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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2.18 19:56 수정 : 2009.12.29 17:14

왼쪽부터 니콜라 사르코지, 버락 오바마.

오바마 취임연설 “주먹 펴면 손잡겠다”
하토야마 미군기지 대답 “내가 결정한다”
차베스, 오바마에 “악마의 유황냄새 나지 않는다”
베를루스코니 피습뒤 ”난 괜찮아 날 막지 못해”

올해도 지구촌 지도자들의 ‘말의 성찬’은 계속됐다. 그들의 말은 공감을 자아냈는가 하면 비아냥거리가 되기도 했다. <한겨레> 국제부는 2009년 정상들의 말과 그들을 둘러싼 말을 돌아봤다.

최고 화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었다. 2009년 1월 “(적대국들이) 주먹을 펴면 손을 잡겠다”는 취임연설에 세계는 환호했다. 지난 10년간 펼쳐졌던 미국의 일방주의를 끝내고 다자주의 외교로 전환하겠다는 선언에 단골 미국 비판자들도 평가를 달리했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9월 유엔 총회 연설에서 오바마를 가리켜 “이제 (악마의) 유황냄새가 나지 않는다”라고 말했고, 심지어 리비아의 국가원수인 무하마르 카다피는 장장 96분간 벌인 유엔총회 연설에서 “오바마가 영구히 미국의 지도자로 남아야 한다”는 ‘오버’까지 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 오바마는 1년 내내 실업난과 의료보험 개혁안 등을 끌어안고 악전고투를 벌여야 했다. 지난 9월 조 윌슨 공화당 하원 의원은 의료보험 개혁을 역설하는 오바마에게 “거짓말이야!(You lie)”라는 외침을 날렸다. 노벨 평화상 수상논란도 빼놓을 수 없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폴란드 전 대통령인 레흐 바웬사가 이 소식에 내뱉은 첫 말은 “뭐라고? 이렇게 일찍?(What? So early?)였다.

무엇보다 오바마의 아프간 미군 3만명 증파결정은 지지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 오바마의 12월 연설 직전 보낸 공개편지에서 “(파병하면) 당신은 새로운 전쟁대통령이 됩니다”라고 경고했던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는 오바마의 연설 뒤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먼저 많이 먹으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왼쪽부터 무하마르 카다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마이클 무어.
말이 화를 부르는 경우도 있으니,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대표주자일 듯 하다. 지난 10월 불과 23살의 둘째아들을 라데팡스 개발위원회 위원장으로 내정해 ‘족벌정치’논란을 일으켰던 사르코지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에 “누군가를 늑대 떼에 던져놓는 것은 결코 정당한 짓이 아니다”라며 아들을 두둔했다. 강화된 유럽연합의 주요 각료자리를 두고 영국과 겨루던 사르코지는 “프랑스는 승자, 영국은 큰 패자(big loser)”라고 의기양양하다가 발끈하는 영국에 런던방문 계획을 전격 중단하기도 했다. 지난 2005년 취임 직후부터 홀로코스트(유대인학살)에 의문을 표해왔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올해도 역시 “홀로코스트는 입증 불가능한 거짓말”이라는 말을 빼놓지 않아 논란을 일으켰다.

반면 1년 내내 스캔들과 부패혐의로 정치적 위기에 몰렸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12월 조각상에 ‘피습’받아 콧대가 주저앉은 뒤에도 “난 괜찮아, 난 여전히 건재하고 그들은 날 막지 못할거야”라고 여유를 보였다. 입원 다음날 아침 신문부터 찾았다는 베를루스코니는 내심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폭력행위에 대한 비판과 총리에 대한 동정여론 때문이다. 하지만 연말 성탄트리 장식물로 붕대를 맨 그의 인형이 등장하는 등, 그가 권위를 찾기란 쉽지 않을 듯 하다.

기대에 못미치는 정상들의 말도 있었다. 올해는 건국 60주년을 맞은 중국의 부상이 어느해보다 주목받은 한해였지만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11월 중국을 방문한 오바마와 만난 자리에서 “중국은 G2라는 표현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못박고 나섰다. 중국이 국제적 책임을 다하지 않으려 한다는 해석도 적잖았다. 54년만에 자민당 정권을 무너뜨린 일본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는 취임 이후 반년 내내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문제에 대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구체적 내용없이 “내가 결정한다”는 대답만 반복했다. 공교롭게 자민당의 아소 다로 전 총리가 언제 총선을 치를 것이냐는 질문이 나올 때마다 했던 대답도 “내가 결정한다”였다.

정리/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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