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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4.29 21:24 수정 : 2009.07.09 19:43

<노부, 맛의 제국>

[매거진 esc] 요리보다 요리책 | 일식요리사 노부와 안효주

몇 해 전에 친구들과 3박4일로 초저가 일본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호텔과 비행기삯을 포함해 1인당 29만원이었으니 호텔의 외관이나 시설은 한국의 여관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 호텔의 아침식사는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다. 고슬고슬한 고시히카리 쌀밥 한 그릇에, 미역을 송송 띄운 미소된장국, 그리고 갓 튀겨낸 야채고로케에 간장소스를 뿌려낸 양배추샐러드가 전부였다. 3박4일간 매일 똑같은 메뉴였지만 지금껏 그렇게 맛있는 호텔 조식은 처음이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당장 일본 요리를 배워보겠노라고 요리책을 뒤졌는데 그때 눈에 띈 것이 일식 요리사 안효주씨의 책이었다. 최고의 일식집으로 꼽히는 ‘스시효’의 사장인 안효주씨는 초밥이 가장 맛있는 밥알 수 350알을 한 손에 잡아내는 초밥의 달인이자, 인기만화 <미스터 초밥왕> ‘한국편’에서 소개되기도 한 스타 셰프이기도 하다. 그가 펴낸 <이것이 일본요리다>(여백미디어)는 제법 거창한 제목에 걸맞게 일본 요리의 정수인 초밥과 회를 묵직하게 다루고 있다. 4만원에 이르는 책값도 만만치 않지만, 광어, 도미부터 바닷가재, 복어까지 식재료가 더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일식 거장 안씨의 30년 경력을 집대성한 책으로, 일식을 전문적으로 배워보겠다는 사람에게 추천할 만하다.

집에서도 비교적 쉽게 따라해볼 수 있는 레시피 책으론 <일식의 명인 안효주의 특별한 요리: 튀김요리 냄비요리 구이요리>(여백미디어)가 있다. 초밥과 회를 제외한 튀김·냄비·구이요리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한국 요리가 양념이라면 일본 요리는 재료”라는 안씨의 철학을 바탕으로 식재료 맛을 최대한 살리는 정통 일본 요리법을 소개하고 있다.

강김아리 기자의 요리보다 요리책
한국의 일식에서 안효주씨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듯이, 세계의 일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리사는 노부(노부유키 마쓰히사)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일본인 2명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노부.(나머지 한 명은 소니 창업자인 모리타 아키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초밥집 종업원으로 요리에 입문한 그는 24살의 나이에 페루로 떠나면서 일식에 남미 음식을 결합한 노부 스타일을 완성하게 된다. 80년대에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스에 식당을 내고 로버트 드니로,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마돈나 등 할리우드 스타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뒤 뉴욕, 런던, 밀라노 등 지구촌 12곳에 체인점을 내게 된다.

그의 첫 책 <노부, 맛의 제국>(디자인하우스)은 일식에 남미의 풍미를 결합한 독특한 노부 스타일의 비밀을 50여 레시피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송로버섯과 유자즙을 곁들인 어린 문어’ ‘할라피뇨를 곁들인 참치회’ 등 사실 목차만 봐도 엄두가 나지 않는 책이다. 하지만 할리우드 스타들을 열광시킨 노부 스타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함을 푸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의 단골 메뉴인 ‘뉴스타일 생선회’는 흰살생선회에 간장과 유자즙을 뿌린 뒤 먹기 직전에 뜨겁게 데운 것이다. ‘노부 스타일의 흰살생선 티라디토’는 생선회에 소금과 유자즙·레몬즙을 뿌린 뒤 페루산 칠리 페이스트를 곁들인 것이다. 국내에서 제법 팬을 거느리고 있는 일본인 요리사 스스무 요나구니의 부인이자 푸드 아티스트인 오정미씨가 번역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강김아리 기자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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