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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1.17 19:32 수정 : 2013.01.17 19:32

정남구 도쿄 특파원

일본 주식 보유자들의 입이 요즘 귀에 걸려 있다. 도쿄증권거래소의 닛케이지수가 최근 두 달 사이에 25%가량이나 올랐다. 정부가 중앙은행을 압박해 돈을 과감히 풀게 하고 재정지출도 크게 늘리는 이른바 ‘아베노믹스’로 내수가 좋아지고, 엔화 가치가 떨어져 수출도 늘어날 것이란 기대에 부푼 까닭이다.

일본 경제는 내수 부진으로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이 고착화해, 오래도록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계의 소비 여력이 부족한 까닭이다. 아베노믹스는, 그게 쉽게 해결이 안 된다고 이미 몇 차례 손댔던 마약을 다시 찾는 것처럼 보인다. 그에 따를 부작용이야 일본이 감당할 몫이지만, 그런 정책이 한국 경제에도 득이 될 것은 없다. 양국 기업은 수출시장에서 경쟁관계라, 통화가치가 떨어지는 쪽이 가격경쟁에서 유리하다. 지난해 100엔당 평균 1400원이 넘던 엔화 가치가 지금은 1200원 안팎이다. 미국 금융위기에 이어 유럽 재정위기로 엔화 가치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꽤 오래 태평가를 부르던 한국 수출기업들한테 이제 호시절이 끝나가고 있다.

공교롭게도, 한국의 역대 새 정부들은 세계 경제환경이 매우 어려울 때 출범하곤 했다. 이번에도 꽤 심각해 보인다. 미국, 유럽의 여러 큰 나라가 나라살림에 탈이 나 있다. 빚을 내 경기부양을 하기는커녕,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처지다. 곧 죽을 병에 걸린 것은 아니지만, 쉽게 낫기도 어렵다. 국가부채 비율이 200%를 넘는 일본도 사실은 위험하다.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 경제의 전망도 어두워서, 올해 경제성장률은 2%대로 떨어질 것이라고들 한다.

한국 경제정책의 핵심은 여전히 ‘중상주의’다. 자원이 없으니, 수출로 먹고살아야 한다는 생각은 지금도 정책결정자들의 사고를 지배하고 있다. 재벌계 수출 대기업이 밀고 끌고 온 정책이다. 수출 주도형 성장에 대한 미련은 고성장 시대가 마무리된 뒤에 오히려 더 심해졌다. 기업에 세금을 깎아주며 가격 경쟁력을 높여주고, 공격적으로 자유무역협정을 맺어 시장을 열고, 원화 가치를 가능한 한 싸게 유지하는 총력전이 계속됐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무역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외환위기가 일어난 1997년 54.4%에서 2011년엔 110%까지 올라갔다. 수출 대기업은 고성장을 계속했지만 내수는 부진했고, 빈부 격차와 빈곤, 가계부채는 빠르게 확대됐다. 수출 증대를 위해 동원 가능한 수단을 거의 다 써버려서, 이제 그런 식의 성장은 한계에 부닥치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는 5000만명에 가까워, 세계 25위다. 내수시장이 그리 작지 않다. 2011년 우리나라의 명목 국민총소득은 2002년에 견주어 72.5% 증가했다. 그런데 같은 기간 가계의 총처분가능소득은 64.6%, 민간 소비지출은 60.23% 증가에 그쳤다. 우리 경제의 돌파구가 어디에 있는지를 이 수치가 잘 보여준다. 분배의 개선을 통한 내수시장의 확대 없이는, 우리 경제의 활력이 회복되기 어렵다. 일하는 사람에게 몫이 더 많이 돌아가게 하여, 그들이 더 넉넉히 쓸 수 있게 해야 한다. 생산성을 높이고 새 시장을 개척해 수출을 늘리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수출을 위해 내수 부문을 희생시키는 것은 그만둬야 한다. 이제라도 수출지상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남구 도쿄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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