”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아파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5월29일 경복궁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장례식에서 서럽게 울었다. 슬픔으로 일그러진 그의 얼굴을 마주하고, 권양숙씨도 그렁그렁 맺힌 슬픔을 굵은 눈물로 쏟아낸다.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는 유언을 남긴 노 전 대통령이 부엉이바위에서 몸을 던진 뒤 전국적으로 500만명의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봉하마을엔 노란 리본 수천개가 달렸고, 그를 마지막 떠나보내던 날 서울광장에선 노란 풍선이 하늘을 뒤덮었다. 검찰의 부당한 수사에 대한 비난이 일었지만, 검찰은 수사 착수 배경이나 수사 내용이 언론에 흘러나간 경위 등에 대해선 끝내 입을 닫은 채 서둘러 수사를 종결했다.

김 전 대통령은 슬픔 속에서 주저앉아 있지 않았다. 무한경쟁 속에 잊혀졌던 민주주의 가치를 길어올렸다. ‘행동하는 양심’만이 역사의 퇴행을 막을 수 있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을 잃은 정신적 충격은 그의 쇠잔한 몸을 갉아먹었다. 특히 2시간 넘게 뙤약볕에서 진행된 노 전 대통령 장례식을 끝까지 지키며 무리했던 것이 결정타가 됐다고 측근들은 전한다. 노 전 대통령을 향해 “당신은 저승에서, 나는 이승에서 힘을 합쳐 민주주의를 지켜내자”고 했던 그였지만, 노 전 대통령이 세상을 뜬 지 87일 만에 숨을 거뒀다. 그가 간절히 바랐던 ‘민주개혁세력의 단결’은 미완의 유언으로 남았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2009 연말 특집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