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12.22 09:57
수정 : 2009.12.2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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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 인사·조직개편으로 본 내년 키워드
삼성그룹 이어 현대·기아차도 원로급 용퇴 예정
엘지 태양광사업 확대…SK 기술혁신센터 신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2010년 정기인사와 조직개편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지난주 삼성, 엘지(LG), 에스케이(SK)그룹에 이어 이번주 중 현대·기아차그룹이 인사·조직 개편을 발표한다. 올해는 그 어느해보다 ‘오너 3·4세’들의 경영 참여가 두드러졌고, 이에 따라 고참급 전문경영인들이 일선에서 물러나는 세대교체가 활발했다. 글로벌 경쟁사들과의 ‘진검승부’에 대비해 국외 영업을 강화하는 동시에 미래 먹을거리 발굴에 주력하려는 진용도 엿볼 수 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이르면 24일 대대적인 세대교체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안에서도 상당수 고참급 전문경영진의 ‘용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현대차그룹을 대표해온 전문경영인인 김동진 현대모비스 부회장과 김치웅 현대위아 부회장은 이미 사임 의사를 밝혔다. 또 이용훈 로템 사장과 팽정국 현대차 사장도 일선 퇴진이 거론되고 있다. 김동진·김치웅 두 부회장이 사임하면, 정몽구 회장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해온 최측근 대부분이 일선에서 물러나는 셈이다.
현대차는 올해 들어 서병기·최재국·박정인·김용문 부회장 등 ‘원로 가신’들이 잇따라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는 결국 지난 8월 승진한 정의선 부회장 체제로 전환되는 속도가 그만큼 빨라진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삼성그룹 역시 이번 인사에서 ‘이재용 체제’를 전면화했다. 이 부사장은 단독대표가 된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과 함께 사실상 경영을 총괄하는 최고운영책임자(COO) 자리에 올랐다. 동생 이부진·이서현 전무도 각각 호텔신라·삼성에버랜드, 제일모직·제일기획에서 핵심 경영진을 맡았다. 윤종용·이윤우 부회장 등 이른바 ‘이건희 세대’ 전문경영진이 대부분 용퇴하고 사업부문장에 50대 초·중반의 젊은 경영진이 대거 발탁됐다. 에스케이그룹 인사에서도 하성민(52) 에스케이텔레콤 이동전화 부문 사장 등 신진 실세들이 핵심적인 자리에 올랐다.
올해 금융위기 속에서도 탄탄한 실적을 낸 대기업들의 내년 조직 진용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국외 경쟁사들이 전열을 재정비하고 도전할 것에 대비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국외 법인을 9개에서 10개로 늘렸고, 엘지전자는 국외 법인장 5명을 현지인에게 맡기는 파격적 인사를 단행했다. 에스케이는 중국 사업을 총괄하는 통합법인을 설립하는 한편 일부 사업부 본사 기능을 아예 중국으로 옮기는 등 ‘중국 올인’ 전략에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중국과 브라질 등 국외 현지공장을 공격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엘지그룹 고위 임원은 “올해는 환율 등 외부 여건이 좋았고 국외 경쟁업체들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반사효과가 있었다”며 “내년에는 구조조정을 마무리한 경쟁사들의 강력한 도전이 예상되는 만큼 사업별로 공수 전략을 잘 짜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 성장동력 찾기는 내년 경영 전략의 또다른 열쇳말이다. 기업들마다 중장기적인 수익원 발굴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몇 해째 별다른 성과가 없다는 위기의식이 그 어느해보다 높기 때문이다. 삼성은 삼성전자 안에 김순택 부회장을 단장으로 하는 신사업추진단을 꾸렸다. 종전의 ‘팀’을 ‘단’으로 격상시키면서 최고경영자 직속으로 둬 힘을 실어준 것이다.
삼성그룹 고위 임원은 “과거 태스크포스 형식으로, 또는 종합기술원에서 맡아 신사업을 추진해왔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며 “이번 신사업추진단 확대개편은 국내외 법인을 망라해 가능성 있는 사업을 발굴하도록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엘지는 태양광 사업을 확대개편하는 동시에 관련 연구개발 투자를 대폭 늘리기로 했다. 에스케이 역시 삼성의 종합기술원과 유사한 기술혁신센터(TIC)와 사업부문 간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생산성증대사업단(IPE), 차세대 기술을 연구하는 기반기술연구소 등을 신설하는 등 미래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조직을 대폭 강화했다.
김회승 이태희 이형섭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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