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10.07 19:24
수정 : 2011.10.07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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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수 작가·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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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위기는 실존의 위기이며
경제 위기 또한 이것에서 파생한다
정치는 ‘문화’다. 한 시대 한 사회의 사람들이 어떤 인간관계를 이룰 것인지, 그 인간관계를 결정하는 규범적인 생각과 가치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 이를 나랏일로 진행하는 일이 정치이고 이는 곧 문화를 반영한다.
“멍청한 대중은 비판적 사유가 부족해, 잘 꾸며서 재미있게 꼬드기면 바로 세뇌가 가능하다”, 지난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 교재에 적시돼 있는 ‘말씀’이다. 야비하고 천박하기도 하지만 본질은 정신파탄이다.
이명박 정권은 “멍청한 대중”을 위해서 최근 역사 교육과정 개발에서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바꾸게 했다. ‘자유’, 아름다운 말이다. 인간 생존의 기본적인 권리를 말함이다. 그러나 기득권 세력의 ‘자유’라는 말엔 반어적, 현실기만적인 언어정치가 작동하고 있음을 본다. ‘반공’과 경제방임의 신자유주의 무한 확대를 대강으로 하는 이들은, 그들 의도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공산주의’ ‘좌파’ ‘사회주의’ 등으로 낙인찍어 대중의 정치적 생각의 싹을 아예 밟아버리겠다는 의도다. 심지어 헌법 전문에 명시된 대한민국의 정통성에 관한 내용을 지우고 일본제국주의 식민통치를 긍정하는 내용까지 교과서에 포함시키려는 시도까지 이 정권 아래서 일어나고 있다.
국민의 주권재민을 쿠데타로 부순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정권의 근거가 친일에 있고, 비록 이명박 정권은 민간인 신분으로 등장했지만 이들의 누적판이자 복제판이면서 일본식 표현으로 동조동근(同祖同根)의 집단으로 대한민국을 부정교란하고 있다.
오랜 시간 한국에서는 기득권층이 스스로를 가리켜 ‘보수’라고 참칭하고, 반체제가 마치 체제인 양 행세하면서, 민주주의를 찾고 헌법을 지키겠다는 사람들을 도리어 반체제라 명명한 사실이야말로 엄중하게 바로잡아져야 하는 언어기만이고 언어착란이다.
이명박 정권 등장 이후 3년이 지난 오늘, 한국이란 국가공동체가 빠른 시간 동안에 무너져 내리고 망가지는 고통스런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너무나 충분히 예견된 사태였기에 이명박 후보가 한나라당 경선에 나설 때부터 나는 내 누리집(www.kimsangsoo.com)에서, 또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에, 그리고 지난 5월부터는 여기 <한겨레>에 칼럼으로 그 위험성을 계속 제기해왔다. 이명박 정권 1년차일 때 나는 칼럼에서 “정권이 4년이나 남았다지만 텔레비전 등 여론매체의 찬탈과 전용으로 여론의 호도와 왜곡, 반대세력의 분리와 격리, 국민 일반에 대한 교묘한 아첨과 감언이설, 회유와 협박, 때로는 무자비하고 공공연한 폭력행사 등이 골고루 동원될 것이다”라고 쓴 바 있다.
오늘 이명박 정권은 현실기만적인 언어정치로 손실의 공공화와 이익의 사유화를 획책해, 국가종속적인 그들만의 기업독재 시대를 열고자 기도한다. 이제 시민들은 기업에 직접적으로 통제되는 형태가 된다. ‘감세’ ‘절세’라는 명목은 세금 감면이 아니라 노골적인 공공 절도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경제적 위기가 아니라 탐욕의 위기이자 삶의 공동체를 무너뜨리고 말 기득권자들의 정신파탄이다. 그래서 차라리 위기의 본질은 경제가 아니다. 경제 위기를 타개하는 문제의 중요성이 시급한 것은 분명하지만 경제적인 위기 뒤에 있는 정치적인 위기가 더 문제이며, 정치적인 위기는 우리 사회를 근본에서 왜곡하고 교란시키는 반문화적인 문화 위기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이 문화의 위기는 실존의 위기이며 경제 위기와 민주주의 위기 또한 이것에서 파생한다. 오늘 한국 사회의 파국의 정체인, 기득권자들로 인한 문화의 위기는 국가공동체를 위협하는 지경을 이미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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