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에서 폭발한 목함지뢰의 여파가 동아시아 전체를 흔드는 커다란 안보 위기로 발전했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다시 떠올려 봐야 할 것은 미-일 동맹의 강화로 자신의 군사적 역할을 확대하려 하는 일본이라는 존재다. 지난 4월 말 개정된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과 현재 진행 중인 안보법제 제·개정을 기초로 자위대가 한반도 사태에 개입할 수 있는 몇 가지 시나리오를 그려본다. 한반도에서 유사사태, 즉 전쟁이 발생하면 일본은 이 사태를 일본의 안보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영향사태’로 인식하게 된다. 중요영향사태는 그동안 일본의 안보와 직접 관련이 있다고 여겨져온 한반도 사태와 대만 사태라는 일본 주변사태를 전세계적으로 확대한 것이다. 개정된 가이드라인은 이 경우 미·일 양국이 “해당 무력공격에 대한 대처 및 또 다른 공격의 억지에 대해 긴밀히 협력한다”고 못박고 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터지면 한국군의 작전권은 미국 태평양사령관의 지휘를 받는 주한미군사령관으로 이전된다. 그와 함께 거의 자동적으로 주일미군이 개입된다. 이미 일본 본토의 요코스카(해군), 요코타(공군), 자마(육군), 사세보(해군) 등 4개 기지와 오키나와의 가데나(공군), 화이트비치(해군), 후텐마(해병대) 등 3개 기지가 유사시 한반도 사태에 활용될 수 있는 유엔사 후방기지로 지정돼 있다. 일본은 이 기지 제공으로 인해 만일의 경우 북한의 공격을 받을 수도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 당연히 일본은 한반도 사태에 여러 방식으로 개입해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 할 것이다. 일본의 개입은 먼저 미국에 대한 ‘긴밀한 협력’, 즉 후방지원이라는 형태로 구체화된다. 일본은 지난해 7월 각의결정을 통해 후방지원이 가능한 비전투지역의 기준을 크게 완화했다. 그에 따라 예전엔 동해의 먼 공해상에서나 가능했던 후방지원의 지역적 범위가 이젠 현재 전투행위가 벌어지지 않고 있다면 부산 등 한반도 내부까지 확대됐다. 이 경우 한국 정부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제 나라 군대에 대한 작전권도 없는 정부가 미군 사령관이 요구하는 자위대 병참부대의 상륙을 거부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한발 더 나아가 일본은 한반도 사태가 심각한 상황에 이를 경우 일본의 존립이 뿌리부터 위협받는 이른바 ‘존립위기사태’로 인식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일본은 한반도 주변에서 활동하는 미국 함선에 대한 방어, 북한 선박에 대한 검사, 미사일 방어(MD) 활동 등 한반도 주변에서 좀 더 적극적인 역할까지 담당할 수 있다. 현재로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자위대 무장병력의 해외 파병은 없다”고 공언해 왔으니 자위대 전투부대가 한반도에 상륙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향후 안보 환경의 변화에 따라 이 제한은 얼마든지 완화될 수 있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북한이 미군에 후방기지를 제공하고 있는 일본을 직접 타격하는 경우다. 이 경우 일본은 개별적 자위권을 행사해 적기지 타격 등의 작전으로 한반도 사태에 직접 개입할 수 있게 된다. 일본은 이 경우 한국과 사전 협의를 할 필요 없다는 견해를 여러 차례 밝혀왔다. 이처럼 일본의 군사적 역할이 확대될수록 한반도 사태에 대한 일본의 영향력은 커질 것이며 이는 한국이 한반도 문제를 주체적으로 풀어나가는 데 큰 화근이 될 수 있다.
길윤형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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