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4.04 19:11
수정 : 2013.04.04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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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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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케리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이 미국 외교의 사령탑인 국무장관에 취임한 지 꼭 두 달이 지났다. 대표적인 비둘기파인 케리의 국무장관 취임이 대결로 치닫는 한반도 정세를 상호 대화의 분위기로 반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점차 사그라지고, 한반도 정세는 갈수록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2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 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케리 장관의 태도는 실망스러웠다. 그는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하기는 했다. 그는 “우리는 (협상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제조건이 붙었다. 북한이 먼저 비핵화를 위한 진지한 협상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맞는 말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정책은 이미 북한에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됐다. 오바마 1기 행정부는 북한이 먼저 변할 때까지 기다린다는 이른바 ‘전략적 인내’ 정책을 폈으나, 그 결과는 우리가 지금 목도하고 있는바 그대로다.
무릇 문제를 해결하려면 일단 상대방을 만나야 한다. 만나야 서로의 의중을 알 수 있고, 해결의 실마리도 찾을 수 있는 법이다. 상대방이 누구인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는 상황에서 무슨 해결책이 나오겠는가. 미국이 현 북한 지도체제를 잘 모른다는 말은 그냥 상상해서 하는 소리가 아니다. 요즘 한·미 당국자들이 만나면 서로 북한이 거의 매일 쏟아내는 성명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묻는다고 한다. 정보교환을 하는 게 외교관들의 일상사이긴 하지만, 이건 그런 차원이 아닌 것 같다. 정말로 김정은 지도체제에 대해서 몰라서 묻고 있는 것이다.
케리 장관은 2일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특사를 보낼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우린 이미 특사(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있다. 상황이 맞다면, 북한이 진지하게 문제 해결을 하려 한다면 특사가 거기 있을 것이다.” 묻고 싶다. 북한이 핵공격 위협을 하고, 남한이 북한의 도발 때 도발 원점은 물론이고 지휘세력까지 응징하겠다는 이런 상황이 특사를 보내기에는 여전히 ‘맞지 않는’ 상황인가.
미국 정보당국은 북한의 핵능력이 향상됐지만 아직 미국 본토를 타격할 만한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대륙간 탄도미사일에 탑재할 만큼 핵탄두를 소형화하지 못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은 단·중거리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소형화 기술은 확보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한국과 일본은 이미 북한의 ‘핵 타격권’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한·일에 비해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여기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로 외교적으로 직접 개입하는 것에 소극적이다.
북한은 유일 지도체제라는 독특한 구조상 불가능할 것 같은 일도 최고지도자의 말 한마디로 180도 바뀔 수 있다. 1994년 북핵 위기 때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방북해 김일성 주석을 만나 극적으로 문제를 푼 바 있다. 이런 사례는 그 이후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김정은 제1비서는 이미 스스로 미국 농구스타 데니스 로드먼을 통해 직접 대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미국은 고위급 특사를 당장 북한에 보내야 한다.
박현 워싱턴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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