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통일부 장관·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지난 6년간 김정은은 우리가 뚫어지게 응시한 한 손으로 핵·미사일 개발을 지휘했다면 우리가 간과한 다른 손으로 자신이 약속한 ‘인민의 부귀영화’를 향해 북한 경제를 바꾸었다. 그는 경제를 개방하고 국제표준을 좇으면서 북한 경제의 구조와 체질을 변화시켜왔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정말 핵을 포기할까? 김정은이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 안전 보장’을 조건으로 핵 포기 용의를 밝히고, 이를 바탕으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예정되어 있는 지금도 많은 이들이 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 김정은이 핵 포기 대신에 절실히 얻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에 그의 비핵화 의지는 믿을만하다. 믿기 어렵겠지만 그가 갈구하는 것은 북한 경제의 도약이다. 북한 당국은 지난해 12월21일 대동강변에 위치한 평양시 강남군 고읍리 일대를 ‘강남경제개발구’로 지정하였다. 2013년 5월 경제개발구법을 만든 이래 22번째로 지정된 경제개발구였다. 북한에서 경제개발구란 ‘다른 나라의 투자를 끌어들여 경제를 발전시킬 목적으로 투자와 기업들의 제반 활동에 유리한 환경을 보장해주는 특정한 지역’을 일컫는다. 즉, 외국기업의 투자를 유치하여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만든 경제특구다. 그런데 북한 매체의 ‘강남경제개발구’ 지정 보도를 접한 전문가들은 대부분 생뚱맞다고 느꼈다. 작년 말은 북한의 연이은 핵·미사일 도발에 맞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여서 외부의 대북투자가 불가능한 때였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개발구를 신설한다니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었다. 그렇다면 왜 그랬을까? 실은 김정은이 이미 유엔의 대북경제제재를 조기에 풀기 위한 전략으로 조건부 비핵화를 결심하고 있었기 때문 아닐까. 김정은은 권좌에 오른 후 첫 연설(2012년 4월)에서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며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자는 것”이 자신의 “확고한 결심”이라고 밝혔다. 수십만명의 아사자를 낸 ‘고난의 행군’ 시대를 헤쳐온 북한 주민들에게 보내는 메시아적 메시지였다. 물론 외부 관찰자들에게 이 말은 ‘만성적 빈곤’을 유산으로 넘겨받은 경험 없는 어린 지도자의 치기 어린 허장성세쯤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우리가 핵·미사일 도발이라는 창을 통해서만 김정은을 들여다보는 동안 그는 다른 쪽에서 이 메시지의 실현을 위해 움직이며 전통적인 북한 지도자 이미지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그는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내용을 중시하는 실용주의적 측면을 보였으며 목표의 실현 가능성에 집중하며 부여한 과제의 이행 여부를 점검하는 실천형 리더십도 보여주었다. 지난 6년간 김정은은 우리가 뚫어지게 응시한 한 손으로 핵·미사일 개발을 지휘했다면 우리가 간과한 다른 손으로 자신이 약속한 ‘인민의 부귀영화’를 향해 북한 경제를 바꾸었다. 그는 경제를 개방하고 국제표준을 좇으면서 북한 경제의 구조와 체질을 변화시켜왔다. 그 결과 제재 속에서도 북한 경제는 완만하게나마 성장하였다. 그리고 다른 저개발 국가에서 볼 수 없는 다음과 같은 특별한 경제자원을 보유하게 되었다. 먼저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문맹률과 최소 11년제 의무교육을 마친 근면한 노동력을 보유하였다. 이들의 우수성은 개성공단의 경험과 중국 기업에 고용되어 보여준 높은 노동생산성으로 입증되었다. 여기에 최근 경공업 기술력도 예사롭지 않다. 얼마 전 한 모임에서 평양을 다녀온 해외교포가 북한산 ‘참깨 초코레트’ 한 봉지를 내놓았다. 여러 사람들이 먹어보고 국산 제품에 비해 맛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품평했다. 저개발국가에서 생산한 기호품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뿐만 아니다. 북한은 저개발국가에서는 상상조차 어려운 수만명의 정보기술(IT) 고급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아마 외부의 자본과 기술이 이 특별한 자원들과 결합하면 북한 경제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도 훨씬 비약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김정은도 이를 잘 알기에 경제를 개방하고 전국 도처에 경제개발구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북한이 고강도 경제제재를 받는 한 자신이 꿈꾸는 유토피아 근처에도 갈 수 없다는 점을 경험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경제제재의 해제다. 바로 이상의 맥락에서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를 갖게 되지 않았을까. 김정은의 유토피아가 하루 세 끼 ‘인민’이 굶지 않는 정도였다면 그는 비핵화에 응하지 않고 버텼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중국·베트남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고도성장을 거듭하는 북한 경제를 꿈꾼다. 여기서 다행히 그가 북한이 경제제재에서 벗어나고 미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한 정상국가로 거듭나야 이 유토피아를 향한 길이 열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칼럼 |
[이종석 칼럼]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와 ‘강남경제개발구’ |
전 통일부 장관·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지난 6년간 김정은은 우리가 뚫어지게 응시한 한 손으로 핵·미사일 개발을 지휘했다면 우리가 간과한 다른 손으로 자신이 약속한 ‘인민의 부귀영화’를 향해 북한 경제를 바꾸었다. 그는 경제를 개방하고 국제표준을 좇으면서 북한 경제의 구조와 체질을 변화시켜왔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정말 핵을 포기할까? 김정은이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 안전 보장’을 조건으로 핵 포기 용의를 밝히고, 이를 바탕으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예정되어 있는 지금도 많은 이들이 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 김정은이 핵 포기 대신에 절실히 얻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에 그의 비핵화 의지는 믿을만하다. 믿기 어렵겠지만 그가 갈구하는 것은 북한 경제의 도약이다. 북한 당국은 지난해 12월21일 대동강변에 위치한 평양시 강남군 고읍리 일대를 ‘강남경제개발구’로 지정하였다. 2013년 5월 경제개발구법을 만든 이래 22번째로 지정된 경제개발구였다. 북한에서 경제개발구란 ‘다른 나라의 투자를 끌어들여 경제를 발전시킬 목적으로 투자와 기업들의 제반 활동에 유리한 환경을 보장해주는 특정한 지역’을 일컫는다. 즉, 외국기업의 투자를 유치하여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만든 경제특구다. 그런데 북한 매체의 ‘강남경제개발구’ 지정 보도를 접한 전문가들은 대부분 생뚱맞다고 느꼈다. 작년 말은 북한의 연이은 핵·미사일 도발에 맞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여서 외부의 대북투자가 불가능한 때였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개발구를 신설한다니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었다. 그렇다면 왜 그랬을까? 실은 김정은이 이미 유엔의 대북경제제재를 조기에 풀기 위한 전략으로 조건부 비핵화를 결심하고 있었기 때문 아닐까. 김정은은 권좌에 오른 후 첫 연설(2012년 4월)에서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며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자는 것”이 자신의 “확고한 결심”이라고 밝혔다. 수십만명의 아사자를 낸 ‘고난의 행군’ 시대를 헤쳐온 북한 주민들에게 보내는 메시아적 메시지였다. 물론 외부 관찰자들에게 이 말은 ‘만성적 빈곤’을 유산으로 넘겨받은 경험 없는 어린 지도자의 치기 어린 허장성세쯤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우리가 핵·미사일 도발이라는 창을 통해서만 김정은을 들여다보는 동안 그는 다른 쪽에서 이 메시지의 실현을 위해 움직이며 전통적인 북한 지도자 이미지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그는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내용을 중시하는 실용주의적 측면을 보였으며 목표의 실현 가능성에 집중하며 부여한 과제의 이행 여부를 점검하는 실천형 리더십도 보여주었다. 지난 6년간 김정은은 우리가 뚫어지게 응시한 한 손으로 핵·미사일 개발을 지휘했다면 우리가 간과한 다른 손으로 자신이 약속한 ‘인민의 부귀영화’를 향해 북한 경제를 바꾸었다. 그는 경제를 개방하고 국제표준을 좇으면서 북한 경제의 구조와 체질을 변화시켜왔다. 그 결과 제재 속에서도 북한 경제는 완만하게나마 성장하였다. 그리고 다른 저개발 국가에서 볼 수 없는 다음과 같은 특별한 경제자원을 보유하게 되었다. 먼저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문맹률과 최소 11년제 의무교육을 마친 근면한 노동력을 보유하였다. 이들의 우수성은 개성공단의 경험과 중국 기업에 고용되어 보여준 높은 노동생산성으로 입증되었다. 여기에 최근 경공업 기술력도 예사롭지 않다. 얼마 전 한 모임에서 평양을 다녀온 해외교포가 북한산 ‘참깨 초코레트’ 한 봉지를 내놓았다. 여러 사람들이 먹어보고 국산 제품에 비해 맛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품평했다. 저개발국가에서 생산한 기호품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뿐만 아니다. 북한은 저개발국가에서는 상상조차 어려운 수만명의 정보기술(IT) 고급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아마 외부의 자본과 기술이 이 특별한 자원들과 결합하면 북한 경제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도 훨씬 비약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김정은도 이를 잘 알기에 경제를 개방하고 전국 도처에 경제개발구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북한이 고강도 경제제재를 받는 한 자신이 꿈꾸는 유토피아 근처에도 갈 수 없다는 점을 경험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경제제재의 해제다. 바로 이상의 맥락에서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를 갖게 되지 않았을까. 김정은의 유토피아가 하루 세 끼 ‘인민’이 굶지 않는 정도였다면 그는 비핵화에 응하지 않고 버텼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중국·베트남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고도성장을 거듭하는 북한 경제를 꿈꾼다. 여기서 다행히 그가 북한이 경제제재에서 벗어나고 미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한 정상국가로 거듭나야 이 유토피아를 향한 길이 열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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