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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4.07 14:37 수정 : 2011.04.07 14:37

그 필름 어디서 샀나요

[매거진 esc]카메라 히스토리아

그동안 쟁여뒀던 필름도 거의 다 쓴지라 필름을 사려고 오랜만에 카메라 쇼핑몰을 클릭했다. 들어갈 때마다 잘 팔리던 필름도 ‘품절’과 ‘절판’이란 붉은 딱지가 붙기 예사였는데 이번엔 구하기 어려웠던 폴라로이드 카메라 필름들이 대거 등장했다. 과거 폴라로이드 필름은 국내에선 구하기 힘들고 외국에서 ‘직수입’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값도 비쌌다. 열혈 폴라로이드 마니아들은 어떻게든 필름을 구하고 정보를 공유했다. 아마 폴라로이드 필름이 다시 등장한 것은 마니아들의 지극정성 때문이었으리라.

새롭게 태어난 폴라로이드 필름은 ‘폴라로이드’ 대신 ‘임파서블’이란 이름을 쓴다. 폴라로이드 카메라에 사용하는 필름이지만 ‘폴라로이드’란 단어를 쓸 수 있는 권리를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필름은 임파서블사(the-impossible-project.com)에서 만들었다. 이 회사는 2008년 문을 닫은 네덜란드의 마지막 폴라로이드 필름 공장 기술자들과 오스트리아 기업가 플로리안 카프스가 손을 잡고 만들었다. 60년 넘게 10억대 이상의 카메라를 팔고 전성기 시절에는 한 해 1억5000만장이 넘는 필름을 팔기도 한 폴라로이드사는 2008년 파산 신청을 하고 다른 이의 손에 넘어갔다. 카메라와 필름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그때부터 폴라로이드 필름을 살리기 위한 ‘임파서블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폴라로이드 필름 공장에서 젊음을 바친 기술자들과 기업가 카프스가 나선 것이다. 이들은 자본금을 나누고 직접 회사를 운영한다. 그들의 꿈은 폴라로이드의 역사를 계속 이어나가는 것. ‘임파서블’한 일을 임파서블사는 해냈다. 덕분에 폴라로이드 마니아들은 필름 걱정을 덜게 됐다.

‘10 꼬르소꼬모 서울’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는 세계적인 패션사진가 파울로 로베르시는 8×10인치 대형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30년 넘게 사진을 찍어왔다. 세계의 이름난 모델이나 스타들이 그의 카메라 앞에 서길 원한다. 파울로 로베르시는 2005년 김희선, 올해 화제가 된 송혜교 사진집을 제작해서 국내에도 꽤 친숙한 사진가다. 그의 이름을 모르더라도 <보그>나 <엘르> 같은 잡지, 유명 의류, 화장품 브랜드 광고에서 그의 사진을 봤을 것이다. 그는 8×10인치 대형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고집하는 이유를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폴라로이드는 흔들리기도 하고 영구히 보존되지도 않는 단점이 있지만 개의치 않는다”며 “무엇보다 폴라로이드는 자연 그대로를 반영하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밝혔다.

8×10인치 대형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이용해 촬영하는 일은 대단히 번거로운 일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누르면 즉석에서 사진이 나오는 그런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아니다. 먼저 8×10인치 대형 카메라에 필름 홀더를 장착해야 한다. 셔터를 누르고 필름을 꺼내 필름 프로세서에 넣어 현상 과정을 거쳐야만 사진을 볼 수 있다. 파울로 로베르시는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위해 30년 넘게 비싼 비용과 거추장스러움을 감내했다. 그나마 작은 판형의 필름은 임파서블사에서 다시 만들어내고 있지만 그가 사용하고 있는 대형 필름은 B&H(bhphotovideo.com)나 프리스타일포토(freestylephoto.biz) 등 세계적 사진기자재 쇼핑몰에서도 구할 수 없다. 이베이에서 유통기한이 엄청나게 지난 8×10인치 폴라로이드 필름만 가끔 올라올 뿐이다. 내가 파울로 로베르시를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면 작품 세계에 대해 묻기보다 필름 구입처부터 알아봤을 것이다.

글 조경국 카메라칼럼니스트·사진 출처 docsto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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