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의 상호는 알아보기 어렵다. 그 흔한 전화번호도 없다. 반면 메뉴를 알리는 데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신경을 썼다. 상호보다 큰 글씨도 글씨려니와 각 음식의 재료들을 간판의 외형을 통해 친절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동물들의 표현은 어설프다. 다리 없는 소에 눈썹 달린 물고기! 더욱이 그것을 표현하고 있는 재료가 나무다. 주위에서 구한 것으로 보이는 나무는 시간의 흐름을 고스란히 표면에 새기고 있다. 그래서 검은색 간판 글씨는 관심을 갖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 가독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런데도 멀리 보이는 화려하고 세련된 간판보다 나그네의 시선을 강하게 부여잡는다. 세상은 정말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오창섭 건국대 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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