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12.16 14:41
수정 : 2009.12.29 11:18
수십억명 사용…전세계 네트워크화
정치·사회 등 관계와 구조 변화 동력
지구촌의 2000년대 첫 10년은 무엇이었나.
반테러라는 명목이 만들어낸 전쟁의 일상화, 새로운 헤게모니를 둘러싼 미-중의 각축을 보면 20세기를 지배했던 전쟁과 냉전의 그림자를 지우기 어렵다. 하지만 횡적 소통의 확장을 욕망하는 새로운 인류가 등장하고 금융자본주의의 정점과 몰락이 동시에 일어났던 이 시기에 대해, 먼 훗날 사람들은 인류사의 전환이 시작됐다고 평가할지 모른다. 20세기의 ‘변주’와 ‘새로움’이 뒤섞인 이 10년을 다섯개의 열쇳말로 되돌아본다.
‘Y2K’(2000년 날짜인식 오류)의 공포와 닷컴 버블의 붕괴로 시작했던 2000년 당시, 사람들은 이후 10년간 인터넷의 역할을 상상이나 했을까. 개인 삶의 존재방식뿐 아니라 사회, 나아가 지구촌의 기존 질서를 뒤흔든 이 변화를 말이다.
1990년대가 인터넷을 ‘정보의 바다’로 발견한 시기라면, 2000년대 첫 10년은 ‘횡적인 소통의 도구’로 발견한 시기다. 14일(현지시각)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시청자 의견으로 뽑은 지난 10년간의 물건·문화현상을 전하며 대표적인 소셜네트워킹 사이트인 페이스북, 단문문자서비스인 트위터의 이름을 올렸다. 컴퓨터끼리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통신규약(TCP/IP)을 만든 ‘인터넷의 아버지’ 빈트 서프는 지난 6월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수십억명의 인류가 인터넷을 쓰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이라고 털어놨다.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사람과 도구가 늘수록 네트워크의 힘은 기하급수적으로 증폭된다. 2000년 3억7900만명이던 세계 인터넷 인구는 2009년 17억명으로 늘었고, 국내 인구의 인터넷 이용률은 2000년 44.7%에서 2009년 77.2%로 증가했다.
정보생활의 도우미(검색·쇼핑·뱅킹)이자 오락(게임·동영상)과 통신수단(이메일·메신저), 표현도구(블로그·게시판)로 인터넷을 활용하는 개개인들은 모바일 기기와 결합해 24시간 삶을 네트워크화시켰다. 이는 국제사회 또한 네트워크화됨을 의미한다. 2009년 이란의 부정선거 항의시위 현장은 바로 트위터를 타고 전세계인들에게 발신됐다. 오랜 기간 유지해온 정치·경제·문화 등 사회적 관계와 구조를 인터넷이 송두리째 뒤흔든 플랫폼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과 2008년 촛불집회,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은 인터넷을 떼어놓고 설명할 수 없다. 2005년 시작된 유튜브 열풍은 자신을 표현함과 동시에 정치에 대한 ‘무한풍자’의 가능성을 몰고왔다. 중국의 젊은 네티즌들은 부패 관리들을 색출해내고 정부의 정책까지 바꿔놓고 있다. 올해 영국에선 <가디언>이 의회의 보도통제에 막힌 사이, 트위터 사용자들과 블로거들이 아프리카에 유해물질을 버린 다국적기업의 이름을 밝혀내기도 했다.
인터넷은 산업구조와 경제생활도 뒤흔들었다. 미국을 대표하던 기업 제너럴모터스(GM)가 몰락하는 시기에도 세계 검색시장을 지배하는 검색업체 구글은 성장을 멈추지 않으며 2008년 217억달러 매출과 66억달러의 이익을 기록했다. 미국에선 아마존닷컴이나 이베이, 국내에선 엔에이치엔(NHN), 옥션, 엔씨소프트 등 인터넷경제의 속성을 앞서 이해한 기업들의 성공담이 만들어졌다. 맞춤화된 정보와 광고를 기반으로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글은 소비자의 환호와 산업계의 경계 속에서 인터넷시대 새로운 사업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장덕진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인터넷 네트워크 구조는 수만년간 이어져온 인류의 네트워크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며 “그동안은 같은 태도를 지닌 사람들끼리 유사한 정보를 교환하며 자신들의 견해를 강화해왔지만,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수많은 사람이 연결되어 다양한 정보를 교류하며 균형 잡힌 지식을 갖고 공공의제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새천년의 첫 10년간 인류는 인터넷으로 인해 ‘모든 것이 연결된 삶’을 살며 과거와 달라진 세상을 체험했다. 하지만 인터넷에 대한 깊은 의존은 해킹,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과 같은 새로운 위험으로 이어졌고 개인정보 유출과 저작권 침해, 사이버 명예훼손과 같은 그림자도 드리웠다. 앞으로 10년, 인류 삶의 ‘동시접속성’은 더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과연 인간은 더 평등해질까.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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