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7.07 19:18
수정 : 2010.07.07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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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억원짜리 최고가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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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카메라 히스토리아
캐논 원 디에스 마크 스리(1DS mark3)는 700만원대, 니콘 디스리엑스(D3X)는 900만원대, 라이카 엠나인(M9)도 900만원대이다.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선망하는 고기능 디지털카메라들의 가격이다.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확인했으니 아마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렌즈는 뺀 값이다. 카메라에 어울리는 렌즈를 화각대별로 구입하면 아마 2천만원쯤은 쉽게 넘어갈 것이다. 2천만원이면 웬만한 중형차 한 대 값이다. 취미로 사진을 찍는 아마추어 사진가들 중에는 이런 장비를 갖춘 이들이 많다. 사진동호회 누리집에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올린 고급 장비들 사진을 보면 포스가 엄청나다.
캐논 원 디에스 마크 스리, 니콘 디스리엑스, 라이카 엠나인은 하수로 치는 카메라도 있다. 체급이 다르다. 중형 포맷 하셀블라드 H4D-40의 가격은 3천만원이 넘는다. 그래도 이전 모델보다 값이 내렸다. 4천만 화소를 자랑하는 H4D-40의 사진 한 장 파일 크기는 120MB(TIFF 파일 저장할 경우). 웬만한 컴퓨터에선 내려받기 힘든 크기다. 한 친구는 “자동차, 오디오와 더불어 ‘폼 잡기’ 가장 좋은 취미가 사진”이라고 했는데 맞는 말이다. 인생을 즐기는 데 ‘폼’은 필수다. 하지만 사진은 자동차와 오디오와는 다르게 창작의 고통이 따른다. 폼은 나는데 멋진 사진이 찍히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쌓인다. 돈을 들인 만큼 결과물이 좋지 않으면 불쾌지수가 급상승하기 마련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진기 가운데 가장 비싼 사진기는 무엇일까. 지난 6월29일 1839년 제작된 세계 최초의 상업용 카메라인 다게레오타이프(은판사진술) 카메라가 오스트리아 빈의 ‘베스트리히트 포토그래피카 옥션’(www.westlicht-auction.com)에서 73만2천유로(약 11억원)에 팔렸다. 이 카메라에는 니엡스와 함께 다게레오타이프를 발명했던 다게르의 친필서명이 들어 있다. 현재 세계에 12대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제조연도가 무색할 만큼 이 사진기로 찍은 사진은 아름답고 깨끗하다. 이 사진기의 값은 세월이 지나면 더 오를 것이다. 170년 사진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각형 나무상자에 황동으로 만들어진 렌즈가 앞으로 튀어나온 다게레오타이프 카메라는 사진기의 원형을 그대로 보여준다. 역사성을 가지고 있는 물건은 상품 이상의 가치를 갖는 법이다. 니엡스가 발명했던 카메라, ‘헬리오그래피’는 8시간 이상 노출을 줘야만 상이 맺힌다. 다게르는 니엡스가 세상을 떠난 뒤 노출시간을 30분으로 줄인 그의 사진기, 다게레오타이프 카메라를 발명했다. 프랑스 정부는 사진을 발명한 공로로 다게르와 니엡스의 아들에게 각각 연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다게레오타이프는 단점이 있었다. 한 장의 필름으로 여러 장의 같은 사진을 만들 수가 없었다. 굳이 이해를 돕자면 지금의 즉석카메라로 찍은 사진과 비슷하다. 다게레오타이프 카메라에 들어가는 (요오드화은을 입힌) 구리판은 단 1장의 사진만 만들 수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한 사람은 영국인 폭스 탤벗이었다. 화학자였던 탤벗은 질산은과 갈릭산을 종이에 발라 원시적인 ‘필름’을 만들었다. 이 필름으로 똑같은 사진을 여러 장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사진은 니엡스와 다게르가 발명했지만, 무한복제가 가능한 현대적 의미의 ‘사진’은 탤벗이 만든 셈이다.
사족이다. 과거에 찍은 오래된 사진이나 제조연도가 오래된 카메라는 절대 함부로 버리거나 다루지 마시길. 지금 사용하고 있는 폼 나는 최신형 디에스엘아르 카메라보다 훨씬 값나갈 날이 올지도 모른다.
글 조경국/사진칼럼니스트·사진 출처 westlicht-auct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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