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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6.10 20:52 수정 : 2009.07.09 19:41

<앗 뜨거워>

[매거진 esc] 요리보다 요리책 | 기자 출신 요리사 빌 버포드

배가 두둑이 나온 40대 남자 기자가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면? 그 대상이 골프가 되거나 정치가 되거나 혹은 사업이 되기가 쉽다. 그런데 잘나가는 미국 잡지 <뉴요커>의 잘나가던 23년차 기자 빌 버포드는 펜을 버리고 칼을 잡았다. 안정되고 폼 잡기 좋은 직장을 버리고 환풍기는커녕 햇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 불타오르는 주방으로 걸어 들어가 버린 것이다. 그것도 제 발로!

<앗 뜨거워>(원제 Heat·해냄)는 주인공이 제목처럼 “앗 뜨거워”를 연발하며 팔뚝의 털까지 다 태워가며 이탈리아 요리사가 되어가는 과정을 역동적으로 그려낸 논픽션이다.

버포드는 어느 날 우연히 만난 스타 요리사 마리오 바탈리의 모습에 매혹을 느껴 그의 수습으로 들어가기로 결심한다. 바탈리는 뉴욕 최고의 이탈리아 레스토랑 ‘밥보’ 등 5개의 식당을 운영하고 있을 뿐 아니라, 텔레비전에서 그의 요리 프로까지 진행하고 있다. 세계적인 요리학교인 코르동 블뢰를 때려치우고 이탈리아 시골 식당에서 요리를 배운 성질 더러운 괴짜 천재였다. 제법 요리를 한다고 생각하고 들어선 그의 주방에서 버포드는 30분 만에 사고를 치고 만다. 첫 작업으로 주어진 오리 뼈 발라내기에서 손을 베며 피칠갑을 하고 만 것. 뿐만 아니다. 2시간 동안 송송 썬 당근이 그대로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고, 샐러리를 잘못 썰었다는 이유로 “당신 해고야”라는 말을 수시로 듣는다. 이런 모욕을 1년 반 견딘 끝에 버포드는 주방의 ‘지옥’으로 불리는 그릴 스테이션을 혼자 맡는 경지에 이르는 등 바탈리로부터 인정을 받고 이탈리아로 요리 유학을 떠나게 된다. 밀가루와 달걀만으로 반죽해서 얇게 밀어 ‘고양이 혓바닥 같은 질감’이 나도록 미는 법이나 이탈리아 만두쯤 되는 파스타 토르텔리니를 새끼손가락만큼 작게 빚는 법 등 파스타의 모든 것을 배운 뒤 도전한 것은 ‘정육의 세계’. 이탈리아 최고의 푸줏간으로 알려진 곳에서 2500개의 고추를 다듬고 6시간이 넘게 솥을 저어가며 소스를 만든 뒤에야 비로소 칼을 만지는 게 허락됐다.

강김아리 기자의 요리보다 요리책
바탈리로부터 “이제 식당을 열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들을 정도로 고수가 됐지만 그는 이탈리아 음식의 원류가 되는 메디치가의 발자취를 따라 프랑스로 가겠다고 답하며 책을 마친다.

구체적인 레시피를 얻을 순 없지만, 파스타에서 피자, 스테이크까지 화려한 이탈리아 요리의 향연에 군침을 흘리지 않을 재간이 없다. 안정된 직장을 때려치우고 요리사가 되고 싶은 사람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려주는 생생한 지침서이기도 하다. 그건 칼 잡는 솜씨도, 미식가의 혀도 아니고 ‘열정’과 ‘노력’이다.

출간 당시 인터넷서점 ‘아마존’ 종합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고, <뉴욕 타임스>로부터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2만부가 팔리는 등 요리책으로선 보기 드문 인기를 끌었다.

강김아리 기자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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