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0.05.27 19:41 수정 : 2010.05.28 09:28

권태호 워싱턴 특파원





미국에서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보수·진보 쪽 전문가들을 접촉할 때마다 느끼는 건, 이 문제에 관해선 별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한국에선 ‘보복공격’에서부터 ‘천안함 조사결과는 날조’라는 극과 극의 평가가 공존하나, 미국에선 그 ‘극과 극’이 없다. 의료보험 개혁, 금융 개혁, 심지어 멕시코만 원유 유출에 이르기까지 사사건건 민주·공화당이 딴 세상 사람들처럼 대립하지만 이 문제에선 차이가 없다. 25일 하원의 대북 규탄 결의안이 411 대 3으로 통과됐다.

원인을 더듬어보면, 우선 ‘내 나라 일이 아니어서’일 수도 있겠다. 좀더 객관적일 수 있을 테고, 정치적 계산에서도 자유로울 것이다. 미국인들의 북한에 대한 혐오스런 이미지도 배경일 수 있다. 국민들을 배곯게 하면서도 핵무기 개발에 주력하는 북한은 미국인들에겐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나라’다. 코미디 프로에도 가끔 등장하는 김정일은 키 작고 배 나온 우스꽝스러운 독재자로 희화화된다. 이런 미국인들의 시각은 전문가들과 미국 정부 관계자들도 공유한다.

그런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후보 시절 “북한·이란 등 불량국가와 대화하지 않는 게 벌주는 게 아니다”라며 조지 부시 정부와는 달리 포용 의사를 강하게 내비쳤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좀 다르다. 지난해 8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수행해 방북했던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은 기자에게 “오바마는 선거에 마이너스가 될 수 있는데도 존 매케인과의 텔레비전 토론회 등에서 대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오바마 행정부는 완전히 돌아섰다. 이제 미 정부 안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으로 보는 이는 거의 없다”고 전했다. 어차피 미국한테 북한이란 비핵화 정책에서도 이란 다음이다. 오바마 정부로선 임기 말까지 남북관계가 끊겨도 별 상관이 없다. 그것 말고도 해결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다.

미국인들에게는 ‘민족 개념’이 없다. 미국 정부의 북한 문제 해결방식도 ‘민족통합’이 아닌, 미국 중심의 ‘지역안보’ 차원이다. 한반도 긴장 고조를 바라진 않지만, 중국과의 대결, 일본과의 갈등이 얽힌 국면에서 긴장 고조로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이 강화되고 자연스레 중국 견제로 이어지는 것도 마다할 이유는 없다.

다른 목소리가 없는 건 아니다. 전 국무부 북한담당관으로 16년 동안 18차례나 북한을 방문했던 조엘 위트는 지난 19일치 <뉴욕 타임스> 기고문에서 “지속적인 외교적 포용정책이 북한의 위협적 행동을 완화시키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며 “(지금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새로운 토론을 시작하려는 점진적인 ‘실용적’ 노력들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피터 벡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연구원은 “오바마 행정부 안에 ‘조엘 위트’처럼 생각하는 사람 아무도 없다. 한국 정부도 그렇고, 미국 정부도 그러니, 지금 같은 남북관계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이명박 정부의 말처럼 현재 한-미 공조는 역대 어느 정부에 비해 잘 되고 있다. 사실이다. 그럼 다 된 건가? “왜 데프콘 단계를 격상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이다 환율 급등, 주가 폭락 현상이 터지자 “한반도 위기국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며 무마에 급급한 국내 보수층의 좌충우돌은 사실 여부를 떠나 슬픈 자학개그다.

미국 전문가들에게 “이명박 정부 끝날 때까지 남북관계는 이제 끝인가”라고 물으면, 진보든 보수든 크게 부인을 않는다. 역사는 이명박 정부의 남북관계를 이렇게 기록하진 않을까? ‘1972년 남북공동성명 이후, 중간중간 위기를 겪긴 했지만 40년 가까이 이어오던 남북관계는 이명박 정부에서 완전히 단절됐고, ○○○○년 ○○○ 정부가 들어와 다시 재개됐다’고.

권태호 워싱턴 특파원ho@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특파원 칼럼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