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7.08 21:33
수정 : 2009.07.09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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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보다 푸짐한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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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요리보다 요리책 | TV가 사랑하는 요리사들
제이미 올리버, 고든 램지, 마사 스튜어트…. 이들의 공통점은? 텔레비전이 만들어낸 스타 요리사라는 점이다. 하지만 텔레비전이 ‘팍팍’ 밀어줘서 스타가 됐다는 뜻은 아니다. 올리버의 유머 넘치는 말투와 자유분방한 스타일, 램지의 카리스마 넘치는 제스처는 대중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또 살림의 여왕 스튜어트는 어떠한가? 스튜어트의 매너는 자신만 따라 하면 시청자 역시 화려한 궁전의 안주인으로 변신할 거 같은 판타지를 준다.
아쉽게도 한국에선 이렇게 ‘떴다 하면 시청률이 대박’인 그런 스타 요리사는 없다. 예로부터 한국의 요리 프로그램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쪽찐 종갓집 며느님을 요리 선생으로 모셔서 ‘기술의 전수’에 방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시대가 흐르면서 요즘 텔레비전 속 요리 선생들은 한복은 벗었지만 점잖음만은 여전하다.
그래서 요리연구가 우영희씨의 진행은 눈에 뛸 수밖에 없다. 요리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넘치는 말투에다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몸짓 덕분에 어떤 진정성마저 느끼게 한다. 또 누군가를 위해 요리를 만든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말하는 그녀의 눈빛과 입술은 흥분돼 있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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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김아리 기자의 요리보다 요리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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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씨가 최근 펴낸 <라디오보다 푸짐한 밥상>(웅진리빙하우스 )은 그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여성시대>의 인기 꼭지 ‘요리보고 조리보고’에서 반응이 뜨거웠던 메뉴만을 골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아침 밥상·점심 밥상·저녁 밥상·아이 밥상·손님 초대상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책의 장점은 한 상에 어울리는 메뉴들을 묶어 놓았다는 데 있다. 그래서 하루는 근대마늘소스무침과 연두부달걀찜에 홍합미역국을 내놓고, 하루는 겉절이에 바지락아욱국, 달래새우전을 내놓으면 된다. 시장에서 구하기 쉬운 식재료로 깔끔하게 차려낸 한식 위주의 건강 식단들이다. 반면, 부모님과 친척 어른들께 대접하는 손님상에는 궁중탕평채에 나주식 곰탕에 떡갈비를, 원기 왕성한 남자 손님들을 모실 땐 깐풍육, 난자완스, 강황 넣은 닭찜 등 화려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빅마마 역시 업계에선 요리 프로 진행 솜씨가 뛰어나기로 유명한 요리연구가다다. 호호아줌마 같은 귀여운 인상 때문에 실명 이혜정보다 ‘빅마마’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져 있는데, 유머가 넘치는 재기발랄한 말솜씨로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양념처럼 잘 풀어놓는 통에 그의 요리 강의는 가끔 인생 강의가 돼 버리기도 한다. 빅마마의 요리책으론 <빅마마 이혜정의 꼭 먹고 싶은 요리>(서울문화사 펴냄)가 있다. 외국에서 오래 살아온 경력 덕분에 한식과 양식의 퓨전 요리가 강점이다.
강김아리 기자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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