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7.22 20:54
수정 : 2009.07.22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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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 빼고 입맛은 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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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요리보다 요리책 | 브런치 관련 책
7~8년 전 거세게 불기 시작한 ‘브런치 바람’이 아직도 식지 않고 있다. 청담동이나 신사동 가로수길 등 우리 시대 식문화 트렌드를 주도하는 식당가에서 여전히 브런치를 주요 메뉴로 다루고 있는 걸 보면 그렇다. 하지만 주말 오전 실컷 자고 일어나 대충 끼니를 때워 먹는 개념의 ‘아점’이 어찌하다 새벽부터 일어나 샤워하고 화장하고 최신 유행 아이템으로 멋을 부린 뒤 이태원이나 청담동까지 택시 타고 가서 먹는 ‘브런치’가 되었는지 한탄하는 사람도 많다. 또 메뉴라고 해봐야 팬케이크거나 와플, 샌드위치 또는 감자 소시지인데 가격은 ‘헉’ 소리 날 만큼 세다.
브런치는 좋아하지만, 이렇게 ‘허영이 들어간’ 브런치 문화가 불만이라면 집에서 해먹는 것도 방법이다. <모카향기의 3000원으로 카페 브런치 만들기>(영진닷컴 펴냄)는 파워 블로거인 ‘모카향기’가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를 동원해 부담스럽지 않게 만들 수 있는 브런치 메뉴를 소개하고 있다. 아침 대신 먹는 모닝 브런치, 아이들과 함께 먹는 브런치, 카페에서 즐길 수 있는 화려한 브런치까지 원하는 스타일로 골라 먹을 수 있다.
요리에 관한 한 ‘기본기’ 이상은 갖추었다고 자신하는 사람이라면, 또 좀더 정통 브런치를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유럽 브런치 스타일>(이끼북스 펴냄)을 추천한다. ‘든든한 아침과 점심을 위한 간편하고 신선한 레시피’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데, 과일과 채소를 풍부하게 사용해 ‘신선한’ 레시피이긴 하지만 낯선 식재료가 많아 요리마다 ‘각주’를 달고 있어 절대 ‘간편한’ 레시피는 아니다. 하지만 화려한 도판이 보기만 해도 침을 흘리게 만들어 밥맛이 없을 땐 그냥 그림만 봐도 입맛이 절로 돌 것 같다. 또 식재료와 요리법이 다양해 요리적 상상력을 한껏 자극하는 ‘학습용’ 또는 ‘연구용’ 레시피북으로 읽을 만하다.
아점에 ‘다방 커피’라면 브런치엔 은은한 ‘홍차 한잔’이다. <홍차, 느리게 매혹되다>(모요사 펴냄)는 프랑스 유학생이 홍차에 빠져 건져올린 에세이집이다. 홍차를 맛있게 먹는 ‘골든 룰’ ‘티타임에 필요한 차 도구들’ ‘밀크티 레시피’ ‘아이스티 레시피’ ‘크리스마스티 블렌딩’ 등 홍차 레시피북으로도 참고할 만하다. 파리와 도쿄·런던 등지의 유명 티룸과 티숍에 대한 소개는 읽기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또 파리 벼룩시장이나 골동품 시장 등지에서 구입한 찻잔 이야기는 그릇 애호가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하다.
강김아리 기자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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