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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0.17 18:50 수정 : 2013.10.17 18:50

박현 워싱턴 특파원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지난달 말 매우 흥미로운 발언을 했다.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반면에 이란은 그렇지 못해 미국의 대응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연한 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그 대응이 어떻게 다르냐가 중요하다. 그는 논리를 이렇게 이어갔다. “그게 바로 이란이 핵무기를 얻지 못하게 막는 조처를 취할 필요가 있는 중요한 이유다. 이는 북한처럼 이미 문턱을 넘은 국가의 비핵화를 추진해야 하는 것과 같은 상황에 맞닥뜨리지 않으려는 것이다.” 그는 그것이 바로 이란에 “외교적 해결책을 모색할 문을 열어놓은 이유”라고 부연 설명했다. 이는 미국이 북한에 적극적인 외교적 개입을 하지 않는 이유의 일단을 보여주는 것이다.

로즈의 발언을 인용하는 이유는 북한 핵 문제에 대한 백악관의 시각을 단적으로 드러내 주기 때문이다. 나이가 35살에 불과하지만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인물이다.

백악관이 북한과 이란에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오바마 대통령이 핵 없는 세상을 외칠 때인 2009년 4~5월에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한 것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욕 타임스> 백악관 출입기자인 데이비드 생어는 제프리 베이더 당시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이 이렇게 말했다고 자신의 책에서 증언하고 있다. “그해 5월25일(핵실험)부터 백악관에 있는 모든 사람은 대북한 매파(강경파)가 되었다.” 그래서 백악관은 아직 핵 개발을 하지 않은 이란에 더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이중잣대의 뿌리가 어디에 있든 문제는 지금 백악관의 태도가 북한 핵 문제에 너무 안이하다는 점이다. 마치 핵무기 보유 수가 10개에서 몇 개 더 늘어난다고 무슨 대수냐는 태도다. 그런데 북한은 플루토늄 생산 방식에 이어 우라늄 농축 방식을 통한 핵무기 개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라늄 농축 방식은 플루토늄 방식처럼 대규모 시설이 필요치 않아 시설 은닉이 쉽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의 개발이 진행되면 될수록 검증의 어려움 때문에 협상을 통한 핵문제 해결은 점점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백악관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북한 핵 문제를 대중국 견제의 빌미로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개입된 것으로 관측된다. 오바마 행정부가 2년 전부터 내세우고 있는 ‘아시아 중심축’ 정책도 군사적으로 보면 대중국 견제 정책이나 다름없다.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의 군사력 증강을 용인하고, 동아시아에 미사일방어(MD) 체계를 강화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북한 쪽은 지난 6월 이후 북-미 고위급 회담과 6자회담 재개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최근 베이징·베를린·런던에서 열린 비공식 대화에 참석한 인사들의 말을 들어보면, 북한이 9·19 공동성명에 복귀하겠다는 의지는 상당히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대화를 계속 거부하고 있다. 공개적으로 밝히는 이유는 북한의 ‘진정성’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진정성을 확인하고 북한에 구체적 조처를 요구하는 건, 만나서 얘기를 해야 가능하다. 스티븐 보즈워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북한과 대화하는 것 자체가 나쁜 행동에 대한 보상은 아니다”라며 “북한이 비핵화의 진정성이 있는지를 시험해 보려면 테이블에 앉아 대화를 해보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보즈워스 전 대표의 말처럼 대화는 보상이 아니다. 과거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는 최소한 북한 핵을 동결시키는 효과를 냈다. 반면에 대화 단절은 북한에 핵 개발을 할 수 있는 시간만 벌어줬다. 미국의 대화 거부가 북한에 강경파가 득세하는 빌미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박현 워싱턴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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