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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6.20 17:00 수정 : 2019.06.21 09:35

정인환
베이징 특파원

한반도 정세가 다시 변곡점으로 들어섰다. 2월 말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했던 북-미가 ‘접점’에 다가선 모양새다. 역사적인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1주년에 즈음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 담겼다는 ‘흥미로운 내용’은 뭘까? 지난 1년을 되새겨보자.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북-미 두 정상은 향후 협상의 원칙으로 세가지에 합의했다. 첫째,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이다. 둘째, 항구적이고 공고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다. 셋째, 앞선 두가지를 통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다. 지난 25년여 북-미 협상의 역사에서 단 한차례도 새로운 북-미 관계와 평화체제 구축이 비핵화에 앞서 등장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코페르니쿠스적 전회’였다.

7월6~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했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합의 사항 이행을 위해서다. 결과는 어땠나? 당시 북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의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를 비판하며, “우리의 기대와 희망은 어리석다고 말할 정도로 순진한 것이었다”는 담화를 내놨다.

미국 쪽은 어땠을까?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19일(현지시각) 워싱턴의 애틀랜틱 카운슬이 주최한 행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현실을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합의 사항 이행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게 대단히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달여 뒤인 8월23일 폼페이오 장관은 비건 대표 임명 발표와 함께 방북 계획을 발표했지만 하루 만에 연기됐다. 9월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다. 비건 대표는 10월 초 평양을 방문했다. 협상은 쉽게 재개되지 못했다. 11월 들어 김영철 북 노동당 부위원장이 뉴욕을 방문해 폼페이오 장관을 만날 예정이었지만 불발됐다. “북-미 접촉은 성탄절 무렵에야 재개됐다”고 비건 대표는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 신년사에서 경제발전 집중 노선을 강조하며 비핵화 의지를 거듭 밝혔다. 이어 김영철 부위원장이 미국에 도착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2월6~8일 비건 대표가 평양에 도착했다. 핵·미사일 전문가, 경제·제재 전문가, 국제법 전문가 등 15명이 동행했다. 본격적인 협상은 아니었지만, 서로의 입장과 기대치를 이해할 수 있는 내밀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하노이 정상회담이 열렸다. 북-미는 회담 일주일 전부터 현지에서 구체적 제안과 이행 계획 등을 논의했지만 최종 담판에 이르지 못했다. 협상은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한 채 끝났고, 다시 대화가 끊겼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평양에 도착했다. 다음주 일본 오사카에선 미-중 정상회담이 열린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 예정돼 있다. 지난해 5월 북-미가 삐걱거릴 때 열렸던 남북 정상의 판문점 당일치기 실무회담이 재연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까지 더하면 남북, 북-중, 미-중, 한-미 정상 간 소통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셈이다.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대화가 재개되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싱가포르 이후에도 ‘선 비핵화’를 고집하던 미국이 마침내 답을 찾은 것 같다. 꼬박 1년이 걸렸다. 비건 대표의 말이다. “북-미 양쪽 모두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한다. 지난 25년간 실패했던 공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 짧게 말해, 북-미 협상의 동력을 다시 얻기 위해선 첫번째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으로 복귀해야 한다.”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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