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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1.08 19:23 수정 : 2012.11.08 19:23

박민희 베이징 특파원

시진핑은 ‘제2의 고르바초프’일까, ‘제2의 덩샤오핑’일까, ‘제2의 룰라’일까?

시진핑은 중국의 새 지도자로서 출발선에 서 있다. 훗날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어떤 개혁을, 얼마나 용기 있게 추진했는지로 판가름이 날 것이다.

올해 중국은 마치 마법이 풀려버린 듯, 화려한 경제성장에 가려져 있던 ‘모순의 맨얼굴’을 드러냈다. 보시라이 사건을 신호탄으로 지도층의 부정부패와 천문학적인 재산, 치열한 권력투쟁의 모습이 쉴새없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환경오염과 강제철거 등에 저항하는 대규모 시위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개혁을 못 하면 미래가 없다’는 위기감은 중국 사회의 상식이 되었다.

시진핑의 시대, 중국의 개혁은 쉽지 않다. 문제의 뿌리가 깊고, 거대한 이권들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정치개혁은 혁명 이후 60년간 변하지 않은 ‘당과 국가가 사회를 짓눌러온’ 역사와 씨름하는 작업이고, 경제개혁은 개혁·개방 30년 동안의 이익분배 구조를 바꾸고 성장모델을 수술하는 대작업이다.

문제의 곳곳에는 문화대혁명(문혁)과 대약진 등 해묵은 역사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중국 작가 위화는 “중국의 경제 기적 안에는 대약진식 혁명운동도 있고, 문화대혁명식 혁명폭력도 있다”고 말한다.(<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그는 중국의 경제 기적을 이끌어온 비결, 즉 정부의 쏟아붓기식 투자로 제철소와 항구, 고속도로, 철도 등을 지어 성장률을 높이는 상황을 1950년대 말 대약진운동 시기에 미국과 영국을 따라잡겠다며 숟가락과 냄비까지 녹여가며 쓸모없는 철강을 생산하던 ‘철강제련 광풍’의 현대판으로 본다. 아울러 지방정부들이 개발을 명분으로 공권력을 동원해 주민들을 내쫓고 건물을 철거하는 풍경에서 문화대혁명식 폭력이 되풀이되는 것을 본다.

‘대민주’의 정치변혁을 외치며 시작됐던 문혁은 진정한 민주를 가져오지 못한 채, 관료주의 특권만 강화시켰다. 개혁·개방 이후 덩샤오핑은 정치·경제 개혁을 약속했지만, 1989년 천안문(톈안먼) 시위를 진압한 뒤 공산당의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 ‘정치개혁 없는 경제발전’의 길로 달려갔다.

시진핑은 이처럼 오랫동안 곪아온 문제들을 풀어나갈 유능한 개혁가인가? 회의론자들이 적지 않다. 중국 정치 엘리트들의 이익이 부패한 시스템과 너무 깊숙이 얽혀 있어 개혁에 나서기 어렵고, 만약 전면적인 개혁을 추진한다면 체제 자체의 붕괴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페레스트로이카’의 기치 아래 과감한 개혁을 추진한 뒤 소련 공산당 통치가 붕괴한 사태를 시진핑이 우려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시진핑은 들끓는 사회적 불만에 대처하기 위해 소득분배의 개선과 국유기업 개혁 등을 점진적으로 추진하되 민감한 정치개혁은 손대지 않는 ‘제2의 덩샤오핑’이 될 수도 있다. 이는 모순을 악화시켜온 옛길을 답습하는 위험한 선택이 될 것이다.

시진핑이 브라질의 룰라처럼 기득권층의 강력한 반발을 돌파하고, 서민들의 편에서 중국을 수술할 수도 있다. 시진핑을 비롯해 새 지도부의 주요 인물들은 문혁 때 농촌으로 하방돼 농민과 가난한 이들의 고통스런 현실을 진심으로 이해하게 되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어느 시나리오든 중국의 미래를 극적으로 바꿀 선택이 될 것이다. 중국과 세계가 의미심장한 ‘시진핑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박민희 베이징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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