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4.28 23:06
수정 : 2010.04.28 23:06
|
서울 반포 ‘옛날 보리밥
|
찬장에는 삶아 놓은 보리밥(?)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아직 밥이 아니었다. 어머니께서는 삶아 놓은 그 보리밥을 적당히 떠서 솥에 넣고 몇 톨의 쌀과 함께 다시 삶으셨다. 보리는 꼬들꼬들해서 두 번을 삶아야 먹을 수 있는 밥이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두 번 삶았다고 해서 쉽게 씹을 수 있을 만큼 부드러워지는 것은 아니었다. 보리 알갱이들은 씹히지 않으려고 입안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나는 보리밥이 아닌 쌀밥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명절이나 제사를 손꼽아 기다렸다. 쌀밥을 맛본 유년시절의 나에게 보리밥은 극복의 대상이었다. 나는 아직도 보리밥을 싫어한다. 여러 나물을 넣고 비벼 먹는 맛이 일품이라고들 하지만 나의 입은 아직도 보리밥과 씨름하던 때를 ‘좋았던 시절’로는 추억하지 못하는 것 같다.
오창섭 건국대 디자인학부 교수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