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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11.12 19:13 수정 : 2015.11.12 19:13

2012년 중국 소설가로는 처음 노벨 문학상을 받은 모옌의 대표작 <개구리>에는 정부의 산아제한 정책을 헌신적으로 집행하는 주인공의 고모가 등장한다. 신식 의학을 배운 의사였던 고모는 정부의 한 자녀 정책이 시행되자 하루아침에 낙태 선봉장이 된다. 그는 한명이라도 더 아이(특히 남자아이)를 낳으려는 마을 사람들을 어르고 협박하며 철저히 둘째 자녀 출산을 막는다. 저승사자처럼 둘째 아이를 가진 임신부들을 수술대에 올린다. 어떻게든 대를 이으려던 딸부잣집의 임신부도, 둘째를 낳겠다며 뗏목을 타고 도망치던 임신부도 죽는다. 급기야 고모는 몰래 둘째를 임신한 자신의 조카며느리의 낙태를 시도하다 그와 태아 모두 숨지게 한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18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18기 5중전회)에서 한 자녀 정책을 전면 폐지했다. 1978년 이후 37년 동안 유지해온 국가 정책을 바꾼 것이다. 인구 노령화에 따른 노동인구 감소라는 경제적 고려가 작용했다. 두 자녀 정책 실시가 발표된 날 밤 몇몇 익살스런 중국 누리꾼들은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정부의 시책에 적극 동참하자. 당장 오늘 밤부터 둘째를 만들자”라는 글을 띄웠다.

중국인들은 적극적으로 정부 정책에 호응할까? 몇몇 주변 중국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니올시다’다. 초등학교 4학년 자녀를 둔 한 베이징의 지인은 이렇게 말했다. “나야 하나를 더 낳고 싶다. 그런데 집사람은 내켜하지 않는다. 양육 교육비를 계산해보니 임신부터 대학 입학 때까지 허리띠를 한껏 졸라매야 20만~30만위안(3600만~5400만원)이 들어간다. 그런데 이건 아주 기본적인 것만 했을 때다. 학원을 몇 군데 보내고 아이 돌보미를 고용한다고 치면 50만~60만위안(9000만~1억800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거기다 우리는 베이징 후커우(호적)가 없어서 의료비 등이 추가로 든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도 거기서 거기다. 하나는 아쉽지만 둘은 벅차다는 것이다.

중국의 육아 환경은 한국 못지않게 녹록지 않다. 대부분 맞벌이인 중국의 부부들을 대신해 아이를 돌보는 사람들은 할아버지, 할머니이거나 육아 도우미다. 하교 시간이면 교문 앞에서 손자, 손녀들을 기다리는 조부모들의 줄이 장사진을 이룬다. 이웃의 한 학부모는 자녀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 육아 도우미를 데리고 수개월여의 마카오 직장 연수를 다녀와야 했다. 한 자녀 정책 폐지가 발표된 뒤 중국 여성들은 “2년 반의 육아전투를 다시 치른다면 쓰러질 거다”, “인력도 재력도 없다. 엄두가 안 난다”, “남편이 자유롭게 육아휴직을 쓸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등의 글을 폭발적으로 올렸다. 먹거리나 환경에 대한 불안도 여전하다. 2008년 멜라민 분유 파동에 이어 올해 초엔 딸의 선천적인 종양이 스모그 탓이라 여기는 전직 여성 앵커가 다큐멘터리로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고발하기도 했다.

40년 가까이 유지되어온 까닭에 이미 중국의 전형적인 가족 유형은 한 자녀 가정으로 굳어진 것 같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서구 학자는 “중국에서 이미 한 자녀는 문화가 됐다. 덩샤오핑 시절부터 수십년 동안 정부가 주입한 ‘자녀는 하나만 낳는 대신 경제적인 풍요로움을 추구하자’는 가치관이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성연철 베이징 특파원
두 자녀 정책 실시→한해 수백만명의 신생아 출산→육아시장 활성화→내수 진작→경기 활성화→연간 0.5%포인트가량의 경제성장률 상승이라는 중국 당국의 장밋빛 전망을 보고 있노라면 달걀이 부화하기도 전에 닭을 세는 이솝 우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수월한 육아환경을 만들지 않는다면 두 자녀 정책은 김칫국 들이켜기가 될 것 같다.

성연철 베이징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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