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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2.02 19:12 수정 : 2011.12.02 20:34

김상수 작가·연출가

이명박·오세훈 시장 ‘문화성과주의’의
폐단은 지금 상처가 너무 깊다

서울시가 불합리한 계약을 통해 지휘자 정명훈씨에게 계속 특권을 부여하는 ‘변칙계약’ 문제는 ‘이명박·오세훈 시장의 시정 적폐’ 중 하나다. 그간 가려져 모르던 사실이 많고, 실상이 한국 언론에서는 단 한 번도 제대로 걸러지지 않았다.

정명훈씨가 언론 인터뷰에서 “자선음악회”라 말한 ‘찾아가는 음악회’의 내막을 보면 정기연주회 지휘료로 계약한 4200만원의 반값인 2100만원씩을 지휘 때마다 꼭 챙겼다. 2010년에만 서울시는 정명훈씨에게 총 20억4200여만원을 지급했다. 횟수 제한 없는 1등석 2인권 항공료로 2010년에만 2억9000여만원, 올 10월까지 1억4000만원을 서울시가 지급했다. 연 3000만원 판공비, 유럽에 있다는 외국인 보좌관 활동비 3만유로(약 4500만원), 해외활동비 4만유로(약 6000만원) 등 사용처가 불분명한 비용도 서울시향에서 정명훈씨의 은행 계좌로 입금됐다. 용도의 근거나 서류는 서울시향에 없다.

1등석 비행기 티켓을 횟수 제한 없이 제공받는 상임지휘자 예술감독은 세계에 없다. 리무진 대여비만 1월부터 8월까지 4000여만원, 호텔 숙박료 4000여만원도 서울시향이 부당지출했다. 서울 체재 호텔비 부담은 그가 꼼꼼하게 요구사항을 적고 사인한 협약엔 없다.

<중앙일보>(2011년 11월24일치)는 “결정은 시장(市場)이 한다”며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지휘자 정명훈이 사인한 20억원짜리 계약서는 소위 수요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썼다. 확인 결과 “사인한 20억원짜리 계약서”는 어디에도 없다. “서울시향이 제공하는 보수는 연간 2억2000만원의 보수를 지급한다”고 되어 있다. 이는 차치하고, 시장논리에 비추어도 틀렸다. 직접적으로 말한다. 한국 말고 미국이나 일본, 또 그가 거주하는 프랑스 어느 도시에서 연 20억원 이상의 돈을 한 도시가 운영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겸 예술감독 1년 보수 및 경비로 정명훈씨에게 지급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해외 클래식음악 ‘시장’에서 정명훈은 그 위치에 있지 않다. 이것이 시장의 논리다. “세계적인 지휘자”, “마에스트로”, “예술의 거장”은 한국 언론이 말한다.

지휘자 정명훈
서울시향 단원들은 1회 연주 때 6만원을 받는다. 정명훈씨는 무려 700배인 4200만원이 1회 지휘비다. 올해 유럽투어에서 그는 회당 4244만7000원, 4회 총 1억6978만8000원을 받았고, 전체 단원 105명의 연주비는 2520만원이었다. “이번 투어를 하면서 서울시향에 투자하면 확실한 수익을 책임질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한국경제> 2011년 9월20일치) 수익은 정명훈씨에게만 해당됐다. 한국 언론에 대서특필된 유럽투어는 13억 투입에 수입은 겨우 3억2000만원이었다.

정명훈씨는 독일 그라모폰 음반 출시에 앞서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오케스트라 역사상 도이치그라모폰(DGG) 같은 메이저 음반사와 장기간에 걸쳐 음반을 내기로 한 적은 없었다”(<조선일보> 2011년 1월13일치)고 했다. 한국 언론의 기사는 “동양 최초”, “세계적인 음반사가 음악성 인정,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 식으로 자동 전개됐다.

음반사에서 음반을 낸다는 것은 음반사가 제작비 부담을 책임지는 게 일반 거래상식이다. 그러나 연주료·지휘료·녹음료 등 제작비 1억5000만원 이상을 서울시향이 부담했고, 서울시향 예술자문역 마이클 파인은 1년에 서울을 4번, 6번 들어오고 1억5000만원을 5년간 지속적으로 받았다. 그는 그라모폰사의 부사장을 지냈다.

이명박·오세훈 시장의 ‘토목공사식 문화성과주의’ 폐단은 지금 상처가 너무 깊다.


김상수 작가·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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