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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8.18 21:38 수정 : 2010.08.18 21:40

어린이를 위한 레고 카메라

[매거진 esc] 카메라 히스토리아

남자의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장소 두 곳은? 목욕탕과 대형할인마트다. 아내에게 ‘대접’받으려면 무조건 기다리고 참아야 한다. “무슨 목욕을 이렇게 오래 하냐” “그만 고르고 가자” 등의 발언은 삼가는 것이 좋다. 목욕탕은 밖에서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지만 대형할인마트는 그래도 구경거리라도 있다. 장난감 코너에서 시연용 게임기를 가지고 놀거나 프라모델 제품들을 들춰본다.

특히 레고가 있는 판매대에선 발길을 바로 떼기가 힘들다. 새로 입고된 스타워즈 레고 시리즈를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그런데 재밌는 사실은 레고 판매대에서 서성이는 나와 비슷한 나이대(30대 중반)의 아저씨들이 많다는 점이다. 나만 철없는 건 아닌 모양이다. 얼마 전 <비비시> 방송에 출연한 데이비드 베컴이 “타지마할 레고를 조립하며 여가를 보낸다”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베컴의 이 한마디 때문에 5922개의 브릭(플라스틱 조각)이 들어 있는 300달러가 넘는 타지마할 레고의 판매량이 633%나 급증했다니 이것만 보더라도 레고가 단순한 아이들의 장난감은 아닌 셈이다.

1937년 덴마크에서 탄생한 장난감, 레고가 사랑받는 이유는 작은 ‘브릭’으로 어떤 물건이든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레고의 탄생은 목수였던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안센이 딸에게 줄 장난감을 만들면서부터. 지금과 같은 플라스틱 브릭의 모양을 갖춘 것은 한참 세월이 흐른 1955년이다. 작은 플라스틱 브릭을 쌓고 연결해 집, 자동차, 우주선, 배, 기차…. 상상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만들 수 있는 이 놀라운 장난감은 무궁무진한 즐길거리를 안겨준다.

당장 컴퓨터가 가까이 있는 독자라면 사진가 마이크 스팀슨의 플리커(www.flickr.com/photos/balakov)를 방문해 ‘클래식스 인 레고’편을 보시라.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결정적 순간’, 스티브 매커리의 ‘아프간 소녀’, 조 로젠탈의 ‘이오지마의 깃발’뿐 아니라 아널드 뉴먼이 피아니스트 이고리 스트라빈스키를 촬영한 인물사진까지 우리가 알 만한 사진들을 ‘레고로 재현해’ 촬영했다. 20세기를 풍미했던 사진들의 ‘레고 버전’인 셈이다. 마이크 스팀슨의 재기발랄한 ‘레고 재현 사진’은 단순한 패러디의 수준을 넘어선다.

레고를 활용해 작품을 만드는 사진가도 있는데 ‘레고 카메라’는 없을까. 당연히 있다. 지난해 레고는 어린이를 위한 디지털카메라(사진)를 출시했다. 미국내 판매가격은 49.99달러. 300만 화소에 4배 줌 기능을 갖췄다. 메모리는 128MB밖에 되질 않는다. 2009년 출시된 디카로 보기 어려운 사양(?)이다. 레고 카메라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만든 ‘카메라 기능이 있는 장난감’으로 봐야 한다. 장난감처럼 아이들이 부담 없이 가지고 놀 수 있는 똑딱이 디카인 셈이다. 알록달록한 모양부터 아이들이 사진 찍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레고 카메라를 선물한다면 항상 아빠의 카메라에 관심을 갖는 아이에게 “아빠 카메라는 절대 만지면 안 돼”라는 말을 할 필요가 없을 듯싶다.

글 조경국 카메라칼럼니스트·사진출처 igiblu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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