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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8.09 17:55 수정 : 2018.08.10 09:51

황준범
워싱턴 특파원

“워싱턴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행운을 빌게요!”

특파원으로 일하기 위해 3주 전 이곳 워싱턴에 도착해 만난 싱크탱크 관계자들과 외교 소식통들은 이런 인사로 맞아주었다. 이들이 건네는 “굿 럭!”이라는 말에는 의례적인 인사말 이상의 ‘진심’이 담겨 있다. 누구는 “트럼프 광기의 시대에 미국에 오다니요…”라며 안타까워했고, 아예 “위로를 보낸다”며 토닥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예측 불가능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통치, 그리고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를 북-미 줄다리기 등 험로가 펼쳐져 있다는 얘기다.

그 와중에 위안을 건네는 사람들도 있었다. 한 싱크탱크 인사는 “마침 지금은 평온한 때라, 적응하기에는 매우 좋은 시기다”라고 덕담했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으로 대표되는 한반도 전쟁 분위기에서 올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까지 극과 극을 오가며 격변의 시기를 헤쳐온 수개월에 견주면 지금은 ‘조용한 계절’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합의사항 이행에 속도가 붙지 않는 상황을 말한다.

사실 6·12 정상회담만으로도 북-미 관계는 전혀 다른 차원에 들어섰다. 지금 미국에서 만나는 그 누구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대한 공포나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군사행동 가능성을 말하지 않는다. 사람들과의 대화는 “북한과 미국이 어떤 합의를 이룰 수 있을까”, “9월 뉴욕 유엔총회 때 김정은 위원장이 올까”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난해를 워싱턴에서 보낸 언론인이나 시민단체 사람들이 “어떻게든 전쟁은 막아야겠다는 일념이었다”고 회상하는 것과 천지 차이다.

하지만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번영, 북-미 관계 정상화를 향한 행진이 여기서 주춤해선 안 된다. 진척 없이 시간만 흐르면 미국, 북한, 한국 내부에서 회의론과 피로감이 커지고,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에 흥미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올가을을 그냥 넘겨선 안 될 이유도 각 정상들에게 뚜렷하다. 올해 신년사에서 핵·경제 병진 노선을 버리고 ‘경제 건설 총력 집중 노선’으로 대전환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인민들에게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완화와 경제 성과에서 가시적인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 그 절박한 계기는 북한 정부 수립일인 9·9절이다. ‘러시아 스캔들’로 국내적 어려움에 처한 트럼프 대통령 또한 11월6일 중간선거에서 경제와 대외정책 등의 성과를 과시하고 싶어한다. 더구나 미국 중간선거 결과가 한반도 정책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진보 성향 미국 싱크탱크의 한 전문가는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면 러시아 스캔들로 트럼프 대통령 탄핵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그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최고 우선순위는 탄핵 방어가 되고, 한반도 문제는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역설적이지만, 미국 민주당 내에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 성공을 바라지 않는 기류가 강한 점도 변수다. 한국은 이런 미국 정치 상황까지 고려해 북-미의 싱가포르 합의 이행이 후진하기 힘든 궤도에 오르도록 도와야 하는 상황이다.

회의적 여론과 참모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지금까지 달려온 추동력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였다. 앞으로 밀고 나갈 힘 또한 세 정상에게 있다. “핵시설 신고부터 하라”, “아니다. 종전선언 먼저 해야 한다”며 평행선만 달릴 게 아니라, 가을에 들어서기 전에 남, 북, 미 정상이 직접 나서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 여전히 믿을 곳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이다.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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