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통일부 장관·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확실히 ‘3불 원칙’에는 한반도발 동북아 패권경쟁 요소를 봉쇄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입장이 담겨 있다. 이 원칙은 중국 견제에 한국을 끌어들이려는 미국 정부의 입장과 상치되는 것으로 동북아에서 편가르기 일변도로 질주하는 트럼프의 정책을 추종할 수 없다는 결의로도 읽힌다. 당당한 외교와 한반도 문제의 주도적 역할을 공약한 문재인 정부였기에 그동안 외교행보가 꼬이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무척 불편했는데 모처럼 체증을 날리는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한-중 양국이 사드 문제를 봉인하고 관계회복과 정상적 발전을 추구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사드 문제가 한국 경제와 외교안보에 미친 부정적 영향을 생각할 때 아주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사드 문제 합의와 관련해서 정부가 천명한 ‘3불 원칙’이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을 지피는 이들은 주로 보수야당과 일부 언론 및 미국 정부 인사들이다. 그들의 비판 요지는 ‘3불 원칙’이 중국의 강요에 굴복한 ‘안보주권의 포기’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터무니없는 비판이다. ‘3불 원칙’은 한국의 주권사항과 관련한 중요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가 원하지 않았는데도 중국의 일방적인 압박을 견디지 못해 이 원칙이 천명되었다면 주권 포기 의혹을 살 수 있다. 그러나 필자가 아는 한 ‘3불 원칙’은 원래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추구했던 구상이자 전략의 일부였다. 먼저 ‘3불 원칙’의 1항인 ‘사드 추가 배치 배제’는 문 대통령의 확고한 입장이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애초에 사드 배치에 대해 군사적 효율성 논란과 한국 경제 및 동북아 정세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등을 고려하여 부정적으로 판단하고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를 선호했다. 그러나 후보 시절 한-미 정부 간 합의라는 현실과 분열된 여론 등을 참작하여 전략적 모호성 입장을 취했다. 취임 후 쟁점이 된 사드 1개 포대 배치 결정을 하였으나, 이 과정에서 상당한 사회적 갈등 비용과 경제·안보 비용을 치렀다. 이런 고통스러운 경험을 한 문재인 정부이기에 이 악몽이 재연될 수 있는 상황을 미연에 차단하기 위해서 언젠가 사드 추가 배치 배제를 내외에 공표하리라는 것은 예상되었다. 미국이 추진하는 ‘미사일방어(MD)체계 불참여’는 군사적 효율성 검토를 비롯한 다양한 전략적 고려 끝에 이미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부터 미국 쪽에 불참 의사를 밝혀온 것들로서 문 대통령의 판단도 같다. ‘한·미·일 안보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는 것과 관련해서도 문 대통령이 한-미 동맹은 굳건히 존재하나 한·미·일 혹은 한-일 군사동맹은 있을 수 없다는 점을 여러 차례 대내외에 밝힌 바 있다. 북한 핵을 막는 데 일본의 군사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으나 그것은 일본의 군사대국화만 조장할 뿐, 실제로 한-미 연합 전력으로 충분하다. 이렇게 볼 때 ‘3불 원칙’은 주권 포기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사드 문제를 해결할 명분을 중국에 제공하여 생색을 내는 한편, 그 기회를 살려 잠시 머뭇거렸던 균형외교를 향한 자신의 의지를 내외에 적극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확실히 ‘3불 원칙’에는 한반도발 동북아 패권경쟁 요소를 봉쇄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입장이 담겨 있다. 이 원칙은 중국 견제에 한국을 끌어들이려는 미국 정부의 입장과 상치되는 것으로 동북아에서 편가르기 일변도로 질주하는 트럼프의 정책을 추종할 수 없다는 결의로도 읽힌다. 문 대통령도 이 점을 분명히 하려는 듯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미, 중과도 균형외교를 할 것이며 한·미·일 군사동맹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이제 관건은 정부의 의지와 추진력이다. 문재인 정부는 곧 ‘3불 원칙’을 훼손하고자 하는 내외의 거친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이 도전을 이겨내야 한국 정부가 동북아에서 적극적 역할을 수행하는 균형외교시대가 온다. 그 첫째 관문이 눈앞에 다가왔다. 내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온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운운하고 일방주의에 찌든 이 버겁고 까다로운 손님이 들이닥치기 직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을 만나 ‘서울과 휴전선은 45㎞도 되지 않아 핵과 장거리미사일이 아닌 재래식 무기에 의해서도 재앙에 직면할 수 있다’고 군사행동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평화적 해법을 강조했다. 균형외교에 대한 입장도 명확히 밝혔다. 무언가 결의가 느껴지는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가 지난 6개월간 대외정책에 대한 반추의 결과이길 바란다. 그래서 어렵더라도 트럼프 앞에서 특유의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도 한편으론 바위보다도 굳은 의지를 담아 나토 사무총장에게 말한 것처럼 휴전선을 코앞에 두고 2천만명이 넘는 한국인이 살고 있는 위태로운 현실을 보여주며 군사행동 불가를 역설하고 균형외교의 자세를 견지하길 성원한다.
칼럼 |
[이종석 칼럼] ‘3불 원칙’ 천명이 주권 포기? |
전 통일부 장관·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확실히 ‘3불 원칙’에는 한반도발 동북아 패권경쟁 요소를 봉쇄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입장이 담겨 있다. 이 원칙은 중국 견제에 한국을 끌어들이려는 미국 정부의 입장과 상치되는 것으로 동북아에서 편가르기 일변도로 질주하는 트럼프의 정책을 추종할 수 없다는 결의로도 읽힌다. 당당한 외교와 한반도 문제의 주도적 역할을 공약한 문재인 정부였기에 그동안 외교행보가 꼬이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무척 불편했는데 모처럼 체증을 날리는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한-중 양국이 사드 문제를 봉인하고 관계회복과 정상적 발전을 추구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사드 문제가 한국 경제와 외교안보에 미친 부정적 영향을 생각할 때 아주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사드 문제 합의와 관련해서 정부가 천명한 ‘3불 원칙’이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을 지피는 이들은 주로 보수야당과 일부 언론 및 미국 정부 인사들이다. 그들의 비판 요지는 ‘3불 원칙’이 중국의 강요에 굴복한 ‘안보주권의 포기’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터무니없는 비판이다. ‘3불 원칙’은 한국의 주권사항과 관련한 중요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가 원하지 않았는데도 중국의 일방적인 압박을 견디지 못해 이 원칙이 천명되었다면 주권 포기 의혹을 살 수 있다. 그러나 필자가 아는 한 ‘3불 원칙’은 원래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추구했던 구상이자 전략의 일부였다. 먼저 ‘3불 원칙’의 1항인 ‘사드 추가 배치 배제’는 문 대통령의 확고한 입장이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애초에 사드 배치에 대해 군사적 효율성 논란과 한국 경제 및 동북아 정세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등을 고려하여 부정적으로 판단하고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를 선호했다. 그러나 후보 시절 한-미 정부 간 합의라는 현실과 분열된 여론 등을 참작하여 전략적 모호성 입장을 취했다. 취임 후 쟁점이 된 사드 1개 포대 배치 결정을 하였으나, 이 과정에서 상당한 사회적 갈등 비용과 경제·안보 비용을 치렀다. 이런 고통스러운 경험을 한 문재인 정부이기에 이 악몽이 재연될 수 있는 상황을 미연에 차단하기 위해서 언젠가 사드 추가 배치 배제를 내외에 공표하리라는 것은 예상되었다. 미국이 추진하는 ‘미사일방어(MD)체계 불참여’는 군사적 효율성 검토를 비롯한 다양한 전략적 고려 끝에 이미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부터 미국 쪽에 불참 의사를 밝혀온 것들로서 문 대통령의 판단도 같다. ‘한·미·일 안보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는 것과 관련해서도 문 대통령이 한-미 동맹은 굳건히 존재하나 한·미·일 혹은 한-일 군사동맹은 있을 수 없다는 점을 여러 차례 대내외에 밝힌 바 있다. 북한 핵을 막는 데 일본의 군사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으나 그것은 일본의 군사대국화만 조장할 뿐, 실제로 한-미 연합 전력으로 충분하다. 이렇게 볼 때 ‘3불 원칙’은 주권 포기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사드 문제를 해결할 명분을 중국에 제공하여 생색을 내는 한편, 그 기회를 살려 잠시 머뭇거렸던 균형외교를 향한 자신의 의지를 내외에 적극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확실히 ‘3불 원칙’에는 한반도발 동북아 패권경쟁 요소를 봉쇄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입장이 담겨 있다. 이 원칙은 중국 견제에 한국을 끌어들이려는 미국 정부의 입장과 상치되는 것으로 동북아에서 편가르기 일변도로 질주하는 트럼프의 정책을 추종할 수 없다는 결의로도 읽힌다. 문 대통령도 이 점을 분명히 하려는 듯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미, 중과도 균형외교를 할 것이며 한·미·일 군사동맹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이제 관건은 정부의 의지와 추진력이다. 문재인 정부는 곧 ‘3불 원칙’을 훼손하고자 하는 내외의 거친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이 도전을 이겨내야 한국 정부가 동북아에서 적극적 역할을 수행하는 균형외교시대가 온다. 그 첫째 관문이 눈앞에 다가왔다. 내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온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운운하고 일방주의에 찌든 이 버겁고 까다로운 손님이 들이닥치기 직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을 만나 ‘서울과 휴전선은 45㎞도 되지 않아 핵과 장거리미사일이 아닌 재래식 무기에 의해서도 재앙에 직면할 수 있다’고 군사행동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평화적 해법을 강조했다. 균형외교에 대한 입장도 명확히 밝혔다. 무언가 결의가 느껴지는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가 지난 6개월간 대외정책에 대한 반추의 결과이길 바란다. 그래서 어렵더라도 트럼프 앞에서 특유의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도 한편으론 바위보다도 굳은 의지를 담아 나토 사무총장에게 말한 것처럼 휴전선을 코앞에 두고 2천만명이 넘는 한국인이 살고 있는 위태로운 현실을 보여주며 군사행동 불가를 역설하고 균형외교의 자세를 견지하길 성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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